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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전문가 “올해 북한 식량 생산량 470만t 전망”


지난 5월 북한 남포의 협동농장. (자료사진)
지난 5월 북한 남포의 협동농장. (자료사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요즘 북한의 신문과 방송을 보면 연일 가을걷이와 함께 결산 분배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농민들은 결산 분배에 불만이 많다고 하는데요. 왜 그런 것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요즘 북한 농촌에서는 막바지 가을걷이와 함께 결산 분배가 한창입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지난달 중순 평안남도 대동군 협동농장의 가을걷이 소식을 전하면서 작황이 아주 좋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중방] ”제가 담당한 포전인데 작년에 비해 1.3배 더 잘됐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다 잘됐습니다.”

`노동신문’도 지난 3일 높게 쌓아 올린 쌀 포대 사진과 함께 남포시 강서구역 청산농장 등에서 결산 분배가 진행됐다고 전했습니다.

예년과 다른 것은 전에는 결산 분배가 12월에 이뤄졌는데 올해는 10월부터 시작됐다는 겁니다.

한국의 북한 농업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북한 당국이 농사에 각별히 신경을 써서 결산 분배도 일찍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박사] ”올해 영농철 자체가 모내기도 일주일 정도 일찍 마쳤고, 수확도 정상적으로 정해진 날짜에 끝났고, 곡물 수송도 제때 이뤄졌고, 탈곡기도 많이 갖춰서…”

앞서 북한 당국은 올해 중점 경제 목표로 ‘12개 고지’를 제시하면서 알곡 생산을 첫 번째 고지로 정한 바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결산 분배 소식을 전하면서 “농업 부문 일군들이 한 해 농사를 성과적으로 결속한 농업근로자들을 축하해주며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살다가 한국에 온 탈북민들은 농민들이 결산 분배에 불만이 많다고 말합니다. 평안남도 평성에서 농업담당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2011년 한국에 입국한 조충희 씨입니다.

[녹취: 조충희] ”사실 가을이라고 해도 풍요한 가을이 아니라, 그냥 빚잔치만 하는 거죠.”

결산 분배는 말 그대로 한 해 농사를 결산하는 겁니다. 한 해 수확한 쌀과 옥수수(강냉이)를 놓고 정부 당국과 농민이 알곡을 분배하는 겁니다.

북한에서는 농사를 지을 때 정부 당국이 토지, 물, 종자, 비료, 농약, 연료, 농기계, 비닐박막 등을, 농민은 노동력을 각각 제공합니다.

따라서 가을걷이를 마치면 기여한 정도를 계산해 각자의 몫을 가져가는 겁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결산 분배를 마치면 농민 1명이 쌀과 옥수수 300kg와 1년치 현금 분배로 10-20만원 정도를 받습니다.

문제는 1990년 후반 ‘고난의 행군’을 계기로 북한 경제가 붕괴돼 국가가 농자재를 공급하지 않으면서 분배는 종전처럼 한다는 겁니다.

정부 당국이 종자와 비료, 농약 등을 제공하지 않자 협동농장과 농민들은 봄에 돈주들로부터 돈을 빌려 농사를 지었습니다. 따라서 가을이 되면 돈이나 알곡을 돈주에게 갚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정부 당국이 과거처럼 결산 분배를 해버리면 농민들은 빈털털이가 된다고 조충희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농장이나 작업반이 봄에 돈주들한데 돈을 꿔서 비료도 사고 농약도 사고 해서 농사를 짓는데, 이게 시장가격으로 사다 보니 큰 비용이 드는데, 가을에 분배를 받아도 식량을 300kg 받아도, 봄에 빚진 것을 물어주고 나면 50 kg도 안 남는 집도 있고, 300kg 다 내놔야 하는 집도 있고…”

북한 당국의 곡물 수매 방식도 농민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두 가지 곡물가격이 있습니다. 국정가격은 쌀 1kg이 46원이지만 시장가격은 5–6천원 선입니다.

그런데 국가는 국정가격을 적용해 쌀을 수매합니다. 만일 국가가 쌀 100kg을 수매하면 농민에게 4천600원을 지불하는데, 이는 농민 입장에서는 큰 손해입니다.

농민이 같은 양의 쌀을 장마당에 팔면 5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쌀 100kg을 국가에 팔면 49만5천 400원이 손해인 셈입니다.

다시 탈북민 조충희 씨입니다.

[녹취: 조충희]” 못해도 4천원 정도에 가져 가야 농민이 허리를 펴는데, kg당 46원으로 가져 가면 정부에 공짜로 바치는 거죠. ”

군량미 공출도 농민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반강제적으로 농민들로부터 군량미를 징수하고 있습니다. 가을철이 되면 군인들이 아예 농장에 내려와 보초를 서면서 군량미를 걷어갑니다.

또 ‘애국미’라는 명목으로 별도의 군량미를 걷기도 합니다.

과거 북한 농업과학원에 근무하다 한국으로 망명한 이민복 씨 입니다.

[녹취: 이민복] ”군량미를 가져가기 위해 군대가 무장을 하고 지키다가, 농사 지은 것을 가져가는, 착취 구조를 만들어 놓은 거죠.”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을철이 되면 협동농장이나 농민들은 곡물 수확량을 축소 보고하려고 합니다. 국가에 바치는 수확량이 적어야 자신에게 떨어지는 곡물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다시 권태진 원장입니다.

[녹취: 권태진 박사] “협동농장 입장에서는 정부와의 의무 수매는 할 수밖에 없는데, 그 외 나머지 수매는 안 할려고 애를 쓰는 거죠. 그래도 정부가 압력을 가하면 어쩔 수없이 해야 하는 것인데, 그게 협농농장의 불만인 거죠.”

한편 가을걷이가 시작되면서 고공행진을 하던 북한의 쌀값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10월6일 kg당 6천800원이었던 쌀값은 11월 3일 5천300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장마당 상인들 또는 기관이 갖고 있던 쌀과 옥수수가 시장에 풀린 결과로 보입니다.

북한 매체는 올해 작황이 대단히 좋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 작황이 작년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풍년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권태진 박사는 북한의 올해 식량 생산량이 470만t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박사] ”제가 보기에는 전체 3-5% 정도 증가하리라 보거든요. 3%면 10만t 정도, 5%면 25만t 내외, 평균 잡아 20만t 정도 늘어나지 않았겠나.”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을 쌀 207만t을 포함해 총 451만t으로 추산했었습니다.

북한이 곡물을 470만t 정도 생산했다는 것은 내년에도 식량난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한 해 먹고 살려면 540만t이 필요한데 생산량이 470만t이면 여전히 70만t이 부족하는 뜻입니다. 중국에서 15만t을 들여와도 55만t이 부족합니다.

동시에 이는 북한의 농업 생산성이 30년 이상 제자리 걸음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유엔에 따르면 1980년대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500만t 수준이었습니다.

그나마 1990년대 초에는 400만t으로 떨어지더니 1993년에는 380만t을 기록하면서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올해 470만t을 생산했다는 건 1980년대 수준에 여전히 못미친다는 얘기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농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다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북한이 농업 수확량을 늘리려면 중국처럼 협동농장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1978년부터 협동농장을 가족농으로 바꿨고, 그 결과 수확량이 50%나 늘었다는 겁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China had same system until 1978 collective farm system, then Deng Xiaoping…”

실제로 북한의 농업 생산성은 한국과 중국에 비해 크게 뒤집니다.

한국과 중국은 농지 1헥타르 당 5-6t의 쌀을 생산하지만 북한 협동농장의 소출은 그 절반인 2-3t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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