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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가주도 식량전매제 아사 위기 증폭...'칼로리 통치' 주민통제 강화 노려"


지난 2008년 북한 신의주 주민들이 미국 지원 식량을 트럭에서 내리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08년 북한 신의주 주민들이 미국 지원 식량을 트럭에서 내리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국가주도의 식량전매제를 실시하면서 아사자 발생 등 인도적 위기가 증폭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북한 정권이 식량을 통제해 주민들을 복종시키는 이른바 ‘칼로리 통치’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 ‘아시아 프레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28일 서울에서 ‘유례없는 정보 사각지대가 된 북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열린 세미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북한의 식량 부족 상황과 배경, 이를 활용한 노동당의 주민 통제 실태 등을 고발했습니다.

아시아 프레스는 북한 내 취재협조자들을 통해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이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방역을 구실로 개인들의 민간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등의 통제를 강화해 주민들의 현금이 부족해졌고 동시에 식량 판매에 대한 통제까지 강화하면서 식량난이 악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이 국영 ‘양곡판매소’의 복구를 꾀하면서 시장에서의 식량 판매를 억제하는 ‘식량전매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올해 1월부터 시장에서의 식량 진열판매를 금지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4월경부터 시장에서 극히 소량의 판매는 묵인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이 식량 통제를 강화한 데 대해 신종 코로나로 인한 경제난과 사회 혼란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관리 차원의 조치이면서도 “식량 유통의 주도권을 시장으로부터 탈환해 ‘국가전매제’로 이행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대표] “식량을 국가를 통해서만 입수할 수 있다, 이런 구조를 만들면 사람들이 나라가 또는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해야 되는, 그러니까 먹여줄 테니까 말을 들어라 하는 ‘칼로리 통치’, 칼로리원을 국가가 독점하는 것을 가지고 통치한다 이게 목적이 아닐까 그렇게 보고 있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국영 양곡판매소가 시장 가격보다 싸게 쌀과 옥수수를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의 경우 kg당 시장에서는 쌀은 6천원, 옥수수는 3천원 수준이었지만 양곡판매소는 쌀 4천200원, 옥수수 2천200원에 고정가격으로 판매했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다만 자유롭게 구매할 수는 없고, 월 1회, 1인 당 5kg 정도를 세대 단위로 판매하는 방식”이라며 “약 일주일 분에 지나지 않아 부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 주민들이 싼 가격 때문에 처음엔 대체로 환영했지만 공급량 부족으로 국가전매제가 실패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식량 확보량을 늘리기 위해 협동농장 주변의 농지관리를 엄격히 하고 논밭과 창고에 군 부대 병력 배치, 농촌으로 통하는 도로상에 초소 설치와 화물 검사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또 “개인과 민간의 경제활동에 대한 통제는 2018년부터 강화됐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비상방역을 구실로 더 수위가 높아졌다”고 강조했습니다.

비사회주의 행위라며 신흥부자를 일컫는 ‘돈주’의 활동을 탄압했고, 도매와 운수, 차량서비스, 음식업 등의 금지와 제한뿐 아니라 탄광과 어업을 관장하는 ‘기지’도 많이 해체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소규모 경제활동에도 간섭과 통제를 강화해 2명 이상을 고용해 빵과 떡 등을 제조・판매 하거나 의류품 봉제, 리어카를 이용한 짐 운반을 제한했고, 이발과 매대에서의 소음식업, 자전거 수리 등도 ‘협동조합’에 편입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이로 인해 도시 주민들의 현금 수입이 크게 줄고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도 고갈되면서 일찌감치 아사자 소식이 들려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대표] “2021년도 하반기에는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우리 협조자로부터 들어옵니다. 주로 노인, 어린이들 중심으로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벌써부터 있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현금 수입이 격감한 도시 지역 주민들에게 식량전매제는 결정타가 됐다”며 “시장에서는 주식인 쌀과 옥수수에 대한 판매가 엄격하게 규제돼 일반 주민은 국영 양곡판매소에서의 구입과 직장에서의 소량 배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올 보릿고개를 겪는 과정에서 국가 보유 식량이 줄어 지방 도시 주민과 노동자들에게 공급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취약층으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기근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대표] “5월 달 들어서 저도 좀 놀랐습니다만 많은 우리 협조자들이 거의 한결같은 보고, 아사자가 발생하고 자살자가 많아지고 그 다음에 영양실조 걸린 사람들이 집을 떠나서 산에 들어가거나 가출하는 상황 이런 게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보고가 많아집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앞서 지난달 말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 내 아사자 발생이 예년의 3배에 달하고 자살자는 지난해보다 40% 정도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 오경섭 박사는 “김정은 체제의 칼로리 통치는 배급제 등 사회주의체제 복귀를 통해 주민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지만 성공 여부는 시간이 더 지나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조치가 “결국 북한이 스스로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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