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전문가들 “김정은, 초라한 경제 성과 언급 회피…올해 경제 획기적 개선 어려워”


지난 1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신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
지난 1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신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 분야 성과를 많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초라한 경제 실적을 나라 안팎에 보여주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올해 경제 상황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기미는 적지만 북중 코로나 상황과 본격적인 교역 재개 여부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3일 VOA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연말 개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과거와 달리 경제 성과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신 국방력 강화 등 다른 분야들을 더 강조했다며, 그 이유로 초라한 경제 실적을 꼽았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Now they seem to want to emphasize other things. I suspect the economy's in really bad shape. How can you plan without any investment? I think he's just having a whole lot of trouble doing that. So they try just not even to talk about it”

북한은 소비재에 거의 재원을 투자하지 않은 채 과거의 투자로 버티고 있기 때문에 경제 성장은 멈췄고 계획도 세우기 힘든 상황이란 것입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외화 부족 등으로 소비재 생산과 수입에 투자하지 못한 채 시멘트 생산 등 건설에 집중하는 배경을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국방력과 강화와 대남·대미 대적 내용을 강조하면서도 경제 분야에 대해선 건설 이외에 뚜렷한 성과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 통일부와 통일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들은 이에 대해 김정은이 특별히 내세울 경제 실적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은 2일 분석보고서에서 “그만큼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1~2년 차 성과가 뚜렷하게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양새”라며 코로나 팬데믹 등의 이유도 있지만 “국방력 강화에 집중한 정책운용의 결과로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주택건설 외에 구체적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자립·자력의 원칙하에 1960~70년대와 같이 사상투쟁, 대중운동을 통해 경제 등 내부적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복고적, 퇴행적 입장을 표명”했다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당 8차대회 이후 우리 당이 10년 투쟁과 맞먹는 힘겨운 고난과 진통을 인내”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위기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에 대해 2일 시무식에서 “북한 정권은 연초부터 북한 주민의 어려운 민생은 외면한 채 같은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며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지속하겠다고 하는 등 잘못된 길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 “정부는 주민의 곤궁한 삶은 외면한 채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집착하고, 더욱이 같은 민족을 핵무기로 위협하는 북한의 태도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합니다.”

북한은 올해 지난 2021년 김정은 위원장이 야심 차게 시작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의 계획의 3년 차를 맞아 가시적인 실적을 보여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도 이 때문에 전원회의 보고에서 올해를 “계획 완수의 결정적 담보를 구축해야 하는 중요한 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의 핵심인 ‘자력갱생’, ‘자급자족’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관리 출신으로 워싱턴에서 북한 경제 전문가로 활동하는 리정호 씨는 북한의 지속적인 고무 타이어 수입 등은 “김정은이 외치는 자력갱생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공허한 소리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녹취: 리정호 씨] “북한은 자원이 부족한 나라잖아요. 원유도 없지, 생고무도 없지, 설탕도 생산 못 하지. 목화솜도 생산 못 하지. 생고무가 없는데 자력갱생으로 신발을 어떻게 만들겠어요? 타이어를 자력갱생으로 어떻게 만들어요? 자력갱생은 기본적으로 나라 안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자력갱생으로 몰락의 길로 들어선 김정은 정권이라고 할 수밖에 없어요.”

탈북 전 중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리 씨는 북한에 원료와 자재가 제대로 없는데, 어떻게 5개년 계획을 성공시킬 수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과거 김일성 주석이 내세웠던 자력갱생은 70~80%를 자립하고 20~30%를 수입하는 형태였다며 김정은의 100% 자력갱생은 “말도 안 되는 짓”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at's crazy. We can't make tires. We don't have any rubber have to import rubber. We should import tires. Why do we need to make all our own tires? That's what Kim Il-sung would say.”

브라운 교수는 예를 들어 북한은 고무가 없기 때문에 고무와 타이어를 수입해야 한다면서 김일성이 살아있다면 “왜 우리가 타이어를 직접 만들어야 하냐”며 100% 자력갱생 주장에 대해 반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도 어느 나라든 완전한 자력갱생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등 자유세계의 자력갱생은 개인의 자립을 의미하지만 북한에서는 자력갱생이 국가적 자립으로 “모든 사람이 전체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 “that's a very different understanding of self-reliance than the state saying the self-reliance is everybody sacrificing for the benefit of the whole,”

자력갱생은 과거 중국이 수년간의 자연재해와 소련의 지원 중단 뒤 처음 사용한 혁명 구호로 북한도 1960년대 중소 분쟁 뒤 두 나라의 원조가 감소하면서 이 구호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통일교육원은 홈페이지에서 북한의 자력갱생 개념은 “기본적으로 주민들에게 높은 사상의식의 강조를 통해 헌신성, 희생성, 절대성, 무조건성을 강조해 체제에 대한 무비판적 태도, 순응적 태도를 내면화”하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원과 기술이 부족한 북한의 경제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대외개방과 국제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력갱생에 대한 강조는 결국 북한 낙후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미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 경제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북중 교역과 코로나 상황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 경제는 우선적으로 “중국, 러시아와의 국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가정에 달려 있다”면서 국경이 개방되면 북한은 그들에게 필요한 더 많은 수입 물품을 얻을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 “That depends on the assumption about what happens on their borders with China and Russia. If the borders open up, then they should be able to find a way to get more imports, which is what they really need.”

국경이 개방되면 이전보다 필요한 물건을 수입할 여지는 많겠지만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 속에서 북한이 무엇을 수출해 이를 지불할지는 어려운 도전으로 보인다는 지적입니다.

브라운 교수는 중국의 코로나 변수가 있지만 북한이 올해 더 적극적으로 중국 등과 교역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북한이 지난 3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을 구실로 국경을 봉쇄하고 장마당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도 이를 계속 허용하는 것은 폐쇄가 아닌 수익의 주도권을 갖기 위한 목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소비재 수입을 점진적으로 늘려 이를 과거처럼 배급하는 대신 주민들에게 판매해 수입을 올리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