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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GDP 40% 증대’ 강조…“개혁·개방, 중·러 지원 없인 어려워”


지난 6월 북한 평양의 체육용품 공장.
지난 6월 북한 평양의 체육용품 공장.

북한이 앞으로 3년간 국내총생산(GDP)을2020년 대비 40%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는데요,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개혁 개방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이미 바닥인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수치상 가능하다는 관측도 있지만, 이마저도 중국과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5개년 계획의 목표' 기사에서 "당 제8차 대회가 밝힌 바와 같이 2025년 말에 가서 2020년 수준보다 국내총생산액은 1.4배(40%) 이상, 인민소비품 생산은 1.3배(30%) 이상 장성"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오는 2025년까지 국내총생산 GDP를 2020년 대비 40% 증가시키려면 올해부터 3년 연속 매년 7%씩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지금 같은 체제에서 2025년까지 40%, 연간 7%의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것을 불가능하다는 평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랜드연구소 선임 경제학자인 크리슈나 쿠마르 박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한국, 타이완,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경제 개방 및 개혁을 단행한 후에야 7% 이상의 고도성장을 기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크리슈나 쿠마르 박사] “Countries struggled very hard to get 7% growth annually. And the number of reforms and so on, they had to undertake to get to this point, are phenomenal. So I'm just not sure where this growth really is going to come from. So from that point of view, it seems like a wildly optimistic.”

연간 7%의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각국은 무단히 노력했으며, 그 나라들이 현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 단행한 개혁은 경이로운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북한이 주장하는 성장은 무엇에 근거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며, 그런 관점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 같다고 쿠마르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크리슈나 쿠마르 박사] “If you look at even the so called East Asian miracles, and then China and India later, it's taken them decades to sort of join the global community, and so on.”

또 ‘동아시아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나라들과 이후 중국, 인도 등의 경우 모두 국제사회에 합류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고 강조했습니다.

쿠마르 박사는 북한이 성장하려면 단기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가입, 외국 투자 유치 등 시장을 개방하는 조치가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금융 기관에 가입하고 법적 제도적 개혁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대북제재가 시행되기 전에도 7% 성장률을 보인 적이 없는 북한이 어떻게 갑자기 그런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I don't think they can get the productivity growth that would be necessary to achieve those kinds of growth numbers without a significant shift in strategy, both in terms of economic policy and management, and in terms of their external environment and relationships. And that's all tied up with now with the missile issue and, and the security issues.”

북한이 경제정책과 관리, 대외 여건과 관계 등에서 획기적인 전략 전환없이 ‘고성장’을 위해 필요한 생산성 증가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아울러 “지금 모든 것은 미사일과 안보 문제에 묶여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경제성장을 바란다면 시장을 개방하고 경제 개혁을 단행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라고 뱁슨 전 고문은 말했습니다.

[녹취: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They would have to open up to reforms that would reinstate significant role for private initiative markets, as well as expanding trade and investment relationships with private companies and governments outside of North Korea. I don't think a state led and managed economic policy alone can achieve anything like that outcome.”

개혁을 위해 문을 열고 시장 내 민간 자본의 역할을 회복시키는 한편 외부 민간기업과 정부 등과 교역·투자 관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가주도의 계획경제 정책만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성장을 달성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뱁슨 고문은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현재 바닥 수준인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고려할 때 수치상 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다만 수출 회복 등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이라는 ‘전제’를 깔았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는 5일 VOA에 북한이 기준으로 내세운 2020년도가 신종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최악이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학 교수] “2020 was a terrible year for exports – almost nothing. And if they open up their border and get exports to China, mostly going, that offers them room for significant growth. If they relaxed their socialism, and allow more private activities, they could easily get, I would say 7% growth.”

2020년 북한의 수출은 사실상 전무한 최악의 해였고, 이제 다시 국경을 열어 대중 수출을 재개한다면 꽤 큰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북한이 사회주의 경제를 지양하고 민간분야의 활동을 더 허용한다면 연간 7%의 성장률은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브라운 교수는 말했습니다.

즉 2020년도의 지표가 이미 기록적으로 낮기 때문에 수치 상으로 달성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자국 GDP 등 경제 통계를 정확히 밝히지 않지만 세계은행은 2019년도 북한 GDP를 약 18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7% 성장을 10년간 계속하면 경제 규모가 2배가 된다는 점에서 그런 목표를 설정한 것 같으며, 이는 과거 한국이나 2000년대 중국이 실제로 설정했던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성장을 지속하려면 북한군이 징집하는 젊은 인력을 노동시장으로 보내야 하지만 이로 인한 통제력 상실을 북한 정권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 “Allowing more 18 year olds to work and in the real economy making things, instead of digging foxhole, they're adding to GDP. So they have a choice of growth or control.”

18세 청년들이 군대에서 참호를 파는 대신 실물 경제에 투입돼 뭔가를 만든다면 GDP에 기여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 정권은 성장이냐 통제냐 선택해야 한다고 브라운 교수는 말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 루디거 프랭크 오스트리아 빈대학 교수도 개발도상국에서 연간 7% 경제성장률은 사실 아주 높은 목표치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세계가 미국 위주의 자유 진영과 중국·러시아를 비롯한 전제주의 정권 진영으로 다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예전처럼 ‘같은 진영’의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루디거 프랭크 교수] “Under the current geopolitical conditions, there is indeed a chance that Russia and/or China will be more willing to provide such support. It is possible that the North Korean economic planners base their expectations for GDP growth on such external inputs in the form of interest-free loans, friendship prices, or transfers.”

현재 지정학적 조건에서 러시아 또는 중국이 북한에 지원을 제공할 실질적인 가능성이 있고, 북한의 경제 설계자들이 타국으로부터의 무이자 차관, 우호적인 가격 또는 증여 등에 기대하며 GDP 성장 계획을 짰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대북제재를 지키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수출을 늘릴 수 있을 것이란 북한의 속내에 기반한 것으로 프랭크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루디거 프랭크 교수] “North Korea can significantly boost its exports if (1) sanctions are not implemented anymore by China and Russia, and (2) if North Korea is able to export more weapons.”

이와 함께 북한이 무기를 수출할 수만 있다면 전체 수출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높은 목표치를 제시한 것은 북한 지도부가 현재 자국 경제 상황을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프랭크 교수는 해석했습니다.

[루디거 프랭크 빈대학 교수] “The high growth predictions until 2025 imply that the North Korean leadership is currently very upbeat and optimistic about its economy. This could be due to a combination of the beginning softening of Covid related trade restrictions, the expectation of weakened sanctions due to the growing geopolitical divide, the expectation of a return to camp politics similar to the Cold War, and the possible expectation of increased chances for arms exports in addition to the pre-sanctions exports of labor, minerals, textiles, seafood, etc.”

그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 관련 무역 제한 완화, 최근 커지는 지정학적 분열에 의한 제재 약화에 대한 기대, 냉전시기와 유사한 ‘진영 정치’ 회귀에 대한 기대, 그리고 제재 이전 수출해왔던 노동력, 광물, 직물, 해산물 수출에 더해 무기 수출 가능성이 커졌다는 기대 등이 작용한 것으로 프랭크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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