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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대학생연수 WEST, 탈북민 별도 선발 중단…통일부 예산 논란


한국 통일부. (자료사진)
한국 통일부. (자료사진)

한미대학생연수 프로그램 ‘웨스트(WEST)’의 탈북민 선발이 한국 정부의 예산 문제 때문에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지원했던 통일부는 예산이 교육부로 일원화됐다고 밝혔지만, 교육부 산하 담당 부처는 다른 입장을 내놨습니다. 탈북 청년들은 미국의 선진 문화와 민주주의를 경험하며 북한 재건의 역량을 쌓을 기회가 적어져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이 진행해 온 한미대학생연수 프로그램 ‘웨스트(WEST: Work, English Study, Travel)’의 탈북민 선발이 지난해부터 중단됐습니다.

국립국제교육원 유학생지원팀은 최근 VOA에 “통일부의 예산 미확보로 탈북민을 선발할 수 없었다”면서 중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웨스트 프로그램은 지난 2008년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미국 내 어학연수와 인턴근무 연계 프로그램입니다.

두 나라는 특히 지난 2011년 탈북 대학생들을 별도로 선발해 이들이 항공료와 참가비, 생활비를 포함해 최대 2만 달러 이상을 지원받아 미국에서 공부와 인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립국제교육원은 통일부의 추천과 지원 등으로 탈북민 대학생을 선발해 지난 2019년까지 총 48명이 혜택을 받았다고 VOA에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2일 탈북민 지원 여부에 대한VOA의 질문에, “한미대학생연수(WEST) 사업은 교육부가 주관하는 사업”이라며 “통일부가 탈북민 대학생을 위해 일부 경비를 지원했지만 2021년 기획재정부 예산 심의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교육부로 일원화됐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탈북민 대학생은 한미대학생연수(WEST) 사업에 지원할 수 있으며, 교육부는 연수생 선발 시 탈북민 대학생을 서류전형에서 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국립국제교육원은 이날 VOA에, 이 프로그램이 교육부 주관 사업은 맞지만 “기재부 예산심의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교육부로 일원화됐다는 것은 잘 모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예산 심의는 부처별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떤 이유인지는 수행 기관으로서 알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국립국제교육원은 “이전에는 통일부 추천 인원이 별도였으나, 현재는 취업취약계층(소득, 장애, 북한이탈주민) 안에 포함된 우대선발”로 달라졌다며 “프로그램비 지원도 다른 (탈북민 외) 참가자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

이에 대해 한국 정부 예산 운용에 밝은 한 소식통은 VOA에, “기획재정부의 예산 심의는 각 부처의 우선순위와 의지가 종합적으로 반영된다”며, “통일부가 웨스트 프로그램 지원 의지가 있었다면 관련 액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유지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한 인권단체 관계자도 “현 정부의 정책으로 볼 때 통일부의 설명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면서 “통일부가 손을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VOA는 통일부에 추가 질문을 했지만 2일 현재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탈북민들과 관련 단체들은 영어 실력과 가정 형편이 어려운 탈북 대학생들이 한국 대학생들과 동등한 기준 아래 경쟁해서 선발되는 것은 매우 힘들다며, 이런 결정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지난 2012년 탈북대학생 선발 혜택을 받아 웨스트 프로그램을 이수한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의 지철호 긴급지원실장은 2일 VOA에,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철호 실장] “탈북민분들은 한국에서 어릴 때부터 학원 다니며 토익 토플 등 다양한 영어 공부를 한 분들과 경쟁하면 당연히 안 되는 거죠. 그래서 (탈북민을) 따로 분류해 뽑는 것과 일반적으로 뽑는 것은 당연히 경쟁이 안 됩니다.”

실제로 국립국제교육원이 지난달 공개한 올 상반기 한미대학생연수 WEST 모집 공고를 보면 최장 12개월의 경우 TOEIC 990 만점 중 800점 이상, 영어 말하기는 5등급(110점), 영역별로 100점 만점인 지텔프(G-TELP) 레벨2는 76점 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체 중상위권에서 상위권 수준의 높은 점수로 탈북 학생들이 받기에는 너무 점수가 높다는 지적입니다.

지 실장은 과거 자신과 친구들은 한미대학생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서 민주주의와 선진 문화를 배우고 견문을 넓히는 등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 청년들에 대한 지원은 낭비가 아니라 미래 통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투자와 같다”며, 통일부가 정책을 재고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철호 실장] “한국이란 땅을 벗어나 제3국에 가서 객관적으로 한반도를 바라보고 미국의 민주주의도 배워 통일이 됐을 때 우리가 고향에 가서 우리가 바라보는 민주주의, 어떤 것이 더 합리적인 민주주의인가를 배울 수 있는 그런 기회의 장이 WEST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막혀서 많이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한국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 웹사이트에는 2일 현재 여전히 ‘통일미래 인재 육성’ 목적으로 “미국(WEST, 풀브라이트), 호주 등 해외연수를 지원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 내 탈북민들은 웨스트 프로그램 외에 미국 국무부의 국제 방문자 리더십프로그램(IVLP)과 글로벌 교환학생 프로그램(Global Undergraduate Exchange Program (Global UGRAD), 국제 학술 교류 프로그램인 풀브라이트 장학제도 등을 통해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미국공공외교자문위원회’는 지난 2020년 보고서에서 이런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2019년까지 탈북민 150여 명이 미국을 방문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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