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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국인 입국 금지…“바이러스 유입 막는 유일한 방법”


지난 2017년 3월 북한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한 고려항공 여객기에서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7년 3월 북한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한 고려항공 여객기에서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당국이 ‘우한 폐렴’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인은 물론 중국 내 북한인의 입국도 금지했습니다. 북한의 의료 현실을 고려할 때 아예 바이러스 유입을 막는 것이 적절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국경을 폐쇄하고 베이징의 고려항공을 봉쇄한 것은 우한 폐렴의 북한 내 유입을 막기 위한 극약 처방으로 보입니다.

고려항공 측은 ‘외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했으며, 북한 주민들도 고려항공 표를 사서 입국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한국 내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앞서 중국 내 북한전문 여행사들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우한 폐렴 확산으로 22일부터 중국 여행객의 입국을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23일 현재 북한전문 여행사인 ‘영 파이오니어 투어(Young Pioneer Tours)’ 홈페이지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조치로 22일부터 일시적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국경을 폐쇄한다는 공지가 올라와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03년 중국 내 중증급성호흡기중후군인 ‘사스’가 번졌을 때도 평양-베이징 항공 노선을 차단한 바 있습니다.

덕분에 북한은 당시 아시아를 휩쓴 사스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외화 수입이 절실한 북한이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 입국 금지’라는 고강도 대책을 택한 것은 신종 바이러스에 노출된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의 정체가 불분명하고 해결책도 없는 데다, 의료시스템이 거의 작동하는 않는 만큼 어느 국가보다 의기 의식이 더 크다는 겁니다.

고려대 의과대학 김신곤 교수입니다.

[녹취: 김신곤 교수] “지금 의료시스템이 거의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한번 문제가 생기면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죠. 또 바이러스가 돌기 시작하면 남한보다 훨씬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게 이게 결국 돌아가신 분들이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이에요. 결국 바이러스에 수반되는 폐렴 때문인데 북한이 전반적으로 영양부족 상태가 유엔에서 40% 라고 평가하잖아요. 영유아, 노인은 더 취약하겠죠.”

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국경을 폐쇄하고 비행기를 못 타게 해서라도 바이러스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며, 외국인 관광객 입국 금지는 적절한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이혜원 전 서울의료원 공공진료팀 과장은 북한의 의약품 자체 생산이 부족해 외부 지원이나 수입이 절실하지만 전체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 규모가 감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사실상 북한 내 무상의료 체계가 사라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혜원 전 과장] “내부적으로 각 병원 별로 약이 있어서 무상으로 지급되는 게 기본 시스템인데 현재는 직접 구매를 하는 경향이 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약을 본인이 직접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상황이어서 그렇기 때문에 아마 약이 있다 하더라도 경제적 요인에 의해 약을 구입하지 못하는 그런 의료접근성의 격차가 생긴 것도 있어요. 그래서 현재 북한의 특징들이 있죠.”

한편, 일각에서는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북한의 입국 금지 조치가 개별 관광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한국 정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 측은 중국 내 북한 여행사를 통해 북측 지역 개별 관광을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현재 이런 방법은 전면 금지됐기 때문입니다.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고명현 연구위원] “한국 입장에서는 한시적이니까 문제가 없을 것이라 하겠지만 이런 상황을 보고 있으면 개별 관광을 추진한다는 게 북한과의 논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우발적인 사태가 일어나면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되는 거죠. 북한 측에서 호응이 전혀 없고 반응 자체가 아예 없으니까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힘이 빠지는 형세인 것 같습니다.”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홍순직 수석연구위원은 결국 북한이 남측에 바라는 것은 단순 개별 관광이 아닌 신뢰 회복, 즉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의 강력한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개별 관광을 추진하려는 남측의 의지와 노력은 알아주겠지만, 2007년도 당시 금강산 관광객 35만 명 수준이 아니라면 받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녹취: 홍순직 수석연구위원] “북한이 원하는 것은 북-미 간, 남북 간 끊어진 신뢰 그리고 하노이에서 구겨진 김정은 위원장의 체면을 살려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경제적 측면 보다도 대규모 관광도 아니고 예전 금강산 관광이 2007년 35만 명, 2008년 7월까지 19만 5천 명이었는데 당시 1년에 20만 명 가야 사업성이 나왔거든요. 지금 금강산 원산-갈마 지구에 120개 동 숙소를 만들어 놨는데 몇 천 명, 몇 만 명 가서 북한이 환영하겠냐고요.”

홍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을 경유하는 개별 관광은 비용과 시간적 측면에서도 장점이 없다며, 북한 관광을 다녀온 한국 국민에 대한 미국 비자 문제 역시 한국 정부가 미국과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위한 북측과의 방역 협력 제안에 대해, 지금은 한국 내 발병 현황을 주시해야 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남북한이 2018년 11월 보건의료 분과회담을 열고 협력에 대한 합의 내용을 밝힌 바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방역 협력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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