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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장애인권리협약 이행보고서 제출…“장애인 비율 5.5%”


카탈리나 데반다스 아길라 유엔 장애인인권 특별보고관(왼쪽 2번째)이 지난 2017년 5월 평양에서 리흥식 외무성 인권담당대사(오른쪽 2번째) 등 북한 당국자들과 회담했다.
카탈리나 데반다스 아길라 유엔 장애인인권 특별보고관(왼쪽 2번째)이 지난 2017년 5월 평양에서 리흥식 외무성 인권담당대사(오른쪽 2번째) 등 북한 당국자들과 회담했다.

북한이 처음으로 유엔에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헌법 등 법률로 장애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전문가들은 왜곡된 내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최근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에 관한 1차 국가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북한은 이 보고서에서, 장애인의 권리에 대한 보호와 증진의 기본 원칙이 헌법에 명시돼 있으며, 장애인 보호법에 헌법의 그 같은 원칙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북한은 장애인들에게 다른 시민들과 동등한 권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장애인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분야에서 다른 시민들과 동등한 보호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2013년 7월 3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했고, 2016년 11월23일 비준해 2017년 1월 7일부터 발효됐습니다.

장애인권리협약 제35조에서는 협약 국내 발효 후 2년 내에 협약 이행상황에 관한 1차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추후에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북한에 대한 심의를 실시하게 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이 이례적으로 인권 관련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한 점을 평가하면서도, 보고서 내용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것 자체를 긍정적인 발전으로 봐야 되는데요, 보고서의 목적이 인권 개선보다는 인권 상황을 왜곡하는 것이라면 긍정적인 발전을 볼 수가 없죠.”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앞선 북한의 다른 인권 관련 보고서들도 그런 형태의 보고서들이었다며, 북한이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도 장애인 관련 법률들이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스칼라튜 사무총장] “명목상 법이 있긴 있겠지만 시행하지 않아서 문제죠. 나라가 북한 법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10대 원칙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앞서 지난 2017년 5월 북한을 방문했던 카탈리나 데반다스 아길라 유엔 장애인인권 특별보고관은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방북보고서에서, 북한에서 장애인들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에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기반시설이 미비하다고 지적하면서, 방북 기간 중 대부분의 사회기반시설에 장애인들의 접근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장애인들이 계속 사회에서 배제 격리되고 있다며, 부정적 인식과 차별의 대상이 되고, 지역 사회와 당국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장애인들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교육 기회를 얻는데 많은 장애물들이 있고,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조건의 시설과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최종보고서에서, 북한 내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지체장애 또는 중복장애를 가진 아동들을 포괄하는 학교나 교육체계가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장애인들이 의료서비스와 의약품에 접근하는데 있어서 특히 불리하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북한은 이번 보고서에서 중앙통계국 2017년 자료를 인용해, 북한의 장애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5.5%라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전체 인구 약 2천 500만 명 가운데 137만 5천 명 정도가 장애인인 셈입니다.

성별로는 여성의 장애인 비율이 5.9%로, 5.1%를 기록한 남성보다 더 높았습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의 장애인 비율이 16.9%를 기록한 반면, 16세 이하 아동들의 장애인 비율은 1.8%에 그쳤습니다.

전체 장애인 비율 5.5% 가운데는 지체장애가 2.5%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청각장애 1.3%, 시각장애 1.2%, 정신장애 0.4%, 지적장애 0.3%로 보고됐습니다.

북한 장애인들의 교육수준과 관련해서는, 6년 과정의 중학교 졸업이 전체 장애인들의 64.3%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대학교 졸업이 14%, 초급대학 졸업이 8.2%, 소학교 졸업 5.9% 순이었습니다.

이밖에 북한의 장애인 가운데 근로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58.4%로 집계됐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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