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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정치사안을 만화 한 컷에 담는 만평...거리의 소년들을 위한 권투장


미국 정치 전문 신문 ‘폴리티코(Politico)'의 만평가 매트 워커씨가 사무실 책상에 앉아 만화를 그리고 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미국 신문의 정치면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만평입니다. 시사만화라고도 부르는 만평은 정치 또는 사회적 문제나 특정 인물을 풍자한 만화인데요. 일반적인 만화가 여러 장면으로 돼 있는 것과 달리 만평은 단 한 장면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죠. 미국 역사에서 이 만평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1조의 보호 아래 그 어떤 논란이 되는 주제도 다 담아낼 수 있었는데요. 언론의 자유를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도 하는 만평은 과연 어떻게 탄생하는 건지 확인해 보시죠.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오디오] 정치사안을 만화 한 컷에 담는 만평...거리의 소년들을 위한 권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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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정치 사안을 만화 한 컷에 담아내는 정치 만평”

[현장음: 폴리티코 사무실]

워싱턴 인근에 위치한 미국 정치 전문 신문 ‘폴리티코(Politico)’ 사무실. 기자들이 다들 컴퓨터 앞에 앉아 기사를 쓰느라 분주한 가운데 한 사람은 열심히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바로 폴리티코의 만평가 매트 워커 씨입니다.

[녹취: 매트 워커] “만평가는 심각한 주제에 대한 심각한 논평을 심각하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사람입니다. 익살스럽고 풍자가 가득한 그림 한 장에 정치적 의견을 담아내는 거죠.”

언론, 문화계 인사에게 주어지는 권위 있는 상인 퓰리처상 수상자인 워커 씨는 신문 기사나 뉴스와는 달리 찰나에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정치 만평의 특징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매트 워커] “만평은 그림이 위주고 말은 말풍선에 몇 마디 들어가는 게 전부입니다. 사람들이 그 한 장면을 읽는데 몇 초밖에 걸리지 않지만, 바로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죠. 짧고 강렬하게 치고 들어오는 동시에 공감할 수 있는 게 만평의 매력입니다.”

워커 씨는 한 예로 최근에 그린 한 만평을 소개했습니다. 미국 화가인 노먼 락웰의 그림을 풍자한 건데요. 추수감사절에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얼굴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림을 워커 씨는 살짝 비꼬아 식탁에 앉은 사람들이 다들 자신의 손전화만 쳐다보고 있는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사람들이 전자기기에 심취한 현 세태를 풍자한 거죠. 워커 씨는 지난 수년간 자신의 만평은 진화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매트 워커] “제가 만평을 그리기 시작한 게 40년 전입니다. 그때만 해도 만평은 흑백에 단순한 그림이었죠. 하지만 요즘 만평은 색을 넣기도 하고 입체적으로 변화면서 생동감이 있어요. 또 정치를 담은 만화 소설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올해 퓰리처상 수상자인 제이크 핼펀 기자와 삽화가 마이클 슬론 씨의 작품을 보면 워커 씨의 이런 설명이 틀리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워싱턴 D.C.의 언론 미디어 박물관인 ‘뉴지엄’은 핼펀 기자와 슬론 삽화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요. 이들의 만평은 시리아 출신의 두 가정이 지난 2016년 난민 신분으로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여러 편의 시리즈로 구성했습니다.

뉴지엄의 부관장인 패티 룰 씨는 만평의 기능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패리 룰] “미국에선 건국 초기부터 정치 만평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새로운 정치 사안을 제기하기도 하고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죠. 1754년,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 초기 13개 주를 13마디가 끊어진 뱀으로 표현하고 ‘Join or Die’, ‘연합 아니면 죽음’이라는 제목을 단 만평을 신문에 실었습니다. 이처럼 만평은 미국 정치 역사의 일부이자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하고 토론하는 의사소통의 도구가 되어왔습니다.”

하지만 자유로운 의사 표현은 때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기도 합니다. 지난 2015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은 프랑스의 잡지사 샤를리 에브도에 무차별 총격을 가했는데요. 이 잡지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풍자했기 때문입니다. 이 테러로 저명한 만평가를 포함해 1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녹취: 매트 워커] “잘 그린 정치 만평은 심각한 정치적 주제가 유머와 함께 잘 녹아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그런 만평을 보면서 기분이 상하기보다는 여러 현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워커 씨는 요즘처럼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만평은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매트 워커] “잘 그린 정치 만평이란 심각한 정치적 주제가 유머와 함께 잘 녹아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보면서 기분이 상하기보다는 여러 현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그런 만평 말입니다.”

미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프론트 스트릿 짐(Front Street Gym)’에서 청소년들이 권투 연습을 하고 있다.
미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프론트 스트릿 짐(Front Street Gym)’에서 청소년들이 권투 연습을 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거리의 소년들을 위한 권투장”

미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엔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체육관이 있습니다. 도시 뒷골목에 ‘프론트 스트릿 짐(Front Street Gym)’이라는 허름한 간판이 걸린 권투장. 언뜻 보기엔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많은 청소년이 이곳에서 권투를 배우며 삶의 목적과 미래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테런스 루이스] “저는 아이들의 부모들에게 늘 말합니다. 아이들이 체육관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이 아이들은 제 자식이라고요. 제가 낳은 아이가 셋이 있지만, 체육관에서만큼은 저와 운동하는 아이들 모두 저를 아버지처럼 생각하고 저 역시 아이들을 친아버지처럼 대합니다. 아이들이 권투를 배우면서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몰라요. 아이들이 권투를 하는 2시간 동안은 아버지와 자식처럼 시간을 보냅니다.”

이 체육관의 트레이너 테런스 루이스 씨의 말처럼 아이들은 체육관에 들어오는 순간 눈빛부터 달라집니다. 이 지역 아이들은 편부모 아래서 자라거나 부모가 없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데요. 많은 아이가 권투를 배우면서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됐다고 합니다.

존 켐프 군 역시 그런 아이들 가운데 한 명입니다.

[녹취: 존 켐프] “참 신기한 게요. 우리가 체육관에 와서 싸우는 법을 배우잖아요? 그런데 이런 훈련이 오히려 거리에서 아이들과 싸우지 않게 도와주더라고요. 저도 많이 바뀌었어요. 권투를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속에서 화가 치미는 것도 다스릴 수 있었죠. 무엇보다 안전한 환경에, 나를 돌봐주고 또 제가 더 잘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힘이 나요. 사실 권투를 시작하기 전에 저는 길거리에서 아이들과 많이 싸우기도 했는데 여기 오면서부터 성적도 올랐고요. 거리에서 아이들과 싸우지도 않습니다. 매일매일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아버지가 없는 존 군은 권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아버지가 생긴 것도 좋은 점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존 켐프] “저는 태어나서 아버지를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에 화도 났었죠. 하지만 체육관에 와서 루이스 선생님을 만나면서 아버지의 존재를 처음 느끼게 됐어요. 나를 사랑해주고 나에게 관심 가져주는 아버지 같은 분이 생기면서 제 일상이 크게 변했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프론트 스트릿 체육관에서 단순한 권투 그 이상의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과거 헤비급 권투 선수로 활약했던 루이스 씨는 아이들을 이렇게 변화시키는 건 바로 훈련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테런스 루이스] “아이들을 훈련하고 존중해 주고, 또 기반만 잘 잡아주면 아이들은 변합니다. 많은 아이가 사실 기반을 갖추지 못해서 문제를 일으키거든요. 우리 체육관에선 아이들에게 그런 기반을 잡아줍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단지 링 위에서 이기거나 챔피언이 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프론트 스트릿 체육관의 프랭크 쿠바크 관장은 다양한 인종과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도 바로 이 권투장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쿠바크] “우리 체육관을 찾는 아이 중엔 흑인도 있고 백인도 있고 중남미계 아이들도 있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길거리에선 서로 적이 되기도 해요. 죽으라고 싸우죠. 하지만 일단 권투 링 위에 올라서면 서로를 존중하게 됩니다.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지만, 1대 1로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했고, 또 정말 최선을 다했으니 서로를 존중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축구나 농구나 달리 혼자 링 위에서 싸우고 그에 대한 책임을 혼자 져야 한다는 점에서 권투는 아이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운동입니다.”

프론트 스트릿 체육관은 무척 낡은 체육관으로 관장인 쿠바크 씨도 백발의 노인인데요. 하지만 쿠바크 씨는 자신이 살아 있는 한 자신의 권투장이 지금처럼 아이들이 미래를 꿈꾸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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