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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민주당 '장벽 예산' 대립... 트럼프, 징키 내무장관 교체


지난 13일 미국-멕시코 간 장벽을 세우기 위해 미국 노동자들이 선을 그어 경계를 표시하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멕시코 간 장벽을 세우기 위해 미국 노동자들이 선을 그어 경계를 표시하고 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연방 정부 지출안 마감 시한이 오는 21일로 다가오고 있지만, 백악관과 민주당 사이에 타협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라이언 징키 내무장관이 올 연말까지만 일하고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비서실장 대행으로 임명했습니다. 텍사스 연방 법원이 오바마케어가 위헌이라고 선언한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자, 이제 1주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오는 21일이 새 회계연도 지출안 마감 시한인데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아직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10월 1일에 새 회계연도가 시작됐지만, 현재 여러 연방정부 기관이 임시지출안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싸고 백악관과 민주당이 계속 대립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진행자) 지난 회계연도에도 제때 지출안 처리가 안 돼서 며칠 연방 정부가 부분 폐쇄되는 사태가 있었는데요, 그래도 올해는 지난해하고는 좀 다르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에는 연방 정부 전체 문제였는데, 올해는 일부 기관에만 해당합니다. 정부 기관 가운데 예산 규모가 가장 큰 국방부와 보건후생부는 이미 예전에 지출안이 승인됐고요, 노동부, 교육부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국토안보부를 포함해 연방 정부 전체 기관 가운데 4분의 1은 아직 지출안 처리가 안 됐습니다.

진행자) 국토안보부가 문제인 게 국경장벽 예산 때문에 그렇죠?

기자) 맞습니다. 장벽 건설에 200억 달러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착수금 조로 올 회계연도에 50억 달러를 달라고 연방 의회에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진행자) 민주당 쪽에서 얼마를 제시했죠?

기자) 민주당은 13억 달러 이상 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전체 국경보안 강화 예산이고, 장벽 예산으로 지정해서 주는 게 아닌데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났지만, 서로 언성만 높이다 끝났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 am proud to shut down the government…”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대표,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와 만났을 때 한 발언 잠시 들으셨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보안을 위해 연방정부를 폐쇄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습니다. 장벽 예산 문제에서 양보할 수 없다는 겁니다.

진행자) 민주당은 왜 반대하는 겁니까?

기자) 민주당은 국경 장벽을 건설하는 데 돈이 많이 들고 효과도 별로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국경을 강화할 수 있다는 건데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민주당 인사가 장벽 없이 국경 보안을 잘할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듣거든, 그저 당론을 따르는 정치인으로 치부하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는데요, “한 해 수십억 달러를 절약하고, 훨씬 더 나은 보안과 통제 체계를 갖출 때”라며 장벽 예산에 대한 압박을 계속했습니다.

진행자) 백악관 회동 이후 1주일이 다 돼가는데, 양 측 태도에 변화가 없나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백악관은 장벽 예산을 받지 못하면, 연방 정부 부분 폐쇄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담당 보좌관이 16일, CBS 방송에 출연했는데요, 현재 계속되고 있는 이민 위기를 멈추기 위해 장벽을 건설해야 한다며, 필요한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 장벽 건설을 추진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밀러 보좌관은 장벽 건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매우 근본적인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밀러 보좌관] “This is a very fundamental issue…”

“미국이 주권 국가로 남느냐 아니냐, 미국 입국 문제에서 규정을 세우고 이를 시행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라는 겁니다. 밀러 보좌관은 미국 근로자들을 위해 싸울 것인지, 불법 이민을 장려할 것인지 택일하라고 민주당에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었죠?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장벽을 세워야 한다며, 멕시코가 건설 자금을 대게 하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멕시코는 절대 돈을 댈 수 없다고 거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단 정부 예산으로 건설하겠다고 했는데,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체결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으로 미국이 멕시코와 무역에서 큰 혜택을 보게 됐다며, 멕시코가 장벽 예산을 대는 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라이언 징키 미 내무장관.
라이언 징키 미 내무장관.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지난 11월 중간선거가 끝난 뒤에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행정부 개편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추가 장관 교체 소식이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라이언 징키 내무장관이 올해 말까지만 일하고 물러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트위터를 통해 밝힌 내용인데요. 징키 장관이 재임 기간 많은 일을 이뤘다며, 국가를 위해 봉사한 데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징키 장관이 경질된 것인지, 스스로 사임한 건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진행자) 사실 징키 장관이 교체될지 모른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징키 장관이 공직자 윤리 규정 위반 문제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월 내무부 감사실도 보고서에서 여러 문제를 지적했는데요, 사적으로 군용기를 이용해 세금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왔고요, 또 집무실 보수에 14만 달러 가까이 쓴 것도 문제가 됐습니다. 또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토지 개발을 허용했다는 의혹, 코네티컷주 미국 원주민 인디언 보호구역 내 도박장 건설을 무산시킨 일 등과 관련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내무장관은 연방 정부가 소유하는 공유지와 미국 국립공원 등의 관리를 맡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징키 장관은 취임 후 국가기념물 등 연방 정부가 보호해야 하는 지역의 규모를 크게 줄여서 환경보호 운동가들의 지탄을 받았는데요, 원래 공화당은 공유지를 연방 정부가 아니라, 주 정부가 관리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또 환경보호보다는 자원 개발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진행자) 새 내무장관은 누가 될까요?

기자) 아직 확실하지 않은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중에 새 내무장관 지명자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백악관 비서실장도 곧 바뀌죠? 존 켈리 비서실장 역시 올해 말까지만 일하고 물러나는데, 일단 대행 체제로 가기로 했나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비서실장 대행으로 임명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 트위터를 통해 밝혔는데요, 멀베이니 국장 역시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대단한 영광”이라며, 대통령, 그리고 전체 백악관 팀과 일하길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새 비서실장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원래는 닉 에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왔었는데, 에이어스 씨는 백악관을 떠나 후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돕는 일을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 밖에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등이 고려됐지만, 모두 고사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비서실장 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며,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백악관 비서실장이라면 원래 막강한 자리 아닙니까? 수많은 백악관 참모들을 총 관리하고, 또 누가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지 결정하는 문지기 역할도 하는데요, 대행이긴 하지만, 비서실장 일을 맡게 된 멀베이니 예산관리국장, 어떤 사람입니까?

기자)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으로 6년 동안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맡았는데요, 얼마 전까지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국장 대행을 겸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악관 관리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멀베이니 국장의 의정 활동 경험 등을 고려해 선임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이제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을 맡게 됐으면, 예산관리국장 직은 그만두는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이 자리 역시 유지합니다. 앞서 백악관은 러스 버트 부국장이 국장 대행을 맡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나중에 이를 번복했습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멀베이니 국장이 예산관리국장 직을 사임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시간을 비서실장 대행으로 일하는 데 쏟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루하루 예산관리국 운영은 버트 부국장에게 맡긴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새 비서실장을 지명하지 않고, 이런 대행 체제로 가는 겁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행이긴 하지만, 정식 비서실장과 똑같은 일을 하게 되고요, 기간도 정해진 게 없습니다. 백악관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멀베이니 국장을 좋아하고, 서로 잘 지내기 때문에 뽑았다고 전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멀베이니 국장이 비서실장 대행 일을 아주 잘 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2년도 채 안 됐는데, 백악관 비서실장이 벌써 세 명째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비서실장이었던 라인스 프리버스 씨는 지난해 7월 말에 7개월도 못 채우고 물러났습니다. 국토안보장관이었던 존 켈리 현 비서실장으로 교체됐는데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딸과 사위인 이방카 고문, 재러드 쿠슈너 선임 고문 등이 간섭해서 비서실장 권한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부동산 기업인으로 활동하던 시절인 지난 2012년, 트럼프 대통령은 바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3년 동안 비서실장을 세 명이나 교체했다며 비판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같은 상황에 놓였습니다.

텍사스 연방 지방 법원에서 오바마케어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을 내렸다.
텍사스 연방 지방 법원에서 오바마케어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을 내렸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주말에 뉴스가 많았는데, 오바마케어가 위헌이란 법원 결정이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텍사스 연방 지방 법원에서 나온 결정인데요. 해당 법원의 리드 오코너 판사는 지난해 연방 의회가 대규모 감세안을 통과시키면서 오바마케어의 의무 가입 조항을 폐지한 셈이라며, 따라서 오바마케어는 이제 헌법에 어긋난다고 밝혔습니다. 오바마케어는 모든 미국인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기 위해 나온 제도인데요, 전임 바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케어가 어떻게 해서 헌법에 어긋난다는 겁니까?

기자) 오바마케어는 건강보험 가입을 장려하기 위해 미가입자에게는 벌금을 내도록 했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공화당 주도로 의회를 통과한 조세개혁 법안에는 관련 벌금을 폐지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실 의무 가입 조항은 오바마케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건데요, 그런 조항이 유명무실해졌으니, 오바마케어 존재 자체가 의미 없어졌다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진행자) 이번 소송이 어떻게 나온 겁니까?

기자) 네, 텍사스 등 19개 주 정부가 낸 소송에 따른 겁니다. 공화당 소속인 켄 팩스턴 텍사스 법무장관이 소송을 이끌었습니다.

진행자) 이번 법원 결정에 대한 반응이 어떻습니까?

기자) 백악관에서는 당연히 환영한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이번 결정으로 오바마케어가 위헌이란 트럼프 대통령 주장의 정당성이 입증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연방 의회에 오바마케어를 대체할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도 반응을 보였나요?

기자) 네, 트위터에 관련 글을 올렸는데요, 오바마케어가 “헌법에 어긋나는 재앙”이란 결정이 나왔다며 환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미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도 보호하는 훌륭한 건강보험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의회에 촉구했고요, 17일에는 오바마케어는 개인 부담금액이 너무 높아서 쓸모가 없다고 비판했는데요, 오바마케어 폐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공약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진행자) 사실 지난해 공화당이 오바마케어 대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무산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여러 법안이 나왔지만,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전원 반대하고, 공화당 내 보수파와 온건파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번번이 통과에 실패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법원 결정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난 주말로 새 회계연도 오바마케어 신청이 마감됐는데, 오바마케어가 당장 폐지되는 것은 아니죠?

기자) 아닙니다. 법원에서 시행 정지 명령을 내리진 않았습니다. 이번 소송 역시 연방 대법원에 가서야 최종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큰데요, 그러면 몇 년씩 걸릴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 부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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