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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브뢰커 교수] “북한 해외노동자는 현대판 노예”


렘코 브뢰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교수.
렘코 브뢰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교수.

세계에서 ‘현대판 노예’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북한을 꼽은 인권단체 ‘워크프리재단’이 북한의 강제노동 실태를 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어린이와 노인들까지 강제 노동에 동원되는 현실을 고발하고, 특히 해외 송출 노동자들을 ‘현대판 노예’로 규정했는데요. 보고서를 공동 작성한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렘코 브뢰커 교수를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 내 강제노동 형태를 세 가지로 분류하셨습니다. 어린이들과 어른들은 농사일이나 70일 전투 같은 노력 동원에 소집되고 있고요. 노동단련 시설 내부에서 이뤄지는 강제노동, 이어 국가가 국민들에게 월급 없이 일을 시키는 무상근무를 지적하셨습니다. 서로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브뢰커 교수) 말씀하신 세 가지 유형이 상호 작용을 하는데, 그 결과 북한 주민의 상당수가 강제 노동을 하고 노력동원에 소집됩니다. 노동단련대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매우 걱정되지만 이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의 숫자는 더 작습니다.

기자) 보고서 내용은 탈북자 50명을 면접한 뒤 작성됐는데요. 이들은 자신의 의사대로 일을 할 수 없었던 거죠?

브뢰커 교수) 50명의 탈북자들은 서로 매우 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북한이 작지 않은 나라이기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죠. 그런데 공통점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이 직장에 소속돼 있는데, 이들은 모두 마음대로 직장을 그만둘 수 없었고, 업무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고, 월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강제 노동에 해당합니다.

기자) 북한 근로자들을 ‘현대판 노예’라고 규정한 배경은 무엇인지요?

브뢰커 교수) 그렇게 규정하기 위해선 더 많은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월급만 받지 못한다면 탈취를 당하거나 돈을 떼인 거죠. 하지만 직장을 그만둘 수 없고, 직장에서 업무를 거부할 수 없고 나라를 떠날 수 없고 주거지를 떠날 수 없으면 ‘현대판 노예’입니다.

기자) 북한에서 직장에 다닌다면 모두 현대판 노예제에 해당한다고 보십니까?

브뢰커 교수) 대부분의 직장이 그렇다고 봅니다. 노동당과 하부조직들은 예외입니다. 이들에 적용되는 규칙은 다르고, 위계질서가 매우 엄격합니다. 그렇다고 ‘현대판 노예제’는 아니죠. 그러나 노동당과 정부 부처 이외의 직장들 대부분은 ‘현대판 노예제’입니다.

기자) 주민들이 공식적인 직장에서는 월급을 받지 못하는데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나요?

브뢰커 교수)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부업이 있습니다. 국가가 지정해준 직장에는 출근하지 않고, 대신 출근한 것처럼 뇌물을 냅니다. 노동단련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정부가 묵인하는 암시장에서 장사를 해서 실질적인 수익을 얻는데 이것으로 생계를 이어갑니다.

기자) 해외의 북한 노동자들도 현대판 노예입니까?

브뢰커 교수) 이번 연구를 통해 드러난 가장 놀라운 점은 북한이 노동자를 수출하면서 ‘현대판 노예제’도 함께 보낸다는 겁니다. 정치적 사상 교육에 참여해야 하고, 당 조직생활을 해야 하며 묻지 않고 지시하는 모든 일을 하고, 돈을 받지 못하죠. 또 해외에서 현지 사람들과 만날 수 없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으며 현지 신문, 라디오, 텔레비젼을 볼 수 없습니다. 북한에서보다 더 제한적이죠.

기자) 북한의 해외 노동자 규모는 어떻게 변했습니까?

브뢰커 교수) 2000년대에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해외 노동자 수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외화벌이가 어려워지자 노동자들을 더 많이 외국으로 보낸 건데요. 대북제재가 사상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해에도 노동자들이 꾸준히 해외에 파견됐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을 받는 나라들은 공식적으로는 이런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기자) 지난해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해외 노동자 제한 조항도 포함되지 않았습니까?

브뢰커 교수) (전원 송환까지) 2년의 유예기간을 뒀죠. 아직도 1년이나 남았습니다. 그렇지만 신규 노동자는 받으면 안 됩니다. 러시아와 폴란드는 공식적으로는 북한 노동자 초청을 부인하고 있지만 올해에도 받아들였습니다. 제재를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 해외 노동자들의 근무 여건은 어떻습니까?

브뢰커 교수) 장소마다 다릅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폴란드나 아프리카 국가들의 근무 환경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감을 맞추기 위해 조선소에서 하루에 24시간도 일하고, 안전 기준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월급은 없거나 매우 조금 받습니다. 매우 좁고 열악한 주거 시설에서 지내고 노동조합도 없습니다. 이 모든 조건을 조합하면 ‘인신매매’이자 ‘현대판 노예’입니다.

기자) 직접 면접한 탈북자 중에 해외 노동자 출신들도 있었는데요. 이들의 증언 중 어떤 점을 주목했습니까?

브뢰커 교수) 북한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정말 해외로 나가고 싶어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내부에 소문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죠. 해외 노동자들이 예전만큼 돈을 잘 벌지 못하고, 다치고 심지어 죽는다고요. 또 다른 점은 해외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하는 나라는 역설적이게도 북한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유럽도 미국도 유엔도 아닌 북한이죠. 북한은 유럽연합의 조사에 걸리지 않기 위해 작업장의 안전 조치를 강화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나라도 북한 노동자 인권 증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이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북한 현대판 노예제의 이해’ 보고서를 공동 작성한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렘코 브뢰커 교수로부터 북한의 강제노동 실태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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