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블라디보스톡행 항공기는 ‘참매-1호’ 아닌 고려항공 정기노선…39년된 노후 기체


북한이 보유한 러시아제 Il-62M 항공기가 지난달 10일 싱가포르에 착륙하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오간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가 실제로는 일반 고려항공 여객기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국 운항이 금지될 정도로 오래된 기종이지만 항공기 부족으로 투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을 출발한 러시아제 일류신(Il)-62M 기종 항공기 한 대가 13일 블라디보스톡을 왕복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항공기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플라이트레이더24(FR24)’에 따르면 한반도 시간으로 이날 오전 9시12분께 청진 앞바다에서 포착된 이 항공기는 약 27분 뒤 블라디보스톡 국제공항에 착륙했습니다. 이어 오후 12시2분 이륙해 북한 상공에 진입하는 모습을 끝으로 레이더에서 사라졌습니다.

앞서 이 항공기는 월요일인 지난 9일에도 비슷한 시각 북한에서 블라디보스톡을 왕복하는 장면이 포착됐었습니다.

현재 북한은 총 2대의 Il-62M 기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대 중 한 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1호’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들은 지난 9일 이 항공편이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하자 김 위원장의 전용기가 러시아를 방문했다며 그 배경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나 ‘VOA’ 취재 결과 지난 9일과 13일 블라디보스톡을 왕복한 건 기체 고유번호가 P-885로, P-883이 기체 번호인 ‘참매-1호’와는 다른 항공기로 확인됐습니다.

‘플라이트레이더24’ 등 항공기 관련 웹사이트에 따르면 P-885는 기체 외부에 고려항공 로고 등이 그려져 있는 일반 고려항공 여객기입니다.

반면 P-883은 ‘고려항공’ 로고 대신 인공기 그림과 함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고, 꼬리에도 붉은 원 안에 큰 별이 그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P-883은 지난 9일과 13일 항공기의 실시간 위치를 보여주는 웹사이트 등에 운항 기록을 남기지 않아, 사실상 비행을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로선 고려항공이 P-885를 블라디보스톡 정기 노선에 투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려항공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오전 8시30분 평양을 출발해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하는 JS271편과 오후 12시20분에 돌아오는 JS272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9일과 13일은 정기 노선이 운영되는 요일과 일치했고, 포착된 시점도 JS271과 JS272편의 운영 시간대와 동일했습니다. 또 블라디보스톡 공항의 출도착 현황판도 9일과 13일 고려항공의 항공편이 이착륙했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고려항공이 노후 항공기를 일반 여객 노선에 투입한 점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Il-62M 기종은 지난 2013년 중국 정부로부터 중국 상공 비행금지가 결정된 총 6대의 고려항공 여객기 중 한 대입니다.

중국 정부의 당시 조치는 여객기 고령화에 따른 안전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로 이번에 포착된 P-885의 경우 1979년에 생산돼 내년이면 운항 40년을 맞습니다.

고려항공이 노후 항공기를 갑작스럽게 해외 노선에 투입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항공기 부족 현상’이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추정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고려항공은 부정기 노선으로 운영하던 상하이 행 항공편을 지난주부터 주 2회 간격으로 재개했습니다. 아울러 베이징 노선도 기존 주3~4회에서 최근 5회로 늘리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운항 금지조치 등으로 현재 고려항공이 투입할 수 있는 항공기는 투폴레프사의 TU-204 기종 2대와 안토노프사의 An-143 기종 2대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그나마 An-143 항공기 1대는 지난 1년 넘게 해외 노선에서 포착되지 않고 있어 실제 고려항공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항공기는 3대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로부터 비행금지 조치를 받지 않은 일류신 항공기가 블라디보스톡 노선에 투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