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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거리의 관객을 찾아가는 ‘콘서트 트럭’...DC 최초의 라오스 식당 주인이 된 난민


콘서트 트럭 공동 창업자인 루비 씨와 챙 씨가 2017년 투어 중 미국 워싱턴 DC의 산길에서 야영객들을 위한 연주를 하고 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보통 클래식 고전음악이라고 하면, 옷을 잘 차려입고 전문 연주회장을 직접 찾아가서 감상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미 동부의 대도시 볼티모어에 가면, 먹을거리를 싣고 거리를 누비는 ‘푸드 트럭’처럼, 피아노를 싣고 다니며 길거리 공연을 펼치는 ‘콘서트 트럭’이 있다고 하는데요. 클래식 음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있는 젊은 음악가들을 만나보죠.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오디오] 거리의 관객을 찾아가는 ‘콘서트 트럭’...DC 최초의 라오스 식당 주인이 된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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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거리의 관객을 찾아가는 ‘콘서트 트럭’”

[현장음: 연습실]

피아노 앞에 앉아 연습에 집중하고 있는 여성 피아니스트 수전 챙 씨. 전문 연주자로서 장시간 피아노 연습은 일상이나 다름없는데요. 오늘은 특별히 닉 루비 씨가 연습실에 찾아 듀오 연주 그러니까 동반 연주도 연습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길거리 공연을 앞둔 날이기 때문이죠.

연습 후 트럭에 소형 그랜드 피아노를 실은 수전 씨와 닉 씨. 오늘의 공연 장소는 볼티모어 시내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 즉 농산물 직거래 장마당입니다.

지글지글 음식이 요리되는 푸드 트럭 옆에 자리 잡은 콘서트 트럭. 피아노를 스피커에 연결하자 단 몇 분 만에 무대가 설치되고, 시민들을 위한 무료 점심 공연이 시작됩니다.

[현장음: 콘서트 트럭 연주]

[녹취: 닉 루비] “현장에서 하는 연주는 사람들을 교감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들으면 녹음 연주는 절대 전달하지 못 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죠. 또 연주자와 듣는 사람들을 하나가 되게 하고요. 저는 이런 현장 연주를 큰 보람을 느낍니다.”

콘서트 트럭의 공동 창업자인 닉 씨와 수전 씨는 트럭 연주는 듣는 관객들도 그렇지만 연주자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수전 쟁] “전문 연주회장에서 공연하면 모든 게 통제가 되잖아요. 관객들도 다 조용하고요. 하지만 거리 공연은 달라요. 자동차 소리와 길거리 소음으로 가득하죠. 그런데 일단 연주를 시작하면, 그런 소리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내 주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해요.”

연주자들은 또 길거리 사람들이 연주를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는 것도 섭섭하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녹취: 닉 루비] “저희가 연주를 하든 말든 가던 길을 바쁘게 가는 분들도 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물론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라도 저희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분들껜 당연히 감사한 마음이고요. 기분도 좋죠.”

레바 코먼 씨도 파머스 마켓에 들렸다가 잠시 자리에 앉아 콘서트 트럭의 공연을 감상했다고 했습니다.

[녹취: 레바 코먼]

채소를 사러 왔다가 등 뒤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피아노곡이 들렸다며 장마당에서 이렇게 훌륭한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했는데요. 파머스 마켓 관리인, 질 시아타 씨는 콘서트 트럭을 이렇게 유치하게 돼 무척 기쁘다고 했습니다.

[녹취: 질 시아타] “우리 ‘파머스 마켓’이 더 좋아지고, 규모도 커지고, 외부 사람들이 더 많이 찾도록 하기 위해 늘 노력하는데요. 콘서트 트럭이야말로 우리의 이런 노력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촉망받는 음악가인 수전 씨와 닉 씨가 무대가 아닌 트럭에 몸을 싣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닉 루비] “이 콘서트 트럭이 앞으로 더 많은 음악가들에게 연주의 장을 제공하는 무대가 되어 더 많은 사람에게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게 저의 꿈입니다.”

이 꿈을 위해 콘서트 트럭은 지금도 거리 곳곳을 찾아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사람들에게 선사하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팁 카오 (Thip Khao).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팁 카오 (Thip Khao).

“두 번째 이야기, 워싱턴 DC의 첫 라오스 식당 주인이 된 난민출신 요리사”

워싱턴 DC에는 세계 각국의 대사관들이 모여있는데요. 대사관만큼 많은 게 각국 음식을 파는 식당입니다. 중국,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음식까지, 전 세계 다양한 맛을 맛볼 수 있는데요. 몇 년 전 문을 연 워싱턴 최초의 라오스 식당은 맛도 좋은 데다 가게의 주인이 난민 출신이라 더욱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녹취: 셍 로앙랏] “음식은 제 열정입니다. 저는 요리를 할 때 제 마음과 영혼을 다 쏟아붓습니다.”

라오스 식당 ‘팁 카오’를 운영하는 셍 로앙랏 씨. 이런 열정을 담아서일까요? 셍 씨의 식당은 늘 많은 사람으로 북적입니다.

[녹취: 메이즌 야쿱] “제 아내와 저는 ‘팁 카오’의 요리를 접하곤 바로 그 맛에 푹 빠졌습니다. 신선한 재료 또 풍부한 향과 맛이 일품이다 보니 계속 식당을 찾게 돼요. 제 친구들도 데려왔는데 친구들도 하나같이 너무 맛있다며 단골이 됐습니다.”

셍 씨는 지난 2014년 워싱턴DC 최초로 라오스 요리 식당을 차렸습니다.

[녹취: 셍 로앙랏] “저는 7살 때 할머니로부터 요리를 배웠습니다. 당시 라오스에 살았는데 어머니는 일을 하느라 바쁘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3명의 동생을 먹이기 위해 요리를 해야 했어요. 당시 할머니로부터 요리를 배우는 게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셍 씨의 가족은 지난 1981년 베트남 전쟁의 여파로 고향 라오스를 떠나 태국으로 탈출했습니다. 그런데 태국의 난민촌에 있는 동안 요리에 대한 열정은 오히려 더 커졌다고 합니다.

[녹취: 셍 로앙랏] “12살 때 이웃집 아주머니들로부터 요리를 배웠어요. 당시 난민촌엔 라오스 전역에서 온 사람들이 다 모여 있었거든요. 그렇다 보니 라오스 전 지역의 다양한 요리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2년 후, 셍 씨 가족은 난민 신분으로 미국에 오게 되고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자리 잡게 되는데요. 부모님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오랜 시간 일을 하시면서 셍 씨는 또다시 가족들을 위한 요리를 책임지게 됐습니다.

결혼 후 워싱턴 DC에 오게 된 셍 씨는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한 태국 식당을 인수하게 됐고 기존의 메뉴에 라오스 요리도 몇 개 추가했다고 합니다.

[녹취: 셍 로앙랏] “그런데 처음엔 라오스 음식이 인기가 없었어요. 손님들이 라오스 음식은커녕 라오스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조차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식당에 온 손님들께 라오스와 라오스 음식에 대해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손님들의 반응은 아주 좋았고 이에 용기를 얻은 셍 씨는 미국의 수도에 첫 라오스 식당을 열게 됐습니다.

[녹취: 셍 로앙랏] “라오스 요리 특유의 맛을 내기 위해 집 텃밭에다 직접 채소와 향을 내는 식용 풀을 기르고 있어요. 미국 시장에선 찾을 수 없는 것들을 직접 재배해 전통 라오스의 맛을 내고 있습니다.”

셍 씨는 올해 2년 연속으로 요식업계의 아카데미 상이라고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상’에서 미 동부 지역 최고의 요리사 준결승에 올랐습니다. 난민촌에서 요리를 배웠던 소녀가 약 40년 후, 미국 내 최고의 라오스 요리 전문가로 인정 받게 된 겁니다.

[녹취: 셍 로앙랏] “저는 주방에서 요리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요리는 제 삶의 일부예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여러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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