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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인권단체들 “5·18 정신 북한에도 흘러가야”


한국 광주 망월동 5·18 묘역에는 1980년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시신이 묻혀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이 북한 정권의 압제에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에게로 흘러가야 한다고 미 전문가와 인권단체들이 밝혔습니다. 이들은 한국인들이 광주민주화운동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유린을 무시한다면 매우 위선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는 한국 정부가 대북 인권 문제 제기에 영향력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최선의 전술적 접근을 하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GwangJu/HR ACT 1 YKK 5/16>[녹취: 영화 ‘택시운전사’ 트레일러] “Promise me.” “You are not alone”

한국에서 관객 1천 2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을 듣고 계십니다.

이 영화는 1980년 당시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알리려는 독일 기자와 그의 취재를 도운 택시운전사의 실화를 그렸습니다.

특히 대학생 시절 권위적 정부에 투쟁하고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던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이 영화를 관람한 뒤 눈물을 닦아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16일 VOA에 엄격한 검열과 통제망을 뚫고 당시의 참상을 외부에 알리려는 이 영화 이야기가 세계 최악의 검열국가인 북한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만약 그때 5·18 사태 때 그 독일 외신기자가 없었다면 한국 주민들도 그렇고 외부세계도 아마 광주사태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었을 겁니다. 요즘 아마 이 세상에서 검열이 가장 심한 나라는 북한일 겁니다. 북한의 검열과 통제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바깥 세계의 정보도 들어가기 힘들고 또 북한에서 그만큼 정보를 얻기가 어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대북방송과 북한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그런 작업이 중요합니다.”

당시 한국의 신군부는 광주 사태를 폭동으로 규정해 계엄령을 선포하고 언론을 모두 통제했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외신을 통해서만 광주의 상황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김상집 전 광주참여자치21 대표는 지난 2007년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 기고에서 당시 많은 사람이 VOA 라디오 방송을 통해 광주 소식을 들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인 인권재단의 알렉스 글래드스타인 전략기획실장은 16일 VOA에 한국에 현재 독재 통치가 없는 것은 많은 사람이 이렇게 민주화를 희생했기 때문이라며 이들을 기리고 기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에만 머물고 북한 주민들에게로 가지 못하면 민주화의 가치를 “배신하고 (북한인들을) 잔혹하게 외면하는 것으로 다음 세대에 전수할 가치도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글래드스타인 실장] “A lot of people had to sacrificed their lives to get there and we need to honor and celebrate those people. But it would be betrayal of belief, I mean values…”

북한은 독립적인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현대 사회의 어떤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인권 범죄 국가로 지목했는데, 정작 그런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국민과 정부가 이를 외면하는 것은 “매우 위선적”이란 겁니다.

실제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의 심각성과 규모, 본질은 현대사회의 어떤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개입과 가해자 처벌을 촉구했었습니다.

미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는 VOA에 “한국의 (과거) 연성 권위주의 체제와 북한의 치명적인 전체주의 체제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성윤 교수] “It is impossible to compare South Korea’s soft authoritarianism with North Korea’s deadly totalitarianism.”

정치범수용소와 성분제, 초법적인 처형, 가장 기본적인 표현과 집회의 자유조차 없는 북한을 1980년의 한국 독재와 비교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 교수는 1980년을 비롯해 한국은 지금까지 수십 년째 활발하게 시위를 하지만 북한에서 이런 반정부 시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고 한국에서 국가 주도의 정책으로 대기근의 희생자가 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성윤 교수] “There are clear qualitative differences. South Kore in 1980 had decades of active protest movements, whereas to this day, public protest against the government is unthinkable in the North.”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 때문에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큰 공을 세운 이른바 86세대가 당시보다 훨씬 심각한 북한의 반인도 범죄를 외면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대한민국의 근대 현대역사를 돌이켜보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 세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625전쟁 때 생존해서 나라를 지켜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고, 86세대를 생각하면 민주화를 일으킨 세대입니다. 그래서 둘 다 대한민국의 역사책에 기록될만한 그런 세대가 됩니다. 그런데 86세대의 가장 기본적인 모순은 바로 이겁니다. 대한민국 민주화 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북한의 인권 상황, 침해, 비인간적 반 인륜 범죄를 생각하지 않고 거론하지도 않고. 이게 이 세대의 기본적 모순으로 볼 수 있습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활동하는 86세대 고위 인사들이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에도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몇 천 년 동안 역사책에 기록될만한 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영국의 ‘아시아 여성상’ 대상을 받은 런던의 탈북민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는 본인이 직접 겪거나 보지 못했기 때문에 민주화 운동을 했어도 북한 주민들이 겪는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눈에서 멀어지고 마음에서 멀어지면 관심이 없어진다고. 한국에서 5·18이 일어났을 때는 본인들이 직접 처한 상황이니까 한마음으로 민주화에 일어섰겠지만, 북한은 그저 한반도 저기 우리 민족이 살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직접 보고 겪지 않았으니까 아마도 무관심으로 나가지 않을까. 또 다른 나라는 직접 가서 볼 수 있잖아요. 어려운 나라 가서 봉사 활동도 하며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죠. 하지만 북한은 우리처럼 나온 사람의 얘기를 듣고 설마 지구상에 저런 나라가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그냥 저쪽의 사람들 일. 내가 관심을 갖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관심을 갖겠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한국에서 관심이 너무 멀어진 것 같아요.”

박 대표는 남북관계를 고려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인류 보편적 사안을 너무 정치적으로 보고 무시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존 페퍼 외교정책포커스(FPIF) 소장은 16일 VOA에 문재인 정부가 도덕적 접근이 아닌 전술적인 접근을 하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페퍼 소장] “I think the South Korean government has a limited ability to influence North Korea’s human rights record and the value."

한국이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영향력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이를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도덕적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전술적으로는 비핵화 같은 다른 우선순위부터 접근하고 있다는 겁니다.

페퍼 소장은 한국이 인권을 무시하기보다 실질적인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한 최선의 길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권은 비핵화, 경제, 환경 등과 모두 연계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그러나 북한에 인권 문제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계속 반복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두 편의 기사를 통해 “인민의 리익과 편의가 최우선, 절대시 되고 있는 인민대중중심의 제도하에서 조선 인민은 진정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권리를 누리며 생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인권 우려 제기를 “대결”과 “압박”으로 치부하며 이런 “조선과의 인권 대결은 승산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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