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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 미국 여행] 미국 대선의 풍향계, 아이오와 (2)


지난 2016년 2월 당시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개표결과 1위를 차지하자 지지자들이 환호를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2월 당시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개표결과 1위를 차지하자 지지자들이 환호를 하고 있다.

미국 중서부 아이오와주는 4년마다 치러지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입니다. 아이오와주를 일컬어 흔히 미국 대선의 풍향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아이오와주 이야기입니다.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디오] 미국 대선의 풍향계, 아이오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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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와주는 주민 수가 310만 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인구순으로 볼 때 미국 50개 주 가운데서 중간쯤 되는 규모인데요. 캘리포니아주나 텍사스, 뉴욕 같은 주도 있는데, 규모 면에서도 훨씬 작고 인지도 면에서도 훨씬 떨어지는 아이오와주가 어떻게 미국 대선의 풍향계라는 이런 거창한 별명을 갖게 된 걸까요?

그건 바로 아이오와주가 미국 50개 주 중에서 제일 먼저 '코커스'라는 당원대회를 통해 정당을 대표할 대통령 후보를 뽑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의 승리는 일종의 기선 제압 같은 의미가 있기도 하고요. 향후 선거 자금 모금이나 여론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권 경쟁자들은 모두 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원합니다. 당연히 언론 매체들도 주목을 하죠. 그러다 보니까 아이오와주를 앞으로 대선의 향방을 가늠할 풍향계라고 부르곤 합니다. 미국의 정치 1번지는 백악관과 의회가 소재한 워싱턴 D.C.지만 "대선 정치 1번지는 아이오와"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네요.

'코커스'라는 건 일종의 지역당원대회인데요. 여기서 대통령 선거에 나갈 자기 당 후보도 뽑고요, 지역 지도부도 뽑고 합니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정치학과 벤저민 긴즈버그 교수의 도움말 먼저 들어볼까요?

[녹취: 긴즈버그 교수] “특정 정당에 등록된 사람들이 주 전역의 여러 장소에 모입니다. 그곳에서 서로 어떤 후보가 좋은지 열심히 토론한 뒤에 투표를 하는데요. 그렇게 그 주 여러 곳에서 실시된 투표 결과를 합산해서 승자를 가리게 됩니다.”

이 코커스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진행방식이 조금 차이가 있는데요. 공화당은 대개 비밀투표를 하지만, 민주당은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후보들끼리 모이고, 수가 적으면 그 후보는 탈락하고, 다시 모이고...이런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요. 그 자리에서 서로 지지자들을 빼 오려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하는데요. 이종호 아이오와주 한인회장의 이야기도 들어보시죠.

[녹취: 이종호 아이오와주 한인회장] "투표 방식이 조금 틀리거든요. 민주당은 다수결, 공화당은 쪽지, 다수 받은 사람들이 승자가 되는데 여기서 승리하면 다른 곳에서도 승리하는 확률이 높다고 해서 여기가 시금석이 되고 있습니다. 후보들이 처음 나왔을 때는 6, 7명 다 나오는데 이 한 개 주를 지나고 나서 이 사람의 지지율이 확 떨어진다든가, 현격히 올라간다든지 당락의 경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풍향계와 같은 위치에 있어 아이오와 코커스가 유명합니다. "

그래서 미국 대통령 후보를 뽑는 첫 번째 관문이라는 점에서 아이오와주 사람들, 자부심도 대단하고요.

평소에는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아이오와주가 선거철만 되면 북적북적 마치 잔칫집 같다고 하네요.

[녹취: 이종호 씨] "여기는 워낙에 정치적으로 동떨어져 있는데 막 뉴스에 나오니까 우리도 잔칫집에 온 것 같아요. 전 세계적으로 나오니까 거꾸로 "아, 우리 동네 맞아?" 이럽니다. 여기는 농촌 지역이고, 한인들의 입장으로 보면 대개 도시에 사니까 농촌적인 것은 별로 못 느끼지만, 정치적인 면에서는 워싱턴 D.C.나 이런 쪽보다는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평소 관심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하지만 4년에 한 번씩 쥐구멍에도 볕 든다고 반짝 햇볕이 드니까 그때는 좀 사람들이 좋아하시죠."

하지만 아이오와주에서 첫 번째 경선이 열린다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고 해요. 왜냐면 아이오와주 주민이 거의 백인인 데다 농업 위주다 보니까 아이오와주의 이해관계가 미국 전체와는 다를 수 있는데, 아이오와가 경선 초반의 판세에 중요한 역할을 해서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아이오와주의 백인 비율은 90%가 넘습니다. 흑인은 3% 내외, 중남미계 5% 아시아계 2% 정도인데요. 남부 애리조나주에서 살다가 아이오와주로 가족과 함께 이주했다는 한 젊은 백인 여성은 처음 아이오와에 왔을 때의 소감을 이렇게 말하네요.

[녹취: 아이오와주 여성] "저는 처음에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제가 살던 곳에서는 이렇게 모두 완전히 백인들만 모여 있는 곳은 없었거든요. 곳곳에서 온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함께 사회를 이루고 살죠. 조금 인종에 대해 편협함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요."

이종호 아이오와주 한인회장의 이야기도 한번 들어보실까요?

[녹취: 이종호 한인회장] "저는 강원도가 고향인데요. 산골 사람들, 산골은 대개 폐쇄적, 배타적이에요. 타문화, 타인종에 대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다 보니까, 그냥 아이오와는 한국 강원도 지역 같은 곳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폐쇄적 성향이 그런 게 아니라 환경이 조금은 고립돼 있다 보니까. 대도시와는 다릅니다. 처음 미국 왔을 때는 어려움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코 잡고 김치 냄새 난다고 하고, 하지만 지금은 김치 모르는 사람 없죠. 한국 국력 커지면서 차별 없어지고요. 김치, 소주 다 알고... 상대방이 저쪽 세상 모르니까 차별이 생기는 거거든요. 인종, 문화의 다양성이 있을 때 미국이 강해지는 것이니까 각자 배경이 틀린 대로, 각자 자기 삶이 튼튼해질수록 그 사회가 행복해지고 강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

아이오와주 매디슨카운티를 배경으로 한 '매디슨카운티의 다리'영화의 한 장면.
아이오와주 매디슨카운티를 배경으로 한 '매디슨카운티의 다리'영화의 한 장면.

타박타박 미국 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

앞서 아시아계는 아이오와 전체 310만 인구 중 2% 정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 가운데 한인 수는 얼마나 되는지 이종호 아이오와주 한인회장에게 물어봤습니다.

[녹취: 이종호 한인회장] "아이오와 특성이, 예를 들어 워싱턴 D.C.라든가 캘리포니아, 시카고는 모여살잖아요. 여기는 디모인에 3~400명, 아이오와시티, 에임스에 학생과 가족들, 1천 명 정도 나눠 살고...그외 지역에 골고루 분포돼 있어요. 그전에는 정치인도 안나오고, 어렵게만 살았는데 이제는 사회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자라나는 2세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갖게 하는 게 한인회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력 풀,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2세들이 정치적 역량, 경제적 역량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 주고, 그래서 다음에 차기 대통령 후보가 이 곳에 올 때는 아시안이나 한인 커뮤니티에 관심을 갖는 후보를 밀어줄 수 있도록 우리가 한 획을 그을 수 있도록 힘을 다할 것입니다."

[녹취: 매디슨카운티의 다리 영화]

미국 중년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다룬 '매디슨카운티의 다리'라는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세계적인 대배우들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매릴 스트립이 열연해서 전 세계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인데요. 이 영화의 아름다운 배경이 된 게 바로 이 아이오와주 매디슨카운티라는 곳입니다. 다리에 지붕이 있어서 더 운치가 있는데요.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고 하네요.

[녹취: 이종호 씨] "매디슨카운티 브리지 가면 아주 정서적이고 정말 낭만적입니다. 날씨 화창할 때 부부나 연인끼리 팔짱 끼고 올 만해요. 지붕이 덮인 다리가 미국에 좀 있는데, 그곳은 특별히 영화장소여서 더 유명해진 곳입니다. 로맨틱하고, 웅장하지는 않지만 애틋함이 있어 감명을 주는 곳이죠. 불법인데 사람들이 와서 이름을 써놓고 가곤 합니다."

또 미국의 전설적인 명배우, 서부영화의 대명사 같은 존 웨인의 생가도 이곳에 있다고 하네요. 아이오와 관광청 홍보관 제시카 오릴리 씨 이야기입니다.

[녹취:제시카 오릴리 씨] "존 웨인은 아이오와주 사람입니다. 아이오와 윈체스터에서 태어났죠. 9살 때 캘리포니아로 가기 전까지 아이오와에서 살았습니다. 비록 캘리포니아에서 죽었지만 아이오와주에 존 웨인 생가가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끝으로 아이오와주 자랑을 해보라는 말에 이종호 씨, 이렇게 이야기하네요.

[녹취: 이종호 씨] "끝없는 옥수수밭, 참 입이 벌어질 만큼 멋있는 게 있고요. 여기는 특히 진짜 미국 같아요. 대도시 공항 가면 미국 맞아? 하는데, 여기는 그냥 백인들 미국이구나 느끼게 됩니다. 한국 여행자들, 관광지로 볼 건 없지만 원래 미국인의 삶이 어떤가, 이런 것 보고 싶으면...아이오와는 지리상 정중앙, 하트랜드(Heart Land)라서 관광으로 미국에 오시면 동부나 서부 쪽 가게 되고, 여기 오게 잘 안되지만 조용한 삶에 며칠 쉬고 싶다면 들렀다 가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문화와 풍물,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여행, 시간이 다 됐네요.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영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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