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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우주인 켈리 “우주에서 본 한반도, 지정학적 관점에서 가장 충격적인 곳”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 씨가 지난 2015년 7월 국제우주정거장 안에서 찍은 셀피 사진.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 씨가 지난 2015년 7월 국제우주정거장 안에서 찍은 셀피 사진.

우주에서 본 한반도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 지구상에서 가장 충격적인 곳”이라고 전 미국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 씨가 말했습니다. 우주에서 불빛이 환한 한국과 암흑천지인 북한을 바라보면 국민들의 삶과 체제가 어떻게 다른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미 우주인으로는 최장기간인 340일 동안 우주에 머물렀던 켈리 씨는 지난 2015년 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남북한의 대조적인 위성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었습니다. 미 해군 대령 출신인 켈리 씨의 우주 생활을 담은 자서전은 넉 달 전 미국에서 출간돼 가장 많이 판매되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한국어판도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우주인 켈리 씨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반갑습니다. 평창 올림픽 개막과 북한의 참가로 한반도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반도 하면 켈리 우주인께서 과거 촬영한 남북한의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는 한반도 사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남한은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환한 불빛이 반짝였지만, 북한은 거의 칠흑 같은 어둠뿐이어서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는데요. 당시 위성 사진을 촬영할 때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켈리 씨) “충격적이었습니다. 민주주의와 독재 체제의 대조적인 모습을 완전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아주 충격적인 사례였죠. 보시죠. 한 나라가 예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쪽은 자본주의의, 북쪽은 공산주의 노선으로 갈라졌습니다. 그 후 국민의 삶의 질을 통해 어떤 쪽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는지 아주 분명하게 갈렸습니다. 북한은 전력이 거의 없습니다. 평양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암흑입니다. 아주 놀랍죠. 보세요. 남북한 면적이 거의 비슷하고 한반도 중간에 비무장지대가 있습니다. 당신은 서울을 비롯해 남한에 항상 빛이 환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암흑입니다. 엘리트들이 거주하는 평양 일부만 빛이 약간 보일 뿐이죠. 아주 슬픈 상황입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 씨가 촬영한 한반도의 밤 사진. 한국은 불빛으로 환하지만, 북한은 암흑에 쌓여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 씨가 촬영한 한반도의 밤 사진. 한국은 불빛으로 환하지만, 북한은 암흑에 쌓여있다.

기자) 말씀을 들으니 남북한 상황에 관해 아주 잘 아시는 것 같습니다. 한반도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으셨나요?

켈리 씨) “저는 뉴스를 많이 시청하고 다른 문화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삶의 동기가 무엇인지 관심이 많죠. 개인적으로 저는 남북한에 가본 적이 없고 북한 사람들을 만난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 같은 나라를 보면 아주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지도자를 신처럼 숭배하고 많은 국민을 아주 영리하게 세뇌해 세계 최고의 낙원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주민들이 먹을 게 거의 없습니다. 이런 현실이 믿기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북한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에 관한 책도 읽었죠. 특히 3대가 (연좌제를 통해) 정치범수용소에서 살고 있다는 얘기는 충격적이지요.

기자) 과거 우주에 계실 때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구의 가장 인상적인 모습 3곳 가운데 하나로 북한을 꼽으셨습니다. 지구에 아름다운 곳, 신비로운 곳이 많은데 한반도를 뽑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켈리 씨) “제가 앞서 얘기한 것 외에 더 자세히 말씀드릴 게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충격적이고 슬픈 현실 말입니다. 같은 문화를 가진 두 사람이 있는데, 당신 눈으로 직접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떤 쪽이 더 나은 체제인지를 아주 선명하게 볼 수 있죠. 왜냐하면 한국에는 전력이 풍부합니다. 그게 우리가 우주에서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다른 부분들은 각자 연구하고 읽고 뉴스를 통해 배우게 되는 거죠. 하지만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한반도를 우주에서 보세요. 누가 더 나은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기자) 그럼 그런 남북한의 현실을 이미 아셨기 때문에 일부러 한반도의 모습을 촬영하신 건가요?

켈리 씨) “그렇습니다. 솔직히 한반도 사진을 처음 촬영할 때 제가 원하는 사진을 얻기까지 여러 달이 걸렸습니다. 왜냐하면, 날씨가 항상 좋은 것도 아니고 우주정거장(ISS)도 촬영에 적합한 장소에 있어야 합니다. 또 빛도 적절해야 하구요. 말씀하신 그 사진은 충분한 달빛 때문에 지면도 보이면서 평양 외에 불빛이 없는 북한의 어두운 모습도 동시에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한반도 말고 또 어떤 장소가 지구에서 인상적이셨나요?

켈리 씨) “바하마의 푸른 바다가 아름다워서 종종 인상적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정학적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보다 더 충격적이고 눈길을 끄는 곳은 (지구상에) 없었습니다.”

기자) 남북한이 상당히 대조적이라고 말씀하셨는데 한국은 아마도 평창 올림픽 때문에 더 국제사회에서 조명을 받을 것 같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등 수뇌부도 주목을 받고 있죠. 반면 북한은 여전히 어둡고 관심이 없다며 한국의 한 목사가 국경 도시(혜산)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우주에서 직접 한반도를 내려다본 장본인으로서 북한인들에게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신가요?

켈리 씨) “몇 가지 간단한 것들을 북한인들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로, 우리는 북한의 적이 아닙니다. 미국은 북한의 원수가 아닙니다. 우리는 북한이 자유롭고 번영하는 국가가 되길 원합니다. 우리는 북한인들의 성공을 시기하지 않습니다. 제 개인적인 관점에서 말씀 드리면 우주에서 북한을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북한 주민들이 정치 체제 때문에 고통을 겪는 것을 아주 분명히 볼 수 있습니다. 전력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인권 측면에서 보면 전력과 물, 식량, 보건 지원을 받는 것은 인간의 아주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당신은 그런 차이를 우주에서 아주 명확히 볼 수 있습니다.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물론 북한 정권은 우리가 세계 최고의 국가라고 주민들에게 선전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우리가 우주정거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는 북한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 스스로 일어나야 합니다. 물론 힘들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 국민들도 스스로 정치 제도를 바꿨습니다. 저는 북한 주민들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북한 밖의 사람들이 아니라 안에 있는 주민들이 그 일을 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의 핵·미사일도 미국과 국제사회의 큰 우려 사안입니다. 특히 지난해 장거리 로켓을 활용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여러 차례 시험발사 했는데요. 우주인이시기 때문에 로켓에 관해 전문가이실 것 같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켈리 씨) “저는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나 한국, 이에 관계된 모든 국가에 나쁜 상황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때문에 가장 타격을 받는 대상은 바로 북한 주민들입니다. 주민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겪을 것이고 지금도 그분들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기자) 올림픽이 개막됐습니다. 미국 대표단과 동맹인 한국에는 어떤 얘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켈리 씨) “저는 미국 선수들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아주 잘하길 바라고 올림픽에 미국을 대표해 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은 기회가 되면 방문하고 싶습니다. 한국 선수들에게도 행운을 빕니다. 저는 은퇴 후 많은 대중 연설을 하고 있고 책(Endurance: A Year in Space, A Life Time of Discovery)도 썼습니다. 이 책이 곧 한국에서도 번역돼 출간될 예정입니다. 그래서 한국도 방문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주에 340일 동안 머물며 남북한의 대조적인 위성사진을 지구에 전송했던 우주인 스콧 켈리 씨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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