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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미국의 총기 규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사격 강사가 AR-15 소총 조준 시범을 보이고 있다. 미군 주력 개인화기인 M-16 소총 원조 격으로, 최근 총기난사 사건에서 자주 사용된 기종이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최근 미국 서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시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용의자를 포함해 모두 59명이 목숨을 잃는 대참사가 났습니다. 이번 사건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기록됐습니다.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지만, 미국 안에서 총기 규제 강화는 요원하기만 한 실정입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 시간은 바로 이 ‘총기 규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정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역사와 총기 소유”

미국 내 총기 소유의 역사는 무척 뿌리가 깊습니다.

북미 대륙에 처음 정착한 유럽인들은 원주민과 범법자 그리고 맹수와 싸워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일반 시민들도 자체 무장이 필요했습니다.

[효과: 양키 두들]

또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전쟁에서 무장한 시민들이 주축이 된 민병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미국인들은 건국 초기부터 총기 소유를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미국 수정헌법 제2조”

미국 시민들이 총기를 보유할 권리는 연방 헌법에도 보장돼 있습니다.

미국 수정헌법 2조는 규율이 잘 서 있는 민병대가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녹취:웨버 전 의원]

미국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 출신으로 지금은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빈 웨버 씨는 많은 미국인이 국가 정체성의 핵심적인 요소를 바로 총기소유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미국의 오랜 전통이자 정서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사회에 광범위하게 보급된 총기”

미국 연방 법무부 사법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미국 안에서 민간인이 소유한 총기 숫자는 2009년 기준으로 약 3억1천만 정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미국 민간연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올해 미국 내 성인 약 4천 명을 상대로 시행한 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30%가 총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총이 있는 집에 산다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도 42%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빈발하는 미국 내 총기 관련 사건-사고”

미국 워싱턴 DC에 근거를 둔 민간단체 ‘총기폭력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10일까지 미국 안에서 약 4만8천 건의 총기 관련 사건, 사고가 발생했고, 그 결과 약 1만2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들어 미국 안에서 하루 평균 약 43명이 총기 관련 사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총기 규제를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

미국은 독특한 역사적 배경 탓에 총기 소지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기보다는 이를 규제하는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지난 1934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범죄조직이 총으로 무장하는 것을 막으려고 모든 총기 생산·판매자에게 세금을 매기고 총기 유통상에게 총기 판매 상황을 기록으로 남겨두도록 한 게 첫 규제였습니다.

이어 1960년대 들어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동생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 그리고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하자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은 1968년 이런 여론을 바탕으로 ‘총기규제법안’에 서명합니다.

하지만 이 법은 총기 구매 허용 나이를 제한하는 비교적 간단한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1981년 3월 로널드 레이건(가운데) 당시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시내에서 저격당한 직후 부축을 받아 전용차에 오르고 있다.
지난 1981년 3월 로널드 레이건(가운데) 당시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시내에서 저격당한 직후 부축을 받아 전용차에 오르고 있다.

[효과: 레이건 대통령 저격 현장 음향]

시간이 흘러 1981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정신이상자에게 저격당하면서 좀 더 강력한 내용의 총기규제법이 마련됐는데요. 바로 '브래디법'입니다.

‘브래디법’은 당시 현장에서 총에 맞아 불구가 된 제임스 브래디 백악관 대변인의 이름을 딴 건데요. 총기 구매자의 전과 기록과 정신 병력 조사 등 신원 조회 기간을 의무화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은 연방 총기면허가 있는 곳에서 총을 살 때만 적용되고요. 총기 면허가 없는 민간 거래, 개인 대 개인의 거래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허점이 있습니다.

“진척이 없는 미국 내 총기 규제”

1999년 컬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을 시작으로 2007년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 2012년 콜로라도 극장 사건 그리고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사건 등 무고한 시민과 어린 학생들이 무차별 총격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미국 안에서는 그때마다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연방 의회에서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막강한 힘을 가진 전미총기협회”

총기 규제 법안이 의회에서 번번이 통과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전미총기협회’라는 막강한 이익 단체의 존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진행된 전미총기협회(NRA)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진행된 전미총기협회(NRA)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수정헌법 2조와 천문학적인 자금력을 등에 업은 전미총기협회는 미국 중앙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지금까지 총기 규제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봉쇄했습니다.

[효과: 자동소총 사격 음향]

총기협회 측은 총기를 규제한다고 해서 총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많은 아이가 목숨을 잃었을 때 당시 웨인 라피에르 총기협회 부회장은 총을 가진 나쁜 사람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총을 가진 좋은 사람이라며 학내 총기사건을 막으려면 모든 학교에 무장한 경찰이나 보안요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총기 규제 강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 센터가 올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총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견해차가 확연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선 총기를 소유한 사람의 절반 이상이 총기 판매를 추적할 수 있는 연방 차원의 정보저장망 구축을 지지한다고 답했지만, 총기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80%가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의 총기 구매를 규제하는 데는 비슷한 생각을 보였습니다. 총기 소유 여부에 상관없이 응답자의 약 90%가 정신 질환자의 손에 총기가 들어가게 해선 안 된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비행기 탑승 금지 명단에 올라와 있거나 감시 명단에 올라와 있는 사람의 총기 구매 금지를 지지하는 총기 소유자들이 80%에 달하면서 총기가 없는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고. 총기 판매 쇼나 개인적인 매매를 통해 총기를 구매하는 경우에도 신원조회를 해야 한다는 응답자들 역시 총기를 소유한 응답자나 그렇지 않은 응답자들 모두에게서 반수가 훨씬 넘게 나왔습니다.

“다시 등장한 총기 규제 강화 움직임”

최근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상자가 나오자 연방 의회에서 총기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바로 민주당 소속으로 캘리포니아주가 지역구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의원이 지난 10월 4일 새로운 총기 규제법안을 소개한 것입니다.

[녹취: 파인스타인 의원]

파인스타인 의원은 반자동 소총을 자동소총으로 개조할 때 필요한 부품의 판매와 이전, 수입, 제조 등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은 ‘범프 스탁(bump stock)’이라는 값싼 부품을 써서 반자동 소총을 자동소총으로 개조했습니다.

반자동 소총의 방아쇠 뒷부분부터 개머리판까지 부착하는 플라스틱 재질 부품인 '범프 스탁(bump stock)'.
반자동 소총의 방아쇠 뒷부분부터 개머리판까지 부착하는 플라스틱 재질 부품인 '범프 스탁(bump stock)'.

[효과: 자동소총 사격 음향]

이전과는 달리 파인스타인 의원이 마련한 법안은 몇몇 공화당 의원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총기 규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총기 규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총기 소지 권리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2조를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샌더스 대변인]

하지만 샌더스 대변인은 백악관이 라스베이거스 참사를 계기로 제기된 자동소총 불법 개조 금지 법안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파인스타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전면적인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이 아닌 자동소총 불법 개조 방지라는 한정적인 내용을 가진 법안입니다.

그럼에도 이 정도 내용의 법안도 실현되면 총기 규제 강화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라고 많은 전문가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의 총기 규제 현황과 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김정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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