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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케어' 규제완화 행정명령...보험사 보조금 지급 중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백악관에서 오바마케어 관련 규정 완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앞서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백악관에서 오바마케어 관련 규정 완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앞서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행 건강보험법의 일부 규정을 완화하는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은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연방정부가 보험회사에 주는 보조금을 폐지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미국과 영국 경찰이 미국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 씨의 성 추문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첫 소식입니다. 미국의 현행 건강보험제도, 일명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겠다는 건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의회에서 오바마케어 폐지안 통과가 무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다른 카드를 꺼내 들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로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건강보험법 개혁에 나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12일) 백악관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이 동석한 가운데 현행 오바마케어의 일부 규정을 완화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행정명령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대통령이 12일 백악관에서 '오바마케어' 관련 규정 완화 행정명령 서명 직후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대통령이 12일 백악관에서 '오바마케어' 관련 규정 완화 행정명령 서명 직후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ll sign an executive order.."

기자) 이번 행정명령은 오바마케어 폐지를 통해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첫걸음이라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새 행정명령이 건강보험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이 낮은 가격으로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건후생부와 재무부, 노동부 등 연방 기관들이 행동을 취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행정명령의 내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까요?

기자) 네, 새 행정명령은 우선 보험회사들이 혜택을 줄이더라도 좀 더 싼 보험상품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요. 현행 오바마케어 아래서는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하는 혜택들, 예를 들어서 정신과 치료나 출산 등의 혜택을 포함시키지 않아도 됩니다.

진행자) 이런 식으로 보험회사들이 저렴한 보험 상품을 내놓음으로써 서로 경쟁하도록 하겠다는 거군요?

진행자) 맞습니다. 또한, 중소기업들이 연합체를 형성해 주 경계를 넘어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했는데요. 그러니까 기업들이 단합해서 건강보험 회사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저가의 단기 건강보험도 더욱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기존의 정책에 변화를 줌으로써 실제로 국민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요?

기자) 새로운 행정명령은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겐 만족스러운 변화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본인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니지만 필수 항목에 속해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구매해야 했지만, 이제는 싼 가격의 보험제품을 구매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나이가 많고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보험회사가 혜택이 많은 보험상품에 대해선 보험료를 대폭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싼 상품을 내놓기 위해 주요 혜택을 포기하게 만듦으로써 보험산업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엔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인이 저렴한 가격으로 정말 대단한 건강 보험을 갖게 될 것이라며 수백만 명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연방 정부는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발표한 행정명령이 바로 시행에 들어가는 겁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변경된 내용이 실제 이행에 들어가기까지 여러 달이 걸릴 수도 있는데요. 행정명령의 시행을 앞두고 국민 공청회와 더불어 이익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미국의 현행 건강보험 제도인 오바마케어, 무엇이 논란이 되고 있는지 정리해보고 갈까요?

기자) 네, 오바마케어는 보험료가 비싸서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게 하려고 바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에 마련된 법인데요.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대신, 연방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연방정부가 국민 개개인의 보험 가입을 강요해선 안 되고 또한, 연방 정부가 보조금을 부담함으로써 정부의 재정적자가 심화했다며 폐지를 추진해 왔죠.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난 후, 연방 하원에서는 지난 5월에 가까스로 오바마케어 대체 법안이 통과됐지만, 연방 상원에서 관련 법안이 네 차례나 통과가 무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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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어제(12일)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를 무력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소식을 방금 전해 드렸는데, 이와 관련해서 어제(12일) 밤에 백악관에서도 중요한 발표가 나왔죠?

기자) 네. 저소득층을 위해 연방정부가 보험회사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없앤다는 내용의 성명이 나왔습니다. 성명은 연방 보건후생부가 오바마케어 체제에서 저소득층 보조금 지급을 위해 보험사에 줄 예산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면서 이같이 발표했습니다. 한편 보건후생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보조금 지급이 당장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급이 중단되는 돈이 구체적으로 어떤 성격입니까?

'오바마케어' 전국민 건강보험 폐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워싱턴 연방 의사당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오바마케어' 전국민 건강보험 폐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워싱턴 연방 의사당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기자) 네. 간단하게 설명하면, 연방 정부가 보험회사에 보조금을 줘서 보험회사가 소득이 적은 사람들한테 받아야 할 보험료나 병원비를 줄여주는 겁니다. 과거에는 보험료와 병원비가 너무 비싸서 저소득층이 의료혜택을 받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이걸 해결하려고 연방 정부가 보험회사에 보조금을 지급했던 것입니다. 이 보조금 지급은 의료보험 의무 가입 조항과 함께 오바마케어의 중요한 근간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보조금 규모가 얼마 정도나 되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올해 70억 달러 규모였고 내년에는 90억 달러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오는 10년 동안 약 1천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상당히 큰돈이죠?

진행자) 그동안 보조금 지급 문제를 두고 공화당 쪽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는데, 특히 보조금 지급의 법적 근거과 관련해 소송까지 진행됐습니다. 공화당 쪽에서는 연방 의회에서 공식적으로 관련 예산을 승인한 일이 없는데, 오바마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보조금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현재 관련 재판에서 1심 법원이 공화당 측의 손을 들어준 상태입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예산 작성은 원래 의회의 고유 권한이죠?

기자) 맞습니다. 의회가 세출법을 만들어 줘야 여기서 근거해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데요. 오바마 정부가 세출법 없이, 그러니까 의회 승인 없이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거죠. 한편 연방 보건후생부는 세출법에 근거하지 않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오늘(13일) 법원에 통보했습니다.

진행자) 자, 이제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기자)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에게 물리는 보험료가 올라갈 것이고요. 또 보험가입자가 병원에 가서 내야 할 돈(co-payment)도 인상될 것입니다. 그리고 오바마케어가 만들어 놓은 ‘보험 시장’(market place)에서 빠져 나오는 보험회사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 조처와 관련해서 보험 업무를 처리하는 일선에서는 어떤 말이 나오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선에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주 정부나 오바마케어에 속한 보험 시장에 참가하는 보험 회사들은 대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조처로 기존 건강보험 체제의 존속을 장담할 수 없을뿐더러 당장 내년 보험가입 신청을 받아야 하는 상태에서 보조금이 없어져 난감한 상황이라고 하는군요.

진행자) 정치권 반응은 어떻습니까?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상반된 논평이 나왔을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공화당 지도부 쪽에서는 환영한다는 반응이었고요. 민주당 지도부 쪽에서는 강한 반발이 나왔습니다. 공화당 소속인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은 이번 조처를 칭찬하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의회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대표는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이번 조처가 미국 내 중산층과 노동계급을 겨냥한 무의미한 ‘태업’(sabotage)이라면서 오바마케어를 비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자. 어제(12일)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과 보조금 중단 조처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기자) 사실 앞날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공화당 안에서도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요. 가장 큰 장애물은 역시 주 정부나 민간단체들이 제기할 소송입니다. 이제 오바마케어를 무력화하는 연방정부의 조처에 반대하는 소송이 줄을 이을 텐데요.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캘리포니아주의 하비어 베세라 법무장관은 어제(13일) 성명을 내고 백악관과 맞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며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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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거물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 씨의 성 추문 사건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논란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죠?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

기자) 네. 미국 뉴욕 경찰과 영국 런던 경찰이 와인스틴 씨와 관련된 성 추문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고 어제(12일) 밝혔습니다. 뉴욕 경찰은 지난 2004년 이래 발생한 성 추문 사건과 함께 추가 의혹이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고요. 런던 경찰은 지난 1980년대 런던 일대에서 와인스틴 씨가 저지른 성폭력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와인스틴 씨는 '사랑에 빠진 셰익스피어(Shakespeare in Love)' 등 여러 유명 영화를 제작한 사람인데요. 와인스틴 씨와 관련된 의혹이 정확하게 뭔가요?

기자) 네. 와인스틴 씨가 오랜 시간 여배우와 영화사 여직원들을 성폭행하거나 성적으로 희롱했다는 겁니다. 미국 뉴욕타임스신문이 이번 달 초에 관련 의혹을 보도하면서 처음 알려졌는데요. 미국 영화계의 거물인 와인스틴 씨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서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와인스틴 씨는 강제적인 관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사건이 커지면서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해고됐습니다.

진행자) 저도 관련 기사를 봤는데, 피해자 가운데 유명 여배우들이 있어서 더 문제가 됐죠?

기자) 맞습니다. 유명 여배우 애슐리 저드 씨가 20여 년 전에 와인스틴 씨가 자신을 성적으로 희롱했다고 폭로했고요. 로즈 맥고완 씨는 와인스틴 씨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뉴욕타임스 기사가 공개된 뒤에 비슷한 제보가 쏟아졌는데요. 유명 여배우 귀네스 팰트로, 앤젤리나 졸리 씨 등 유명 여배우들도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커졌습니다.

진행자) 와인스틴 씨가 민주당 쪽과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는데요? 맞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와인스틴 씨는 오래된 민주당 지지자로 민주당 쪽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뉴욕 자택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위한 모금 행사도 열었고요. 특히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각별한 사이라고 하는군요.

진행자) 와인스틴 씨와 각별하게 지낸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오바마 전 대통령, 반응이 어떻습니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기자) 논란이 커지자 클린턴 전 장관은 와인스틴 씨 쪽에서 온 정치자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고 밝혔고요.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인터넷 트위터를 통해 와인스틴 씨를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또 눈길을 끄는 사실은 와인스틴 씨가 그간 ‘페미니즘(feminism)’을 지지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페미니즘’라면 여성 권리 신장을 주장하는 이념을 말하는데, 와인스틴 씨의 행적과는 배치되지 않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와인스틴 씨가 ‘위선자’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와인스틴 씨는 여성 성폭행 피해자를 위해 활동한 변호사의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하고 페미니즘 운동에 기부하기도 한 바 있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을 단순히 와인스틴 씨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할리우드 미국 영화업계에 만연한 남성 우월주의도 한 몫을 했다는 건데요. 이에 따라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김정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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