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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클라호마, 로데오와 눈물의 길


오클라호마 버니빌 출신의 카우걸 제인 멜비가 말을
타고 있다.
오클라호마 버니빌 출신의 카우걸 제인 멜비가 말을 타고 있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서부 개척시대 카우보이들의 향수를 담은 로데오의 고장 오클라호마주 이야기 들려드립니다.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디오] 오클라호마, 로데오와 눈물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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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투우가 있다면, 미국에는 로데오가 있습니다. 투우나 로데오 둘 다 거친 소나 말을 상대로 하는 경기인데요. 투우가 투우사의 화려함과 현란한 몸짓으로 설명된다면 로데오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 야성의 카우보이들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고 합니다.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오클라호마는 로데오 문화가 아주 발달한 곳인데요.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야생의 경기 로데오가 펼쳐지는 곳 오클라호마주로 가보겠습니다.

[녹취: 오클라호마 로데오 경기 현장음]

오클라호마의 엘크시티라는 곳에서 로데오 경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거의 80년에 가까운 전통을 가진 오클라호마의 이 '엘크시티 로데오 챔피언' 경기는 해마다 9월에 열리는데요. 약 1만4천 명이 이 시합을 보러 오고요. 경기 참가자도 300명이나 되는, 오클라호마에서는 가장 큰 로데오 경기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녹취: 오클라호마 로데오 경기 현장음]

로데오는 길들여지지 않은 말이나 소의 등에 올라타서 누가 더 오래 버티나 겨루는 경기입니다. 미국 서부개척시대 때 카우보이들이 동물을 포획하는 솜씨를 겨루던 데서 유래한다고 해요. 야생말이나 소에게 올가미를 씌워 잡은 뒤 그 등에 올라타서 굴복할 때까지 버티는 건데요. 상당히 위험하지만, 역동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어 카우보이들에게 큰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카우보이... 한국으로 치면 목동 비슷한 건데요. 목동이라고 하면 소나 양, 염소 같은 가축을 치는 어린 사내아이를 연상하게 되죠. 하지만 미국의 카우보이들은 말을 타고 다니면서 짐승 잡는 올가미 줄을 휙휙 돌리는 힘이 아주 센 그야말로 야성의 '사나이'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즐겨하던 로데오 경기는 서부개척시대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전통놀이로서 오클라호마뿐만 아니라 대부분 중서부 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경기입니다.

레트 버틀러 씨는 오클라호마 엘크시티에서 4대째 살고 있는 오클라호마 진짜 토박이인데요. 이 엘크시티의 로데오 경기를 조직하고 주관하고 있습니다. 레트 버틀러 씨의 이야기 한번 들어볼까요?

[녹취: 레트 버틀러 씨] "저희 집안은 1929년부터 로데오 사업을 해왔는데요. 제가 4대째입니다. 이제 우리 아들이 5대째가 되겠죠. 이 로데오 경기는 우리 고향 엘크시티의 볼거리이자 자랑거리입니다. 로데오 경기를 위해 저희 목장에서 키우는 소와 말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이 로데오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야생적이면서도 역동적인 경험을 할 수 있거든요. 또 내 마음대로 뭐가 잘 안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 처음 로데오에 참가하면 좀 이상한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내가 내 마음대로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경험을 하기 때문입니다"

오클라호마는 주의 대부분이 목초지라서 소나 말은 물론 닭, 돼지 등 가축 산업이 발전했습니다. 오클라호마의 가축시장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죠.

오클라호마는 산과 숲, 구릉과 습지까지... 황량한 대평원이 끝없이 펼쳐지는 주변 다른 주들과는 달리 제법 다양한 지형을 갖추고 있는데요. 물론 오클라호마의 산들은 한국이나 미국 다른 주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높은 산이 아니고요. 구릉 같은 산들인데, 대체로 붉은 빛을 많이 띠고 있습니다. 원래 이 오클라호마는 땅이 붉기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오클라호마에서 30년 가까이 살고 있는 배정순 씨의 이야기 한번 들어볼까요?

[녹취: 배정순 씨] "거의 빨간 땅이 많다고 하는데 저는 30년을 살아도 한 지역에서만 살아서... 제가 사는 곳은 노만이라는 곳인데요. 두 번 이사했는데 제가 가는 집마다 흙은 한국 흙 비슷해요. 농사 잘되는 흙... 그런데 또 바로 옆집은 아닌 곳도 있고요. 워낙 땅이 크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빨간 땅이 많더라고요. "

흥미롭게도 오클라호마라는 이름도 그 땅에 살던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 말로 "붉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현재 오클라호마의 인구는 약 400만 명인데요. 아칸소나 캔자스 같은 주변 다른 주들에 비하면 비교적 인구가 많은 거라고 해요. 2013년 인구조사국 자료를 보면, 백인이 약 65%, 흑인 10%, 아메리카 원주민, 즉 인디언이 6%, 아시안이 2% 정도 되는데요. 오클라호마는 캘리포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런데요. 이렇게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오클라호마에 많이 살게 된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여러분 혹시 '눈물의 길(Trail of Tears)'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뭔가 슬픈 사연이 있을 것만 같은 이름이죠?

19세기 중반 미국의 서부개척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개척자들 간의 갈등과 대립이 점점 심해졌는데요. 그러자 미국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지금의 오클라호마 지역에 인디언 보호구역을 만들고 인디언들을 이주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미시시피강 동쪽... 조지아주, 미시시피주, 플로리다주, 앨라배마주 등에 살고 있던 많은 인디언들이 오클라호마로 가게 됩니다.

인디언들은 정든 고향을 떠나 추위와 배고픔, 질병과 싸워가며 무려 9개의 주에 걸쳐 3천500km에 달하는 멀고도 먼 길을 걸어야 했는데요. 이 험난하고 고단했던 길을 후대 사람들은 '눈물의 길'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렇게 그 눈물의 길을 따라온 인디언들은 오클라호마에 새롭게 정착하게 된 거고요. 오클라호마는 오늘날 인디언과 서부개척시대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녹취: 인디언 스탠딩베어 기념박물관 홍보 영상]

오클라호마 북부 판카시티에는 '스탠딩베어(Standing Beat) 기념박물관'이란 게 있는데요. 스탠딩베어는 강제이주에 항의해 정부와 맞서 싸웠던 인디언 추장의 이름입니다. 이 스탠딩베어의 끈질긴 투쟁 끝에 인디언들도 '미합중국법 안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고 하는데요. 스탠딩베어 기념박물관의 제시 빌러 씨의 도움말 들어보시죠.

[녹취: 제시 빌러 씨] "스탠딩베어는 모든 사람은 신 앞에 평등하다고 믿었습니다. 스탠딩베어는 또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아픈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고, 그 다름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그것을 즐기고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

오클라호마에는 이런 인디언의 문화유산을 기리는 기념물이나 박물관이 그 어느 주보다 많은데요. 하지만 인디언들과 주류사회의 교류는 별로 없는 편이라고 합니다. 인디언 보호구역의 인디언들은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며 사는데요. 보호구역을 떠나면 정부의 보조금이 끊기기 때문에 대부분 인디언들은 보호구역에서 살고 있다고 하네요.

[녹취: 배정순 씨 ] "인디언들도 사는데,그 사람들도 그 사람들 사는 지역이 대체로 만들어져 있어서 거의볼 수 없더라고요. 백화점이나 가야 좀... 1% 안 되게 100명이면 한 명 정도 볼 수 있고, 학교나 가면 보려는지... 교류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근데 또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한국의 가족적인 그런 분위기는 맞는 것 같아요."

타박타박 미국 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

오클라호마에는 현재 약 5천 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오클라호마 전 한인회장 배정순 씨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배정순 씨] "5천 명 정도 되는데요. 요즘 젊은 분들은 전문직, 회계사나 변호사... 여러 가지 일로 자리 잡고 있고요. 전에는 거의 청소하는 일을 많이 했는데요. 요즘은 청소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하면 책임자들이 많고요. 주유소 하시는 분들도 있고... 웬만한 각 분야에 다 잘 적응하며 잘 삽니다. "

최근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는 이민자 같은 소수민족들에 대한 반대 정서가 있다는 보도 간혹 나오는데요. 오클라호마는 어떤지, 오클라호마에서 30년 가까이 살고 있는 배정순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녹취: 배정순 씨] "저는 이곳에만 살아서 이게 미국인 줄 알았는데 다른 대도시에서 오신 분들은 좀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직장 잡으려고 할 때 느껴진데요. 그래도 요즘은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저희가 사는 이 동네는 바이블 벨트(Bible Belt) 지역이 맞다 할 정도로 가정적이고 성경 말씀 위주... 그런 게 두드러지게 느껴지는데요. 교육 안 된 시골 사람들은 약간 배타적인 게 심하더라고요."

30년 전, 한국 부산에서 이민 온 배정순 씨에게 이 오클라호마는 꽤나 시골스럽고 불편한 곳이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어떨까요?

[녹취: 배정순 씨]

"첫인상은 시골스럽고 조용하고 너무나 생소했죠. 한국 바쁜 거리, 제가 부산에서 살았으니까 좀 많이 불편한 것도 많았고... 그런데 지금은 괜찮습니다. 여기는 진짜 시골 동네처럼 마음 편하고... 은퇴하실 분들 자리 잡고 살기 좋을 것 같아요. 누구든 마음만 갖고 열심히 살려고 하면 일자리도 많은 것 같고 돈 없는 사람 시작하기도 쉬운 것 같고 누구든 쉽게 와서 정착할 수 있는 동네 같습니다. "

네. 배정순 씨 이야기를 끝으로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영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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