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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단위 탈북민 한국 입국 늘어”


한국 입국 탈북민들의 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 센터에서 탈북민 여성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입국 탈북민들의 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 센터에서 탈북민 여성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자료사진)

탈북 여성들의 한국 입국이 늘면서 가족단위 탈북 행렬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탈북민들은 같은 북한 출신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거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 여성들의 한국 입국이 늘면서 가족단위 탈북민들의 한국 망명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가족단위 탈북민의 한국 입국은 지난 2000~2002년 38%를 기점으로 2003~2005년 46%, 2012~2014년 52%로 증가세를 나타냈습니다. 2015~2016년에는 44%로 조사됐습니다.

이 같은 추세는 한국 정부의 탈북민 정착지원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이 최근 발행한 ‘북한이탈주민 통계자료-인포그래픽스 15호: 북한이탈 주민 가족 편’에서 공개됐습니다.

가족단위 탈북민의 한국 입국 이유는 지난 2014년을 기준으로 할 때 ‘가족을 따라서’가 20%로 가장 많았으며 ‘가족을 찾아서’가 14%, 그리고 ‘자녀에게 좋은 미래를 주기 위해서’가 9%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거 성인 남성들이 체제 비판 등 정치적 이유로 탈북했던 1990년대와는 달리 2000년대 들어 먹을 것을 찾아 북-중 국경을 넘나들면서 탈북 연령층이 다양해졌고, 특히 여성의 탈북이 늘며 최근 이들이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가족의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이라는 풀이입니다.

남북하나재단 장인숙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녹취: 장인숙 선임연구위원 / 한국 남북하나재단] “연령층이 다양해졌죠. 중국에서 경제 활동 하다가 넘어오면서 최근 들어 여성이 많아졌고 그 때 넘어온 여성들이 가족을 다시 입국할 수 있도록 하면서 가족을 따라오거나 가족을 찾거나 그렇게 왔고요. 여성들이 자녀의 미래 위해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미래 찾아가고자 오기도 하고요.”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의 배우자를 출신 지역으로 볼 때 북한이 45%로 가장 많았으며 중국이 28%, 한국이 26%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한국 출신 배우자를 맞은 탈북민은 전체의 97%가 여성이었으며 탈북 남성이 한국 여성을 배우자로 맞은 경우는 3%에 불과했습니다.

취학 전 자녀를 둔 탈북 가족은 전체의 20%로 탈북민 5명 중 1명은 미취학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자녀의 출생 지역은 한국이 86%, 중국 8%, 북한 5% 등으로 한국에서 출생한 탈북민 자녀는 지난 2012년 78%보다 증가했습니다.

장인숙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중국 등 제3국에서 출생해 한국에 온 탈북 청소년과 달리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한국에서 결혼해 낳은 취학 전 자녀가 전체의 86%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들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탈북 여성들의 직업관과 부부관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여성취업에 대한 인식, 즉 가정 일에 관계없이 계속 취업하기를 원한다는 대답이 여성 응답자에서는 63%, 남성 응답자에서는 51%로 나타났습니다.

또 취업보다 가정 일에 전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남성이 10%, 여성은 5%에 불과했습니다.

탈북민들의 노후 준비에 대한 설문에서는 ‘노후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65%, ‘노후를 준비했다’는 응답은 34%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한국 국민의 ‘노후를 준비했다’는 응답 73%와 ‘준비하지 못했다’는 응답 27%와는 극명한 대비를 이뤘습니다.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이유로는 ‘준비할 능력이 없다’는 응답이 41%를 차지했고 ‘앞으로 준비할 계획’이라는 응답은 35%,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 23%, ‘자녀에게 의탁할 계획’이라는 응답은 1%로 조사됐습니다.

주된 노후 준비 방법으로는 절반에 가까운 47%가 국민연금을 꼽았고 예금과 적금, 저축성 보험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또한 자녀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만 60세 이상 탈북민 가운데 자녀와 같이 사는 이유로는 ‘자녀가 도움이 필요해서’라는 응답이 44%로 가장 많았으며 ‘본인의 독립 생활이 불가능해서’ 32%, ‘자녀와 함께 살고 싶어서’ 23% 순이었습니다.

아울러 탈북민이 가족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가족 간 의사소통의 차이와 갈등’이 42%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생활비 등 경제적 어려움’ 19%, ‘생활습관 등 사고방식의 차이’라는 응답은 8% 순이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현인애 박사는 가족이 함께 한국에 올 경우 성공적인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아내 그리고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현인애 객원연구위원 / 한국 통일연구원] “가족에서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여성이에요. 어느 나라 이민자들이 가면 현지적응이 제일 빠른 게 여성이거든요. 생활력도 강할 뿐만 아니라 유연해요. 그래서 가족안정 정책을 여성이 실제 그런 역할 하기 때문에 여성지원 정책을 강화하는 게 곧 탈북자 가족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현인애 박사는 다만 자녀와 아내, 남편 순으로 가족 구성원 간 정착 속도가 달라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탈북민에 대한 부부교육, 아버지 교육, 남녀평등 교육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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