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외국인의 눈에는 어떻게 비쳐질까요? 전직 기자 출신으로 한국의 한 대기업 중역을 지낸 미국인이 외국인의 서울살이에 대한 책을 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불량배 옆 집에 사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
전직 미국 언론인이 한국인들의 안보불감증에 대해 내린 나름의 평가입니다.
20여 년 간 `워싱턴 포스트’ 신문 기자로 일하다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겨 3년 간 한국에 머물렀던 프랭크 에렌스 씨가 책을 냈습니다.
한국사회와 기업문화, 한국인들의 가치관을 외국인의 시각에서 관찰한 `서울 맨’ (Seoul Man) 이란 제목의 이 책은 한국인들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태도에 대한 내용도 있습니다.
에렌스 씨는 2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도발 당시 자신이 근무하던 사무실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녹취:에렌스] “Right when it was happened fighter jets screamed low over our 21 story..”
전투기가 서울의 현대타워 위로 굉음을 내며 저공 비행하는 것이 무서워 벌떡 일어나서 창 밖을 내다봤는데, 주변의 한국인 동료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에렌스 씨는 몇 시간이 지나서야 뉴스를 통해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으며, 전투기가 왜 서울 도심을 지나갔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에렌스 씨는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당시의 경험도 소개했습니다.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보도된 지 8시간이 지나도록 자신이 거주하던 미군기지의 한국인 경비원이 이 소식을 전혀 몰랐는데, 이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녹취:에렌스] “I was immediately struck with this idea that I could live here…”
에렌스 씨는 한국인 경비원의 이 같은 반응을 접한 순간, “한국에 40년을 살아도 이 나라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에렌스 씨는 한국인들이 북한의 도발을 계속 ‘흡수’하고 감수하는 방법을 체득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불량배 옆 집에 사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에렌스 씨는 자신도 점점 한국인들과 비슷한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에 도착한 직후에는 ‘전쟁 지대’에 왔다고 생각했지만, 6개월 후에는 무덤덤해졌다는 것입니다.
[녹취:에렌스]”I think there’s a feeling among South Koreans that the North will never…”
에렌스 씨는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흔적도 없이 없애버릴 수 있다는 점을 아는 북한이 한국에 대해 절대로 전면적인 공격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다는 생각도 한국인들을 안심시키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