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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웹툰 연재하는 탈북작가 "만화로 남북 공감"


한국에서 웹툰 '로동심문'을 연재하는 북한 출신 만화가 최성국 씨.
한국에서 웹툰 '로동심문'을 연재하는 북한 출신 만화가 최성국 씨.

한국에서 탈북자가 그린 웹툰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웹툰은 인터넷에 연재되는 만화를 말하는데요. 평양 출신 최성국 씨가 그리는 ‘로동심문’은 탈북자들이 한국 정착 중 겪는 사연을 전하며 한국인들과 탈북자들 모두에게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남의 열혈 남한 정착기’를 다룬 웹툰 ‘로동심문’이 한국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탈북자가 웹툰을 그리는 것도 처음이고, 탈북자를 주제로 한 것도 처음입니다.

북한 출신 만화가 최성국 씨가 한국에서 연재 중인 웹툰 '로동심문'.
북한 출신 만화가 최성국 씨가 한국에서 연재 중인 웹툰 '로동심문'.

웹툰은 인터넷에 게재되는 만화를 뜻하는데,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웹툰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이래 매주 하나씩 ‘로동심문’의 새로운 이야기가 공개될 때마다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보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로동심문’ 만화를 본 뒤 “북한에 대한 공부가 많이 된다”, “평소에 북에 관심이 많은데 재미있게 풀어주신다” 등 북한에 대해 잘 알게 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아주 재미있다는 뜻인 ‘꿀잼’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로동심문’을 그리고 있는 최성국 씨는 평양 ‘4.26만화영화촬영소’에서 8년 간 만화를 그렸던 만화 전문가입니다.

최성국 씨는 31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남한 사람들의 시각으로 북한을 만화에 담아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성국] “북한 이야기 그린다 하면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정착 이야기를 북한 이야기를 다루는 거에요. 이거 이해할 사람은 북한 사람 밖에 없어요.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사회주의를 다루면 자본주의, 사회주의 사람도 이해하는 만화가 되는 거에요.”

2010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최성국 씨도 처음에는 한국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 웃긴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최성국 씨는 한국의 한 만화 제작회사에서 근무했을 때 겪었던 일을 전했습니다.

[녹취: 최성국] “도무지 시나리오가 뭐가 재미난지 하나도 모르겠는 거에요. 완전 쓸데없는. 애국심도 없고 충성도 없고 간첩 잡는 내용도 없고, 뭐 이런 내용. 나뭇잎을 땄는데 애들이 막 웃어. 하나도 이해가 안 되고, 내가 재미난 건 여기 사람들이 보기에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고.”

최성국 씨는 이후 한국의 한 대북 라디오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한국사회를 잘 알게 되고, 한국에 통하는 문장력도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재능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북한 출신 만화가 최성국 씨가 한국에서 연재 중인 웹툰 '로동심문' 중에서.
북한 출신 만화가 최성국 씨가 한국에서 연재 중인 웹툰 '로동심문' 중에서.

최성국 씨가 그리는 ‘로동심문’은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한국에 입국해 처음 머무는 하나원에서 경쟁적으로 한국에 대한 충성심을 표현하는 모습, 길가던 행인에게 담배를 얻기 위해 허세를 부리다 애걸복걸 하는 모습 등 북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삶의 방식이 한국에서는 이상하게 비쳐지는 걸 경험하는 것입니다.

최성국 씨는 탈북자들도 이 만화를 보며 크게 공감한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최성국] “나한테 이런 게 있었구나. 나한테는 충성심을 보여주려는 게 아직도 있었구나. 내가 이런 경우는 이런 건데 쓸데 없는 자존심을 너무 세웠었구나. 실제 있는 이야기들이고요 정착이 3년, 4년, 5년 된 사람들한테서도 일어나는 일이에요. 표현 방법이 처음에는 공격적으로 적극적으로 표현된다면 나중엔 조용 조용 표현될 뿐이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최성국 씨는 자신의 만화에서 탈북자들의 성공사례,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 문화 차이를 넘어서는 과정들을 보면서 탈북자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탈북자들이 미국에 대해 보이는 반응을 영어로 된 만화로 그려낼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녹취: 최성국] “북한에서는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는 게 미국이 세상에서 제일 나쁘다는 교육만 받거든요… 미국에 대해 상당히 나쁘게 생각하고 무섭게 생각하는데 이런 탈북자들이 미국을 딱 접했을 때 받는 충격들. 미국인을 만났을 때 받는 느낌들. 이런 것들을 한 20회 규모로 그려내고 싶어요.”

최성국 씨는 또 남북한의 격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 만화도 계속 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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