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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판 영화 '더 월', 아일랜드 갤웨이영화제 인권상 수상


북한 체제를 비판한 영화 '더 월'의 한 장면. 아일랜드 갤웨이영화제 인권상을 수상했다.
북한 체제를 비판한 영화 '더 월'의 한 장면. 아일랜드 갤웨이영화제 인권상을 수상했다.

개인의 삶을 통제하는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영화가 아일랜드의 국제영화제에서 인권상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 감독은 북한에서 당국의 협조 아래 촬영을 마친 뒤 2년 간의 편집을 통해 북한 당국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일랜드 출신의 데이비드 킨셀라 감독의 영화 ‘더 월’이 아일랜드에서 열린 ‘제28회 갤웨이 필름 플라’에서 ‘최고 인권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갤웨이영화제의 최고 인권영화상은 국제 인권단체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이 공동으로 수여하는 것입니다.

한국어로 `벽’ 이란 뜻의 ‘더 월’은 옳고 그름 사이를 가르는 벽을 지칭합니다. 킨셀라 감독은 영화제 주최 측과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누군가 정해준대로 따르는 것이 아닌 개인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자유에 대한 영화”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체제를 비판한 영화 '더 월'의 포스터. 아일랜드 갤웨이영화제 인권상을 수상했다.
북한 체제를 비판한 영화 '더 월'의 포스터. 아일랜드 갤웨이영화제 인권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북한을 탈출하는 한 여성과 북아일랜드에서 자란 한 소년의 삶을 대칭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킨셀라 감독은 당초 북한 당국의 협조를 받아 북한의 젊은 여류시인에 대한 기록영화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도착한 직후 이 여류시인이 실제로는 연기자이고, 그의 가족과 이웃도 모두 동원된 연기자란 것을 알게 됐습니다.

킨셀라 감독은 북한이 선전선동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며, 자신은 완전히 다른 영화를 만들기 위해 현지에서 내용과 촬영기법을 모두 바꿨다고 밝혔습니다.

킨셀라 감독은 북한을 떠난 뒤 영화 실사 위에 만화를 덧입힐 구상을 머리에 담은 채 촬영했습니다. 채워 넣을 그림을 염두에 두고 화면에 빈 공간을 두고 촬영한 것입니다. 킨셀라 감독은 이런 방식으로 북한 당국의 통제를 벗어나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킨셀라 감독은 그 예로, 북한에서 여주인공이 10만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빈 공연장에서 노래를 부르도록 했습니다. 이후 편집 작업에서 빈 공연장에 10만 명의 관중을 하나 하나 그려 넣었습니다.

특히 영화에 출연하는 모든 북한인들 몸 위에 꼭두각시 인형이 달고 다니는 줄을 그려 넣었다고 킨셀라 감독은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는데, 총 2만 개의 줄을 그려야 했습니다.

이같이 컴퓨터 그래픽 CG를 그려 넣는 작업이 무려 2년이 걸렸고, 결국 2014년 북한 현지에서 촬영했던 영화를 올해 갤웨이영화제에서 처음 공개할 수 있었습니다.

킨셀라 감독은 특히 고국인 북아일랜드에서 추가 촬영을 해서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탈북 여성과 대칭되는 자신의 어린시절, 즉 북아일랜드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것입니다.

킨셀라 감독은 북한에서 “모든 외국인은 간첩이고 악하다”란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의 어린시절이 생각났다고 말했습니다. 기독교 개신교와 가톨릭이 반목하고 유혈분쟁을 벌이는 북아일랜드에서도 ‘옳고 그름’과 ‘네 편 내 편’을 다른 사람들이 정해서 알려줬다는 것입니다.

킨셀라 감독은 영화제 측에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담대히 개인의 삶과 세상을 바꿀 생각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올해로 28회째를 맞은 갤웨이영화제는 지난 5일에서 10일까지 열렸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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