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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보다 더 해로운 '세퓨' 살균제 피해 확인...달라진 '스승의 날' 분위기


'세퓨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었던 버터플라이이펙트 전 대표가 1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세퓨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었던 버터플라이이펙트 전 대표가 1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한국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서울통신’, VOA 도성민 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진행자)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심각성이 날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관련 제품을 만든 회사에 대한 퇴출운동이 일어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검찰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데, 또 새로운 피해사실이 밝혀졌다고 하지요? 이 소식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진행자)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옥시’로 대표되던 ‘가습기 살균제’ 사태. ‘옥시’가 사용한 것 보다 더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을 쓴 살균제품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세퓨’라는 업체의 가습기 살균제인데. 옥시 보다 4배 이상 독한 화학물질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었고, 보건당국이 제품 판매 중단과 회수를 했던 2011년 중순까지 1년 남짓 판매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한국사회가 깊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가 문제이고 어디까지가 안전한 것인지, 한국사회의 안전가치가 총체적으로 잘 못되어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옥시의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들도 많은데, 독성이 더 강한 살균제라면 피해자도 당연히 있었겠네요.

기자)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의 살균제 보다 4배 강한 세퓨 살균제는 인체 무해 기준으로 한다면 160배가 강한 것입니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옥시로 인한 확인 피해자는 사망자를 포함해 177명이고, 새롭게 밝혀진 ‘세퓨’ 제품 피해자는 사망 14명을 포함해 27명인데요. 80% 이상의 점유율로 사용자가 많았던 옥시 살균제에 비해서 판매량이 많지 않았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불거지고 5년 만에 밝혀지고 있는 이러한 사실에 제품 판매 인허가를 관리하고 있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원성도 높아가고 있습니다. 안전을 관리해야 할 정부가, 정확한 연구를 하고 결과를 발표해야 했던 대학교수가 지켜야 했던 책임과 윤리의식을 내려놓았던 것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다는 목소리이고, 안전불감증이 만들어낸 최악의 화학물질 사고인 이번 사태는 안방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태’라고 비유되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옥시 전 대표와 세퓨 대표에 구속영장과 환경부 장관 해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화학물질을 사용한 다른 생활용품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구요?

기자) 늘 쓰던 제품이라면 그냥 사게 됐던 생활용품들, 제품의 포장재에 찍힌 성분을 꼼꼼히 살피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소비자들에 앞서 백화점과 대형할인매장 등 유통업체도 나서 안정성 여부를 챙기고 있지만 믿고 써 왔던 제품으로 치명적인 생명의 위협을 받은 결과에 화학물질을 사용한 제품의 판매량이 뚝 떨어지고 있는 정도입니다.

진행자)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생활용품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기자) 대표적인 것이 표백제, 제습제, 방향제, 탈취제 등이 있는데요. 세균을 잡고 벌레를 잡기 위해 썼다가 가족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인지 최근에는 화학용품이 아니라 천연원료로 만든 친환경 제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식초와 레몬 성분을 활용한 세정제와 베이킹소다를 활용한 소독제와 악취 제거제, 심지어 식용유와 양잿물로 만든 비누를 만들어 쓰는 사람들도 등장을 했구요 다가오는 여름철 가뜩이나 지카바이러스 때문에 모기 잡는 살충제품을 구입해놓으려던 사람들의 마음은 지금 주저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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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서울통신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내일 모레 15일이 한국의 ‘스승의 날’ 이라지요? 선생님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감사를 표하는 날일텐데 요즘 스승의 날 분위가 예전과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어떤 이야기 일까요?

기자)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고 존경을 표하는 날이 스승의 날입니다. 기념일이 몇 번 바뀌기는 했지만 1965년부터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탄생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제정한 만큼 의미가 큰 날인데요. 선생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꽂아드리고, 어버이 은혜와 다르지 않다는 내용의 스승의 날 기념 노래를 부르며 마음껏 감사를 표했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 각 학교에서 진행하는 스승의 날 행사는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는 분위기입니다.

진행자) 왜 그렇습니까?

기자) 혹시 있을 수 있는 논란을 아예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감사를 표했던 학생들의 작은 정성이 어느 새부터인가 일부 부모들이 관여하는 촌지와 고가의 선물이 오가면서 그 의미가 퇴색했기 때문인데요. 특히 올해 8월말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뇌물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대상에 교사들이 포함되면서 자칫 있을 수 있는 논란을 피해하겠다는 분위기입니다. 올해 스승의 날은 15일 일요일인데요. 예년 같으면 금요일인 오늘 학교별 행사가 열렸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아예 스승의 날 현장 학습을 나간다든지 학생들에게 그 어떤 것도 준비하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별도의 학교 행사도 피해가려는 분위기입니다.

진행자)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고 배웠었는데, 요즘에는 선생님들이 더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군요.

기자) 그래서 더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는 요즘의 스승의 날입니다. 하지만 궁하면 구하라고 하는 말처럼, 그런 논란을 피해가면서도 ‘스승의 날’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를 연 학교들이 있어 화제인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을 생각해보고 편지를 써 보내는 행사를 연 학교, 점심 급식시간에 초등학생들이 고사리 손으로 선생님의 밥을 퍼 드리며 스승의 노래를 불렀던 학교가 있는 가 하면, 학생ㄷ들에게 빛을 비춰주셔서 감사하다는 ‘반짝반짝 상’을 준비한 어느 중학교 학생들의 스승의 날 행사 소식이 사람들을 흐뭇하게 했습니다.

진행자) 예전과는 다르지만 새로운 분위기의 스승의 날 행사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기자) 요즘 한국 어린이들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새로운개념의 스승의 날 행사가 정착 될지도 모를 일인데요. 스승의 날마다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맞으며 꽃 한송이씩을 나눠주며 안아주고 사랑해’ ‘힘내’라며 선생님들이 행사를 열고 있는 학교도 있구요. 스승의 날 참 스승은 오히려 학생들이라며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는 세족행사를 열고 있는 학교 소식도 들렸습니다.

진행자) 훈훈한 느낌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교권이 바닥에 떨어졌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이 사라진 학교 현장의 사건사고들이 많이 생기고 있기 때문인데요.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한국교원단체 연합이 전국 교사 3652명에게 물어본 선생님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선생님 감사합니다. (29.1)’ ‘나도 선생님처럼 될래요(23.7%);였고요. 제자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널 믿는다 넌 할 수 있어’. ‘사랑한다’. ‘힘들지 힘내라!’였습니다.

진행자) 서울통신,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성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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