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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계 우대 정책


9일 미국 워싱턴 대법원에서 소수계 우대 정책에 대한 심리가 열린 가운데, 건물 밖에서 아시아계 대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9일 미국 워싱턴 대법원에서 소수계 우대 정책에 대한 심리가 열린 가운데, 건물 밖에서 아시아계 대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함께 합니다.

진행자) 어서 오세요. 김정우 기자.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진행자) 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네. 뭐, 미국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많이 들어보신 용어일 텐데요. 바로 ‘Affirmative Action'입니다.

진행자) 이게 그러니까 ‘소수계 우대 정책’이란 거죠?

기자) 맞습니다. 영어 ‘affirmative’라면 ‘동의하다’ ‘긍정하다’란 뜻이고요. 다음 ‘action’은 ‘행동’이나 ‘행위’를 의미하는데요. 미국에서 시행되는 ‘소수계 우대 정책’을 바로 ‘Affirmative Action’이라고 합니다. 이 '소수계 우대 정책'은 미국 역사에서 소외되고 차별받아온 집단에 돌아가는 기회가 더 많아지도록 미국 내 조직이나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정책은 주로 일자리나 교육 분야에서 시행되는데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소수계가 직장을 얻거나 대학에 입학하는 걸 제도적으로 돕는 걸 뜻합니다.

진행자) 돕는다면은 그럼 특혜를 준다는 말인가요?

기자) 그렇게 볼 수도 있죠. 가령 뽑는 인원 중에서 소수계를 어느 정도 비율로 무조건 뽑도록 한다거나 아니면 소수계 지원자에게는 선발 과정에서 점수를 더 주는 방법이 있는데요. 이런 게 특혜를 주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말이죠? 소수계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집단을 뜻하는 겁니까?

기자) 네. 소수계라면 원래 한 집단에서 차지하는 머릿수가 적거나 아니면 사회적으로 약한 처지에 있는 집단을 말하죠? 미국 사회를 예를 들면 흑인이나 중남미계, 여성, 그리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들 수 있는데요. 그런데 미국의 ‘소수계 우대 정책’이 원래 염두에 두었던 집단은 바로 흑인들입니다.

진행자) 요즘엔 흑인들의 지위가 많이 좋아졌지만, 사실 한 50년 전만 해도 상황이 딴판이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60년대 들어서 흑인들의 권리를 찾자는 민권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면서 상황이 크게 바뀌었는데요. 사실 이 ‘소수계 우대 정책’은 바로 이런 민권운동이 가져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Affirmative Action’은 60년대에 정식으로 나온 제도군요?

기자) 맞습니다. ‘Affirmative Action’이란 말은 1961년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처음 썼는데요. 케네디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정부와 계약을 맺은 사업자들에게 직원을 뽑거나 다룰 때 인종이나 국적, 그리고 종교적인 신념에 근거하지 않는 ‘긍정하는, 인정하는 행동’, 즉 ‘Affirmative Action’을 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대통령인 린든 존슨 대통령이 정부 계약업자들이 직원을 뽑을 때 소수계 숫자를 늘리도록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요. 이어서 각 대학도 신입생을 뽑을 때 이 ‘소수계 우대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원래는 정부 계약을 따낸 업자에게 소수계 직원을 더 뽑으라고 요구했던 규정인데, 이 규정이 대학교 신입생을 뽑는데도 점차 적용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런 ‘소수계 우대 정책’을 적용하는 대학들은 신입생을 받을 때 흑인이나 중남미계 학생에게 점수를 더 주는 방법으로 소수계 신입생의 합격을 독려합니다. 이런 정책이 시행된 뒤부터 지금까지 흑인과 중남미계 학생들의 대학 입학률이 꾸준하게 늘었는데요. 지난 2011년 통계를 보면 백인 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69%가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갔는데요. 이 비율이 흑인은 65%, 그리고 중남미계가 63%였습니다. 참고로 ‘Affirmative Action’이 시작된 지난 1965년에는 대학생 가운데 5%, 법과대학원 학생 가운데 1%, 그리고 의과대학원 학생 가운데 고작 2%만 흑인 학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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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네.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소수계 우대 정책’을 알아보고 있는데요. 김정우 기자. 오랫동안 차별받아온 흑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고 시작된 ‘소수계 우대 정책’이 점점 쟁점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수계 우대 정책’ ‘Affirmative Action’을 둘러싼 논쟁이 종종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런 논쟁은 주로 대학생 선발 과정을 중심으로 벌어지는데요. 이 정책을 옹호하거나 반대하는 진영이 법정 소송이나 홍보활동을 통해서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소수계 우대 정책’을 반대하는 측에서 어떤 주장을 펴고 있나요?

기자) 네. 이런저런 항목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역차별’ 논리입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Affirmative Action’으로 이제 흑인이 아닌 다른 인종이 차별받는다는 말이죠?

기자) 맞습니다. 가령 점수가 같은 백인 학생과 흑인 학생이 있다고 하면 ‘소수계 우대 정책’으로 점수를 더 받는 흑인 학생이 유리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점수가 높은 백인 학생이 자신보다 점수가 떨어지지만, ‘Affirmative Action’의 혜택을 받은 흑인 학생에 밀려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을 텐데요. 이런 경우엔 오히려 백인이 인종 때문에 차별받는다는 거죠. 그리고 요즘에는 공부를 잘 하는 아시아계 학생들도 이 '소수계 우대 정책' 탓에 대학 입학 과정에서 흑인이나 중남미계에 비해 불이익을 당한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진행자) 반대로 ‘소수계 우대 정책’을 지키자는 진영은 어떻게 주장하고 있습니까?

기자) 일단 지난 수백 년간 계속됐던 차별에 대한 보상을 위해서 ‘Affirmative Action’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소수계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경우가 많고 이런 집에서 자란 아이들이 대학에 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사회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도 이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낙태나 총기 소유와 같이 미국 안에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은 쟁점들이 연방 대법원에 올라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이 ‘소수계 우대 정책’도 몇 번인가 대법원에서 논의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지난 1978년에 나온 판결에서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이 의과대학원 신입생을 선발할 때 인종별로 할당량을 정해놓은 것이 연방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대법원은 각 대학이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인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중요한 재판은 2003년 미시간 법과대학원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이었는데요. 이 소송에서는 대법원이 찬성 5 대 반대 4로 대학 당국이 인종을 학생 선발 기준 가운데 하나로 이용하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몇 년 전에도 ‘소수계 우대 정책’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이 소송이 2008년에 제기됐습니다.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대학교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한 백인 여학생이 낸 소송이었는데요. 당시 이 여학생은 자신이 백인이라 역차별을 받아 탈락했고, 이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평등권에 어긋나는 것이란 소송을 냈습니다. 1심 법원과 연방 항소법원이 대학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소송이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갔는데요. 2013년에 대법원은 하급 법원이 텍사스대학교 정책을 좀 더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되돌려 보냈습니다. '소수계 우대 정책'이 합헌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판결을 내리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연방 항소법원이 다시 텍사스대학교의 손을 들어줬고요. 이 여학생이 재상고하면서 연방 대법원이 다시 이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요. 내년 6월에 대법원 판결이 나올 예정입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따라잡기’ 김정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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