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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포전담당제 3년: "국가-농민 분배 기준 만들어야"


지난 2011년 10월 가을 걷이를 앞둔 북한 강원도 원산의 협동 농장. (자료사진)
지난 2011년 10월 가을 걷이를 앞둔 북한 강원도 원산의 협동 농장. (자료사진)

북한이 곡물 생산 증대를 위해 ‘포전담당제’를 도입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 도입으로 곡물 생산이 다소 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합니다. 최원기 기자가 포전제의 성과와 과제를 전해드립니다.

지난 9월 말 평양 외곽의 협동농장을 방문한 일본 언론인 후쿠다 게이스케 씨는 이 농장에서 ‘포전담당제’가 시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후쿠다] “장천남새협동농장을 방문했는데, 포전담당제 성과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농장 기사장이 30-40% 늘었다, 자신도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도 포전담당제가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방송'의 보도입니다.

[녹취:KCNA-TV] “이렇게 조별로 포전 담당별로 경쟁적으로 일을 하니 모내기도 제철에 질적으로 빨리 끝냈으며 지금은 이렇게 김매기를 하고 있습니다.”

포전담당제의 핵심은 농민들에게 일한 만큼 그에 따른 보상을 주는 겁니다.

과거에는 협동농장에서 10t의 쌀을 생산하면 국가에 토지사용료와 물, 전기, 비료, 농약 대금조로 5t을 납부하고 나머지를 ‘평균주의’ 원칙에 따라 농민들에게 현금으로 분배했습니다.

따라서 농민 입장에서는 일을 열심히 하든 적당히 하든 소득이 비슷해 근로의욕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북한 돈의 가치가 떨어져 몇 만원을 받아도 장마당에서 물건을 살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포전담당제에서는 15t을 생산할 경우 국가에 5t을 납부하고 나머지 10t은 분조원들의 실적에 따라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KCNA- TV] “ 분조에서 생산한 알곡 가운데서 국가가 정한 일정한 몫을 제외한 나머지는 농장원들에게 그들이 번 노력 일에 따라 현물을 기본으로 하여 분배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과거 북한 농업과학원에 근무하다 1990년대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이민복 씨는 농민들이 포전담당제를 통해 최초로 ‘내 것’이라는 인식을 가진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민복] "중요한 게, 집단화를 시켜놓으니 내 것 네 것이 없어서 일을 잘 안 하는데, 이렇게 쪼개서 2-3 명을 가족단위로 분조를 해놓으니까, 내 것이라는 개념을 높이려는 겁니다.”

북한 당국은 포전담당제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2월 `노동신문'은 평안북도 용천군 양서협동농장의 지난해 곡물 수확량이 2013년보다 정보당 평균 1t 이상 늘었다며 포전담당제의 성공 사례로 꼽았습니다.

또 포전제 도입 이후 곡물은 물론 야채 (남새)생산도 늘고 질도 좋아진 것 같다고 일본 언론인 후쿠다 게이스케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후쿠다] "올해 방문 기간 중에는 작년보다 한층 좋았습니다. 호텔이나 식당에 가면 야채가 종류가 많아지고 신선하고, 작년에는 종류도 적고 별로였는데, 올해는 일본 것과 다름없는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포전제를 도입한 2012년 이후 꾸준히 늘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에 따르면 곡물 생산은 2012년 445만t, 2013년 484만t을 기록하다가 2014년에는 503만t을 생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포전제가 아직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합니다.

우선 아직 전국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포전제로 인한 증산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한국의 북한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녹취:권태진GS&J 인스티튜트] “포전담당제가 좀 성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되니까 점차 확대를 하려는 것 같은데, 정보를 보면 전체의 한 40% 내외가 되는 게 아니냐 하는 관측을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포전제를 하더라도 당국이 비료, 전기, 농기계를 충분히 대줘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전력과 농기계는 농민들이 자력으로 장만할 수 없기 때문에 당국이 제공하지 않으면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이민복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이민복] "비료나, 농기계, 기름이나 이런 것은 북한 내부에서는 고갈된 상태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반입해야 하는데, 개방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개혁을 하더라도 한계에 부딪칠 겁니다.”

또 다른 과제는 농민과 국가 간에 새로운 분배기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권태진 박사는 밝혔습니다.

[녹취: 권태진] "정해지지 못한 부분이 뭐냐면 농자재입니다. 바로 자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농자재를 누가 부담하느냐가 결국 3:7이냐 7:3이냐 정하는 판단 기준이 될텐데, 만일 농자재를 국가가 부담하면 국가가 7을 가져갈 것이고 농민을 3을 가져갈 것이죠. 그러나 만일 농자재를 농민이 부담하면 국가가 농민의 몫까지 가져갈 수는 없는 노릇이죠.”

전문가들은 포전담당제를 확대, 발전시키는 것 못지않게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북한은 지난 1996년과 2002년에도 ‘분조관리제’를 시도했으나 그 뒤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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