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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 최대폭 평가 절하...러시아 서방 식료품 대량 폐기 논란


중국 위안화(빨간 선) 가치를 나타낸 도표.
중국 위안화(빨간 선) 가치를 나타낸 도표.

세계 여러 나라의 중요한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VOA 김근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중국 중앙은행이 오늘 위안화 가치를 1.9% 가까이 평가절하했습니다. 그리스 정부와 국제 채권단이 3차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조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서방에서 밀수된 식품을 대량 폐기하면서, 러시아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소식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오늘(11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미국 달러 당 6.2298 위안으로 고시했는데요. 어제의 기준환율인 6.1162 위안보다 1.9% 가까이 높은 것입니다. 달러 당 위안화 기준환율을 올린 것은, 위안화의 가치를 절하했다는 뜻이 되는데요. 달러를 사기 위해 더 많은 위안화를 지급해야 하니까요.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하루 만에 1.9% 가까이 평가 절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1.9% 라는 수치 자체는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큰 폭의 조정인가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전에는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0.7%를 내린 것이 최대로 내린 것이었다고 하는데, 이번에 두 배 이상 되는 큰 폭으로 평가절하했죠. 특히 중국은 관리변동환율제를 택하고 있어서 하루에 최대 2%까지 환율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데, 이번에 거의 최대폭으로 조정한 겁니다.

진행자) 왜 이런 조정을 한 겁니까?

기자) 인민은행은 이번 조치가 위안화 가치를 시장 원리에 보다 가깝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외환 거래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른 종가와 주요 환율들의 변동 폭을 반영한 중앙값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구체적인 산정 방법을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가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 때문이라는 분석을 주로 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죠?

기자) 지난달 중국의 수출 규모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8.3%나 줄어든 것으로 발표됐는데요. 또 최근 중국 증시도 폭락하면서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기준금리를 여러 차례 내리는 등 경기 부양책을 폈지만, 나아지는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수출 부양을 위한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섰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이미 여러 경기 부양책을 썼지만 효과가 없고, 이제는 위안화 평가절하만 남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진행자) 위안화 가치가 내려가면, 그만큼 중국산 상품의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으니까 수출에는 도움이 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가 1회성 조치라고 밝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거란 전망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주변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수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 경쟁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수출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 상대에 있는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의 통화 가치도 하락하고 있어서, 앞으로 이들 국가들의 추가적인 자국 통화 평가절하를 예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중국이 그동안 위안화 가치를 높게 유지하는 정책을 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변화를 보인 건 그만큼 위기 의식이 크다는 말도 되겠군요?

기자) 그동안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높게 유지한 건, 수출 위주로 치우쳐 있는 경제 구조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자국 소비를 늘리고 외부의 직접 투자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출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전격적으로 평가절하에 나섰다는 지적입니다. 한편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다른 분석도 있는데요. 무역 지표에 대한 대응이라기 보다는, 위안화를 국제통화기금의 특별인출권 기반통화에 포함시키기 위한 의도가 크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진행자)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이 뭐죠?

기자) 국제통화기금, IMF는 어떤 나라가 갑자기 돈이 부족해지고, 외환 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될 때, 급하게 자금을 빌려주는데요. 특별인출권은 자금을 빌려 쓸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특별인출권은 출자한 돈이 많을 수록 높은데요. 중국은 관련 출자금이 4% 정도고, 여기에 위안화는 전혀 포함돼어 있지 않습니다. 참고로 미국 달러화는 42%, 유로화는 37%를 차지합니다. 그래서 중국은 그동안 위안화의 특별인출권 기반통화 편입을 추진해왔는데요. 최근 IMF 보고서는 이를 위한 조치를 내년 9월 이후로 미룰 것을 건의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위안화 거래를 더 개방하고,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환율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이번 조치를 취했다는 분석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중국 인민은행의 오늘 발표 내용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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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계속해서 다음 소식 살펴보겠습니다. 그리스 정부와 국제 채권단이 3차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조건에 합의했다고요?

기자) 그리스 재무장관이 오늘(11일) 밝힌 내용입니다.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장관은 그리스 정부와 국제 채권단 사이에 잠정 합의가 이뤄졌고 이제 사전조치에 관한 세부 사항의 조율만 남았다면서,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오늘 아침까지 밤샘 협상을 벌였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차칼로토스 장관이 이끄는 그리스 정부 대표단과 국제 채권단 대표들이 어제 오전부터 오늘 새벽까지 아테네에서 밤을 새워가며 협상을 벌였는데요. 가장 중요한 기초재정수지 목표치에 합의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올해는 적자로 두고, 내년부터 흑자로 전환해서, 내년에는 국내총생산, GDP의 0.5% 수준, 내후년에는 1.75% 수준까지 늘리기로 했습니다. 또 2018년에는 장기 목표치인 GDP의 3.5% 수준을 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진행자) 이번에 지원하는 자금 규모가 얼마나 됩니까?

기자) 미화로 최대 94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리스는 오는 20일까지 유럽중앙은행에 35억 달러의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 전에 추가 구제금융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최종 타결이 이뤄지면, 그리스 의회가 13일, 유로존 회원국들은 14일에 관련 표결을 가질 전망입니다.

진행자) 그리스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가보죠?

기자) 그리스는 추가 구제금융을 지원받기 위해 사전조치를 취해야 하는데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사전조치도 세부사항을 빼면 대부분 국제 채권단과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사전조치의 내용은 세재와 사회복지제도 개정, 에너지 시장 규제 완화, 국유재산 매각 등인데요. 이를 이행하기 위해선 의회를 통한 법률 개정이 필요합니다.

진행자) 그리스가 그동안 국제 채권단으로 부터 지원받은 구제금융 규모가 얼마나 됩니까?

기자) 그리스의 경제 위기가 5년 가까이 계속되면서, 앞서 두 차례 구제금융으로 지원 받은 액수가 2천7백억 달러가 넘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이런 지원을 받기 위해, 긴축 정책과 경제 개혁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 내에서는 채권단이 요구한 조치가 너무 가혹하며, 오히려 경기 활성화와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리스가 지난 달에 채권단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은행들이 문을 닫는 사태까지 벌어졌었는데, 이제 숨통이 좀 트이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그리스에 새로 들어선 좌파 정부가 재협상과 채무 감축을 요구하고, 채권단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렬됐었죠. 국가 부도 사태 위기가 높아지자, 그리스 정부는 3주간 은행과 금융 기관들이 문을 닫고, 현금인출기를 통한 현금 인출 액수도 하루에 미화 60달러 정도로 제한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13일 유로존 정상회담에서 그리스가 독일 등이 제시한 긴축안을 수용하면서, 3차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협상 재개에 합의했고, 이제 타결이 임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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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이번엔 러시아로 가보겠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서방에서 밀수된 식품을 대량 폐기하고 있다고요?

기자) 이번 조치가 취해진 배경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데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 반도를 강제 병합하고, 동부 내전 사태에도 개입하자 미국 등이 경제 재재의 수위를 높여왔습니다. 그러자 러시아도 보복 조치로 서방의 농산품과 식품 대부분의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는데요. 이후에도 계속 서방에서 밀수되는 식품들에 대해 폐기 조치에 나섰습니다.

진행자) 관련 보도 장면을 보니까, 정말 막대한 양의 식품을 폐기하고 있더군요?

기자) 서방에서 수입된 것으로 보이는 치즈와 베이컨, 과일 등을 트럭으로 실어나르면서 대량 폐기하는 장면이 보도됐는데요. 러시아 당국이 촬영해서 공개한 것입니다. 러시아는 지난 6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대통령령에 따라 폐기 작업을 시작했으며, 지난 며칠간 이미 350t 분량의 밀수된 식품들을 압수해서 폐기했다고 밝혔습니다. 폐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러시아 식품 당국은 밀수된 식품들은 러시아인들의 건강에 위협이 된다면서, 압수와 폐기 조치는 1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러시아 서부 접경 지역에 소각로도 설치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런 러시아 당국의 조치에 대해, 러시아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고요?

기자) 러시아 당국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제재 조치의 완전한 이행 외에도, 식품 안전과 부패 척결을 이유로 들어 폐기해야한다는 입장인데요. 몰론 러시아 정부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끔찍한 기아를 경험한 지 수십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대량으로 폐기하는 건 잘못됐다는 겁니다. 음식물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라는 러시아 정교회 사제의 공개적인 비판도 있었습니다. 지난 주말 상트페테르스부르그에서는 당국의 음식물 폐기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과거 기아를 경험한 장년층 시민이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진행자) 온라인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인터넷 탄원 웹사이트에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러시아 정부가 압수한 음식을 폐기하지 말고, 빈곤층 등에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미 3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러시아 정부의 조치를 지지하는 움직임도 보이는데요. 모스크바 시내의 식료품점에서는 '러시아산을 먹으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청년들이, 서방에서 밀수된 식품에 '제재 대상'이라는 스티커를 붙이는 모습도 목격됐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정부는 이런 논란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크렘린궁은 지난 주 까지만해도 대통령령이 발표된 이상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였는데요. 하지만 오늘은 조금 완화된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요. 크렘린궁 대변인은 온라인에서 제기된 내용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구촌 오늘' 김근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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