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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총기협회


미국 총기협회 컨벤션. (자료사진)
미국 총기협회 컨벤션. (자료사진)

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주제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자) 최근 미 남부 사우스 캐롤라이나 찰스턴 시의 교회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미국에서는 총기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죠? 하지만 총기규제 논란은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게 아닙니다. 미국에선 총기 관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 아니다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곤 하죠. 그리고 이때마다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쪽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단체가 있는데요. 바로 미국총기협회입니다. 오늘은 미국총기협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미국 총기협회는 미국인의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대표적인 시민단체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미국총기협회는 영어로 National Rifle Association, 줄여서 NRA라고 부르는데요. 회원이 무려 5백만 명이 넘습니다. 총기협회는 총기 소유자들의 이익과 권리를 대변할 뿐 아니라 총기 훈련과 교육을 주도하기도 하고요. 동시에 미국 최대의 로비단체이기도 합니다. 로비단체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의회에서 입법을 촉진하거나 또는 저지하기 위해 압력을 넣는 단체인데요. 미국총기협회는 미국의 총기와 관련된 로비행사 등을 위해 매년 2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운용할 정도로 막대한 경제력을 갖추고 있고 또한, 미국 연방 상하원들의 당락에 영향을 끼질 정도로 큰 정치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다른 단체도 아니고 총기와 관련된 단체가 미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네요.

기자) 네, 미국의 총기문화를 알면 이해가 좀 되실 겁니다. 미국의 선조들은 종교의 종교적 억압을 피해 유럽에서 건너온 청교도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신대륙인 미국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원주민 인디언과 맹수들과 싸워야 했고요. 또 서부를 개척해 가는 동안에도 많은 인디언과 무법자들을 맞서야 했죠. 또 영국 식민지 당시엔 정부군의 영향력도 미미했고 치안도 제대로 안 돼 있다 보니 민간인들도 자체 무장이 필요했는데요. 바로 이런 이유로 개인들이 총기를 소지하게 됐고 지금의 미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들도 총기 소지권리를 헌법에서 보장할 정도였습니다. 미국총기협회에는 이런 오랜 역사와 총기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하겠습니다.

진행자) 그럼 미국 총기협회는 처음부터 총기 소지자들의 권익을 대표하는 단체였습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총기협회는 사실 사격술 향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였습니다.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미 육해군신문의 편집장인 윌리엄 코넌트 처치와 북부군 소속의 조지 우드 윈게이트 장군은 북부군 병사들의 사격술이 너무나 형편없음을 보고는 충격을 받았고 결국 남북전쟁이 끝난 후인 1871년, 두 사람은 사격술을 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총기협회를 창설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처음엔 총을 쏘는 법을 가르쳤던 단체가 이제는 총을 가진 사람들을 대변하는 단체가 된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비록 창설 당시 목적이 지금과 조금 다르긴 하지만 미국 총기협회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시민단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미국총기협회가 언제부터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겁니까?

기자) 사실 미국총기협회는 대표적인 총기규제 반대 단체이지만, 초기엔 총기규제를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1934년, 당시 미국에서 갱스터라고 하는 불량배들이 총기를 이용해 각종 범죄를 일으키자 총기를 규제하고 총기에 세금을 부과하는 총기법이 미국에서 제정됐는데 당시 총기협회는 이 법을 지지했었고요. 또한, 1968년 총기매매를 규제하는 동시에 중범죄 전과범이나 정신이상자들이 총기를 구입할 수 없게 하는 총기규제법에 제정될 당시 지지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최근에 불거진 총기 규제 논란에선 총기규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1999년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을 시작으로 2007년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 2012년 콜로라도 극장 총기 난사 사건 등 무고한 시민과 어린 학생들이 무차별 총격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총기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총기협회의 강력한 반대로 총기규제 강화법이 좌절됐는데요. 하지만 2012년 12월에 발생한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총기규제법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뜨거워졌습니다.

진행자) 이 사건은 저도 기억이 납니다. 미국 코네티컷 주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무장괴한이 총기를 난사해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최소한 28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참사였죠?

기자) 맞습니다. 당시 전국적으로 거센 분노와 함께 총기 사용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자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공격적으로 추진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총기협회가 주도하는 총기옹호론자들의 반대를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법안 도입이 실패했었습니다.

진행자) 총기협회가 총기 규제를 반대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총기협회 측은 총기를 규제한다고 해서 총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당시 웨인 라피에르 미국총기협회 부회장은 ‘총을 가진 나쁜 사람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총을 가진 좋은 사람’이라고 밝히고, 학내 총기사건을 막기 위해 모든 학교에 무장한 경찰이나 보안요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서 32명의 생명을 앗아간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사건 때도 학내 무장경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때 다들 자신을 미치광이로 묘사했다며 미연방의회는 총기를 단속할 게 아니라 학교 내 무장경비 배치 관련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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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미국 뉴스 따라잡기 듣고 계십니다. 오늘은 ‘미국총기협회’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막강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미국총기협회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기자) 지난 2013년과 2014년에 여론조사단체인 퓨리서치센터가 미국총기협회와 미국의 총기 소지와 관련해 여론조사를 했는데요. 이 조사결과를 보면 미국인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총기를 소지한 미국인들에게 ‘왜 총을 갖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했는데요.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응답자의 1/3은 사냥을 위해서 총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지난 1999년에 실시한 조사와 비교해 보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엔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사냥을 위해서 총을 소지하고 있고 약 26%만이 자기방어의 목적으로 총을 갖고 있다고 대답했죠.

진행자) 이런 수치의 변화가 미국총기협회와 구체적으로 어떤 관련이 있다는 거죠?

기자) 앞서 미국총기협회가 사격술을 훈련하는 단체로 출발했다고 말씀드렸죠? 현재도 사격 훈련이 주요한 임무 중 하나이긴 하지만 지금은 로비 단체로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총기 소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미국총기협회의 성격도 사격 훈련에서 총기 소유 대변자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럼 총기협회의 영향력에 대해선 미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기자) 조사결과를 보면 총기협회가 너무 많은 권한을 행사한다는 쪽과 반대로 너무 영향력이 적다는 쪽이 나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총기협회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는 응답이 39%, 반대로 영향력이 너무 적다는 응답이 35%로 크게 다르지 않았고요. 영향력이 적당하다는 응답은 18%였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총기협회가 미국의 그 어떤 시민단체보다 큰 정치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네, 바로 총기 옹호자들이 정치에 더 깊이 관여하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총기옹호자들이 미국총기협회 등에 후원을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5%였는데요. 반대로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 관련 단체에 후원하는 경우는 6%에 그쳤습니다. 경제적인 후원 외에 정치인들을 접촉하거나 소셜미디어 등을 이용해 목소리를 내는 것까지 모두 합해도 45%대 26%로 총기옹호론자들이 정치 활동에 훨씬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미국총기협회도 회원들의 적극적인 후원과 참여 덕분에 정치력을 기를 수 있었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또 다른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총기협회의 전체 2억 달러 예산 중 회원들이 내는 회비가 절반 가까이에 달한다고 나와 있는데요. 그만큼 총기협회는 총기 소유 옹호론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경제력과 정치력을 키워가고 있는 단체라고 하겠습니다.

진행자)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총기협회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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