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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미국 중학교 세워진 '38선 기념공원' 화제


지난 30일 미 동부 버지니아 주 캐롤라인 중학교의 선생님과 학생들이 ‘38선 기념공원’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제공: Charles Yook)
지난 30일 미 동부 버지니아 주 캐롤라인 중학교의 선생님과 학생들이 ‘38선 기념공원’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제공: Charles Yook)

매주 화요일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투데이 풍경' 입니다. 미국의 한 중학교 교정에 한반도 분단선인 38선의 의미를 기리는 공원이 조성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입니다. 학생들이 직접 땅을 파고 꽃나무도 심었다고 합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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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우연히 캐롤라인 중학교를 지나가다 빨간 한반도 지도 간판이 걸린 이 공원을 봤습니다. 너무나 놀랐고, 바로 내려서 공원을 둘러봤습니다. 마음 깊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미국인 한국전쟁 참전용사가 지난해 8월 캐롤라인 중학교에 보낸 편지 내용의 일부 입니다.

미국 버지니아주 캐롤라인 중학교의 '38선 기념공원' 전경. 바닥에 한국전 참전 군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그 옆으로 기념비가 보인다. (사진 제공: Charles Yook)
미국 버지니아주 캐롤라인 중학교의 '38선 기념공원' 전경. 바닥에 한국전 참전 군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그 옆으로 기념비가 보인다. (사진 제공: Charles Yook)

이 참전용사는 미 동부 버지니아 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 밀포드의 도로를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작고 아담한 공원에 감격했다고 적었습니다.

‘38선 기념공원’이란 이 공원의 명칭은 한국전 참전용사와 한반도 분단의 아픔을 기리는 것이 공원 조성의 목적임을 알게 해줍니다.

학교 입구에 자리잡은 공원에 들어서면 이런 문구의 검은 대리석 기념비를 만나게 됩니다.

“미국과 전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희생한 모든 영웅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후손들이 과거를 기억하고 존경심을 갖기를 바랍니다.”

`38선 기념공원’은 지난 2012년 세워진 뒤 이듬해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공간으로 헌정됐습니다.

이 공원은 지난 5월 22일 미국인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이 방문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는데요, 공원이 세워진 배경은 38 이라는 숫자 때문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지난 2012년 이 학교 사라 깁슨 선생님에게서 6.25한국전쟁에 대해 배웠고, 그 과정에서 한반도의 남북 분단선인 38선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학교의 지정학적 위치가 북위 38도 선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학생들은 이를 신기해 하며 한국전쟁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녹취: 엘리자베스] “ I learned that North Korea came down and invaded South Korea ..”

캐롤라인 중학교 2학년 엘리자베스 양은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이고, 미군은 중공군과 북한군이 남한을 공산화 하려는 것을 막았다고 설명했는데요, 같은 학년 제슬린 양은 38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제슬린 번] “through the war, it has become No Man’s Land, and it’s a very dangerous place these days, and it’s very sad”

지정학적으로는 남과 북을 가르는 선에 불과하지만 이 때문에 38선 지역은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 매우 위험한 곳, 매우 슬픈 곳이 됐고 사람들을 갈라놓았다는 겁니다.

엘리자베스 양을 비롯한 역사연구반 소속 학생 15명은 자신들이 배운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고, 무엇보다 38선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치렀는지를 잊고 싶지 않았습니다.

학생들과 지도교사들은 논의 끝에 공원을 세우기로 결정했고 우여곡절 끝에 지역 카운티 정부의 허가도 받아냈습니다.

지도교사인 루스 쥬드 역사교사는 학생들이 직접 삽으로 땅을 파고 화단을 가꾸는 등의 열의를 보이며 공원 건립에 적극 참여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스 쥬드] “Now the students actually built this. They dug it, we had them out here with shovels and they dug it..”

완성된 ‘38선 기념공원’은 가로 세로 38피트 즉, 12 평방미터 규모에 화단으로 둘러쌓여 있는데요, 중앙에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와 함께 전쟁포로와 실종자들을 찾는 단체 (POW.MIA) 깃발이 걸렸고, 공원 바깥쪽 빨간색 표지판에는 허리가 잘린 한반도 지도에 38선 이란 명칭이 적혀 있습니다. 루스 쥬드 교사는 작은 공원이지만 나무 한 그루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스 쥬드] “These are bricks the people get to remember the veterans that they have..”

공원 바닥에 박힌 수 십 개의 벽돌 하나하나에는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 전사자들의 이름도 새겨져 있지만, 대부분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기리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모두 네 부분으로 나눠진 공원은 각각 ‘한국, 북한, 미국, 그리고 기억과 반성’을 상징하며 남북한의 국화인 무궁화와 목련, 그리고 기억을 뜻하는 노란 꽃나무도 심었습니다

이 학교의 사라 깁슨 교사는 학생들의 생각이 그림으로 그려지고 그림이 현실이 됐다면서, 역사교사인 자신도 이 과정을 통해 한국전쟁의 역사를 더 깊이 알게 됐고 학생들 역시 열의가 더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라 깁슨 ] “My lessons continued to grow and expand every year ”

지난 2012년에는 15명에 불과했던 역사연구반이 지금은 50명에 이르며, 38선 기념공원이 학생들의 역사 연구에 대한 의욕을 키워주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깁슨 교사는 지구촌 각 나라의 분쟁과 전쟁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도 달라졌다고 전했는데요, 실제로 제슬린 양은 한국전쟁 뿐아니라 전쟁에 처한 모든 사람들의 상황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제슬린 양은 전쟁에 영향을 받은 모든 사람들, 특별히 이산가족들이 더 많은 관심을 받기를 희망했습니다.

[녹취: 제슬린 번] "You don’t wanna just focus on the veterans. You wanna focus all the people..”

학생들의 작은 호기심이 계기가 돼 조성된 38선 기념공원은 규모는 작지만 미국의 한 중학교 학생들과 지도교사가 한반도 분단의 의미를 기리기 위해 뜻을 모으고, 지역사회의 협력이 이룬 성과로 평가 받고 있는데요, 한국전 참전용사들도 이 공원 운영에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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