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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잡지 '평양국제영화제, 외국인은 들러리'


지난해 9월 17일 평양에서 열린 제14차 평양국제영화축전 개막식.
지난해 9월 17일 평양에서 열린 제14차 평양국제영화축전 개막식.

평양국제영화축전에 참여하는 외국인은 북한 선전선동의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평양 국제영화축전을 보는 미국 잡지들의 시각을 조은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조선중앙TV] “제14차 평양국제영화축전에 참가하신 축전 대표들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지난해 9월 17일부터 24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된 제14차 평양국제영화축전 참관기가 뒤늦게 미국 잡지들에 실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남성전문잡지 GQ는 3월호에 일반 관광객으로 가장하고 영화제를 취재한 기자의 글을 실었습니다. “나는 북한 영화제에서 살아남았다”라는 제목의 글은 평양국제영화제와 북한 영화 산업에 대한 인상과 평가를 자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GQ는 평양국제영화축전이 북한과 외부세계가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수 십 편의 영화가 출품된 것은 일종의 문화 교류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평양국제영화축전이 북한의 선전선동 행사일 뿐이며 외국인들은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GQ 기자는 이와 관련해 폐막식 행사에서 최우수영화상을 받은 독일 영화 ‘나의 아름다운 나라’가 영어 자막이 없이 상영된 점을 지적했습니다. 외국인들은 영화 내용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영화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북한인들을 위한 것이었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들러리일 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GQ는 북한 당국이 외국인 참가자의 소감 발표도 왜곡한 사실을 전했습니다.

[조선중앙TV]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 제14차 평양국제영화축전 참가자들이 올리는 편지가 참가자들의 열광적인 박수 속에 채택됐습니다.”

스웨덴의 헨릭 뉘크비스트 씨는 당초 외국인 참가자들을 대표해 영화를 통한 문화 교류의 장점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폐막식 시작 15분 전에 북한인 안내자들은 개인적 소감을 발표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며, 여러 장의 종이를 읽으라고 건네줬다는 것입니다. 영화제를 허락한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감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GQ는 기자가 평양에서 만난 해외 영화인들은 평양국제영화축전을 단순히 색다른 행사로 여길 뿐 진지한 영화제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또 영화제 시상식 진행도 초등학교 행사 같다며 혹독하게 비판했습니다. 진행자의 영어가 서툰 것은 물론 '무대를 장식하는 플라스틱 비둘기는 무지개 색 필름 똥을 싸는 것' 같으며, '배경 영상은 구식 윈도우 95로 제작한 것 같다'고 GQ는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연예정보 월간지 베니티 페어도 3월호에 “평양국제영화축전을 드물게 엿보다”라는 글을 실었습니다. 영화제 자체에 대한 내용 보다는 북한 영화 촬영소들을 방문한 이야기가 주로 실렸습니다.

베니티 페어는 기자가 평양국제영화축전 기간 중 만난 북한인들이 외국 영화를 많이 알고 있어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어떤 영화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한 북한인이 미국 영화 '아르고'와 '본 아이덴티티'라고 대답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북한인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만화영화 '프로즌'의 주제가도 알고 있었고, 고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며 영어공부를 했다는 북한인 안내인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베니티 페어는 북한이 아주 조금씩 문을 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어느 누구도 아직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내린 영화 관련 교시를 잊지 않고 있다며, 북한 사회의 통제는 여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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