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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 폭행 가해자 징역 45년 선고...295번째 세월호 희생자, 생일날 부모 곁으로


한국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서울통신’, VOA 도성민 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사회를 놀라게 했던 군대 안의 후임병 폭행사건, 오늘 피의자들에 대한 선고가 내려졌군요? 오늘은 이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한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던 일명 지난 4월의 ‘윤일병 사망사건’입니다. 군대 내 선임병들이 지속적으로 가혹행위를 하고 폭력을 행사하다가 윤모 일병이 숨진 사건인데요. 오늘 가해자 이모 병장 등 5명에게 재판부의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진행자) 처음에는 가해자들이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됐다가 국민 여론이 거세지며 살인죄를 추가 적용 받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기자) 맞습니다. 재판 중에 혐의가 추가됐고, 재판장도 상위군사법원으로 이관됐는데요. 오늘 선고공판에서 살인혐의로 기소된 이모 병장에게는 징역 45년형이 선고됐습니다. 같은 혐의의 다른 가해자들에게는 징역30년과 징역 25년이 내려졌고, 이들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간부 하사에게는 징역 15년형, 선임병들의 지시로 윤 일병의 수첩을 없앤 혐의의 일병에게는 징역 3월에 집행유예 6월이 선고됐습니다. 앞서 군 검찰에서는 폭행을 주도했던 26살 이모 병장에게 사형을, 다른 세 명의 가해자들에게는 무기징역을 구형했었습니다.

진행자) 다음 소식 알아보지요. 몇 일전 발견된 세월호 희생자의 신원이 밝혀졌군요?

기자) 추정했던 대로 단원고등학교 여학생 황지현양이었습니다. 지난 7월18일 조리사 이모씨 수습 이후 102일동안 소식이 없던 세월호 수색현장을 놀라게 했던 희생자 발견 소식이었는데요. 실종자가족들이 어렵게 인양논의를 하다가 수중수색을 계속하겠다는 결정을 한 바로 다음날인 28일 황양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던 곳에서 찾아낸 것입니다. 하지만 시신의 인양작업이 순탄치 않았는데요. 물살이 거세고 수심이 깊고, 또 잠수시간의 한계 등의 이유로 어려움을 겪다가 하루가 지난 어제 오후 6시 넘어서 물 위로 옮겨 올 수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최종 유전자감식 결과가 나왔습니다.

진행자) 6개월 넘게 찾지 못했던 황지현양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던 어제가 공교롭게도 생일날이었다면서요?

기자) 우연치고는 너무나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고 뭉클해 했고, 안타까워했습니다. 황지현양은 무남독녀 외동딸이었다고 하는데요. 진도 팽목항에서 딸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부모는 매일 아침 방파제에 아치상을 차려왔었는데, 어제 황양이 18번째 생일날을 맞아 평소 딸리 좋아했던 삶은 달걀과 생크림케익, 떡과 피자 등으로 장식한 생일상을 차렸다고 합니다. 황양의 아버지가 떨리는 손으로 18개의 촛불을 켰고, 진도로 내려온 단원고등학교 친구들과 실종자 가족들이 함께 생일 축하노래를 불렀고, 황양의 어머니가 정성으로 끓인 미역국을 바다에 뿌리며 딸이 돌아오기를 더없이 기다렸던 날이었습니다.

진행자) 가족을 기다리는 실종자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이 전해지는군요.

기자) 그 때까지만 해도 하루 전에 발견된 시신이 딸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던 부부는 사고대책본부에서 전한 황양의 옷가지와 신발 등의 사진을 보고 딸임을 확신했던 겁니다. 황양의 부모는 생일날 돌아와서 고맙다며 오열을 했고, 오늘 아침 부모의 DNA와 일치한다는 유전자감식결과를 받았습니다. 황양의 시신은 오늘 오후 육군 헬기로 안산으로 옮겨졌고 장례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진행자) 다음소식 알아보지요. 한국의 ‘농악’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어제 보도를 통해 북한 아리랑의 인류무형유산 등재 예정 소식을 들으셨을텐데요. 한국의 ‘농악’ 도 같은 날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심사보조기구의 만장일치로 ‘등재권고’ 판정을 받았다고 한국 문화재정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지금도 한국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면 빠지지 않는 것이 농악대의 길놀이인데, 반가운 소식이군요?

기자) 창의적이고 활기를 만들어내는 농악, 공연하는 사람도참여하는 사람들에게도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제동하는 유산으로 인류의 창의성과 문화다양성에 충분이 이바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유네스코인류무형유산위원회의 판단이었다고 하는데요. 최종 등재여부는 11월 24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 9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되지만 등재권고판정은 이변이 없는 한 거의 그대로 인정됩니다.

한국의 농악이 등재되면 한국은 종묘제례악과 판소리, 또 지난해 등재된 김장문화 등 모두 17개의 인류문화유산을 자랑하게 됩니다.

진행자) 서울통신, 오늘 마지막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기자) 서울에서 열린 이색 대회 하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한국의 젊은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이 많이 쓰는 말인데요. 혹시 ‘멍 때린다’하는 말이 뭔지 청취자들이 알고 계실까요?

진행자) 멍하게 있다… 뭐 그런 의미인가요?

기자) 맞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넋을 놓고 있는 멍한 순간을 ‘멍하니 있다’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까? 요즘 아이들 표현을 ‘멍 때리고 있다’ 가 훨씬 가까운데요. 얼마 전 서울에서 ‘쉴새 없이 돌아가는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해주자는 취지’로 누가 누가 멍을 잘 때리는지 겨루어 보는 대회가 열렸습니다.

진행자) 참 재미있는 대회군요?

기자) 요즘 개성시대라고 하는데 무엇인가를 겨루게 되는 대회의 주제도 아주 독창적인데요. 서울광장에 걸린 ‘제 1회 멍때리기 대회’ 현수막 뒤로 초등학생부터 중년의 남녀까지 50여명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멍을 잘 때리면 되는 건가요? 심사 기준이 어떻게 됩니까?

기자) 3시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가장 정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크게 움직이거나 딴짓을 하면 실격이 되구요. 정적인 상태는 심박측정기를 이용해 확인을 했습니다. 깊이 생각해보면 무념무상의 상태를 만들어보자는 의미가 담긴 대회인데… 한번 상상을 하거나 한 번 멍~한 표정을 지어보십시오. 서울 시내 한복판 잔디밭에 초점 없는 시선으로 앉아있는 사람들. 생각만해도 웃음이 나지 않습니까?

진행자) 가을 햇볕 아래 이색 장관이 펼쳐졌겠군요? 50여명의 참가자 가운데 ‘멍 때리기’의 실력자는 누가 뽑혔습니까?

기자) 9살 여자아이였습니다. 현장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멍을 잘 때린 참가자들에게 스티커를 붙여줬고, 근육의 이완 정도, 심박수 심사에서도 9살 여자아이가 멍 때리기의 진수를 보여줬던 겁니다. 속세의 번민과 번뇌를 내려놓은 깨달음의 표정, 해탈의 표정을 아이에게서 봤다는 어느 신문의 칼럼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보통 어떤 대회든 우승자에게 소감이나 참가 이유를 물어 보지 않습니까? 혹시 9살 우승자는 어떤 말을 했을까요?

기자) 아이의 말이 또 재미있습니다. 멍 때리기의 비결은 ‘아무 생각 안 하는 것’이라고 했구요. 우승소감은 ‘앞으로 열심히 멍 때리겠다’ 였는데요. 아이가 학원공부 중에 멍한 상태로 잘 있다는 학원 선생님의 말을 듣고 혼을 내다가 대회 소식을 듣고 참가하게 됐다는 어머니의 말이 또 한번 사람들을 웃게 했습니다.

진행자) 우승 선물도 독특하군요?

기자) 생각을 쉬게 해 주자는 이 대회의 우승트로피. 역설적이게도 프랑스 출신 조각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모양의 트로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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