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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성공단에 과도한 벌금규정 신설


북한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들. (자료 사진)
북한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들. (자료 사진)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들의 세금 누락에 터무니 없이 큰 벌금을 물리는 규정을 만들어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한국 정부와 업체들은 북측의 조치에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들이 회계조작을 했을 경우 200 배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규정한 ‘공단 세금규정 시행세칙’ 개정안을 지난 달 초 한국에 통보했다고 한국 통일부가 14일 밝혔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006년 12월 시행세칙을 제시했다가 한국측과 협의가 잘 되지 않자 이번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 일방 통보한 겁니다.

시행세칙 제정과 개정은 남북 합의사항이 아닌 북한의 고유권한으로 돼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하지만 북한의 조치가 국제 관례와 상식에 크게어긋나는 조치라면서 북한 당국에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 “현재 정부로서는 전문가 및 입주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관리위원회를 통해서 일차적으로 북한에 입주기업들의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개성공단은 그동안 꾸준히 생산 규모를 늘려오면서 입주업체들의 경영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하지만 지난 해 기업소득세를 낸 업체 수가 전체 120여개 가운데 네 곳에 불과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입주기업들이 회계를 조작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입주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개성공단 성과가 과장돼 북한 당국이 오해하는 측면이 있다”며 “실질임금 인상이나 투자 대비 생산 효율성을 따지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와 업체들은 또 새 시행규칙이 상위법을 우선하는 법령의 일반 원칙까지 무시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상위법인 ‘세금규정’에 세금을 고의적으로 내지 않으면 납부하지 않은 세금의 3 배까지만 벌금을 물리도록 돼 있는데도 이를 무시했다는 얘깁니다.

이밖에도 세금규정에는 소급과세를 금지하고 소멸시효 규정을 두고 있는데도 새 시행세칙은 이를 뒤엎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세금을 부과할 때 기업의 원자재와 부자재의 단가를 북한 세무당국이 추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입주업체 관계자는 “사실상 자신들은 칼자루를 쥐고 업체들에겐 칼날을 쥐게 한 꼴”이라며 업체들이 큰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IBK 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북한 당국이세금 규정을 이용해 외화를 벌어들이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박사] “유일한 연결고리인 개성공단을 압박함으로써 남측의 대북정책의 전환을 유도하고 북한이 경제난을 풀기 위한 외화 확보 차원의 목적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한국 정부는 구체적인 대응안을 만들어 북한 측과 실무협의를 벌일 방침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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