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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경제합의, 새로운 내용 없어"


14일 베이징에서 경제 개발 협력에 합의한 후 악수하는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 중국 상무부 웹사이트.
14일 베이징에서 경제 개발 협력에 합의한 후 악수하는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 중국 상무부 웹사이트.
북한과 중국이 황금평 위화도와 라선 경제무역지대 개발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두 경제특구 개발이 가속화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이연철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북한과 중국은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라선과 황금평 위화도 경제무역지대의 공동 개발을 본격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를 위해 라선과 황금평 위화도에 각각 별도의 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키로 했습니다.

두 나라는 경제 기술과 농업 분야의 포괄적인 협력을 약속하고, 라선 지구에 대한 전기공급에도 합의했습니다.

이번 회담은 2010년 5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과정에서 합의된 뒤 지금까지 두 차례 회의를 거치고도 진척이 거의 없는 라선과 황금평 위화도 지구의 공동 개발을 촉진하려는 차원에서 열렸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민간단체인 기은경제연구소의 조봉현 연구위원은 이번 합의에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존의 합의를 재정비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녹취: 조봉현 기은경제연구소] “전력도 그렇고 농업합작구도 그렇고 북-중간에 이미 합의됐던 내용들이거든요. 관리위원회 두는 것도 이미 합의했던 내용이고, 새로운 내용이라기 보다는 그런 것들이 진척이 안되고 흐지부지 하던 것들을 장성택이 이번에 가서 재정비를 했다고 할까, 그 정도의 성과라고 봐야 할 것 같고.”

조 연구위원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결과가 공개된 점은 과거와 달라진 점이지만, 새로운 내용이나 구체적인 계획들은 빠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합의로 라선이나 황금평 위화도 경제무역지대 개발에 추동력이 생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조 연구위원은 전망했습니다.

특히 황금평의 경우 개발이 계속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봉현 기은경제연구소] “ 황금평도 착공하겠다는 것을 중국으로부터 답을 얻어내야 하는 것인데, 그 것은 지금 얻어내지 못하고 그냥 관리위원회를 수립하는 것 정도만 된 거거든요. 그것은 중국 입장에서도 황금평을 바로 착공하겠다고 답을 준 것이 아니니까 아마 황금평은 계속적으로 지연되지 않을까…”

서울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경제안보팀장도 이번에 발표된 내용이 이미 실무 차원에서 합의됐던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발표가 이뤄진 것은 정치적 고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지금 장성택 부위원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한 것 자체가 과시,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가 있는 것이죠. 김정일 사후에 북한 체제 또는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 자체가 안정적이다 하는 것들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행사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용승 팀장은 이번 합의가 그 동안 진전이 없었던 라선과 항금평 특구 개발이 다시 시작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반시설 공사 등 개발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들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라선과 황금평 위화도 개발 사업에서 성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동 팀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 관건은 기반시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초로 해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것입니다. 과연 투자들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당국 차원을 넘어 민간 차원으로 내려오는 것인데, 거기서는 상당히 의문시될 수 있다…”

동 팀장은 북한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조금 늘기는 했지만 그에 따른 실패사례들도 나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랴오닝성에 본사를 둔 시양그룹이 북한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한 푼도 건지지 못한 채 쫓겨난 사연이 중국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동 팀장은 중국 민간기업들의 대북 투자 방식이나 규모가 미온적일 경우, 라선과 황금평 위화도 개발이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현대경제연구원의 홍순직 연구위원은 실제로 투자를 담당할 중국 기업들이 라선특구 산업단지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실질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기업이지 정부가 아니지 않습니까? 도로를 닦는 일은 중국 당국이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투자를 하는 것은 기업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실리가 보장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진행이 당초 기대보다 지지부진하지 않나…”

북한과 중국은 이번 합의문에서도 라선과 황금평 위화도 개발을 양국 정부가 인도하되 기업이 주축이 돼 진행한다는 원칙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의 실세인 장성택 부위원장이 직접 나선 점은 특구 개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기업의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추진의 폭과 속도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총재 고문은 정치적 안정 여부도 중국 기업들이 대북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All the political and other risks…

뱁슨 전 고문은 라선이나 황금평 위화도에 투자하는 중국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수익성 뿐아니라 정치적 위험 여부도 투자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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