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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한 경제 개혁 징후에 엇갈린 평가


10일 함흥 비료 공장의 북한 근로자.
10일 함흥 비료 공장의 북한 근로자.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경제개혁에 착수하고 있다는 징후들이 나타나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추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미국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경제개혁과 관련해 최근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는 징후들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소재 헤리티지재단의 앤소니 김 연구원은 북한이 경제개혁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앤소니 김 연구원] “그런 일련의 정황이라든지 여러 가지 종합적으로 봤을 때 분명한 것은 북한은 경제 변화의 시기를 시작했고, 그것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앤소니 김 연구원은 최근 북한이 리영호 총참모장을 갑자기 해임한 것과 모란봉 악단 공연에서 미키마우스 인형이 등장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부인을 전격 공개한 것, 베트남과 라오스 등 동남아 경제외교를 강화하는 것 등이 모두 정책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차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제성장 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 것이라며, 북한 지도층 사이에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북한의 경제개혁 속도가 일부 서방세계의 추측처럼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앤소니 김 연구원] “ 밖에서 좋아한다고 북한이 속도를 바꾼다거나 그러는 것이 아니고 북한이 원하는 속도로, 북한이 원하는 단계로 가는 그런 프로젝트죠.”

김 연구원은 북한이 공식적으로 경제개혁 조치들을 발표해야 개혁과 변화의 폭과 깊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김정은 정권이 경제를 강조하고 있다고 해서 이것이 경제개혁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해거드 UCSC 교수] I just don’t think it’s clear yet….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경제개혁 조치를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분명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해거드 교수는 특히, 북한이 경제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경제목표 달성을 위해 경제개혁에 나설 수도 있지만, 반대로 계획경제를 더욱 강화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해거드 교수는 또 북한이 경제개혁에 나선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해거드 UCSC 교수] You have to remember ….

북한이 2002년에 시도했던 7.1 경제관리개선 조치의 경우, 기획과 실행 면에서 모두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실패로 끝났다는 것입니다.

해거드 교수는 그런 면에서 이번에는 먼저 소규모로 경제개혁을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북한 정권이 이를 통해 자신감을 갖고 난 뒤 계속 개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방문연구원으로 있는 한국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북한이 경제개혁에 나서는 것으로 보이는 징후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지나친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김용현 존스홉킨스 방문연구원] “ 구체적으로 사실이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그런 가능성만 가지고 방향을 잡았다고 판단하기는 좀 그렇고, 북한이 다양한 차원에서 개혁 조치에 대한 검토랄지 그런 것들은 준비할 수는 있다고는 봐요.”

김 교수는 북한이 김정은식 개혁 조치를 구체적으로 진척시킬 만큼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환경 자체가 경제나 정치, 군사, 대외적인 부문에서 다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북한의 효과적인 경제개혁을 위해서는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김용현 존스홉킨스 방문연구원] “농업 부문이나 공장단위에서 이전시켜 주는, 그것을 통해서 주민들이 자신이 뭔가 성과를 거두면 그것을 자신이 갖게 만드는 그런 피부에 와닿는 정책적인 과감성들이 필요하지 않나…”

김 교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7.1 경제관리개선 조치 때처럼 말은 화려한데 실제 결과는 나오지 않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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