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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노동당 창건 70주년] (1) 김정은 시대 '선군' 보다 '선당'


북한 당·정·군 간부들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둔 7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전달하는 축하문 채택 모임을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북한 당·정·군 간부들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둔 7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전달하는 축하문 채택 모임을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북한 권력의 핵심인 ‘조선노동당’이 오는 10일로 창건 70주년을 맞습니다. 이와 관련해 VOA는 두 차례 특집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북한 노동당의 현실과 과제를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당 창건 70돌을 맞는 올해 우리 인민이 모든 승리의 조직자이며 향도자인 당의 영도력과 전투력을 강화하는데서 새로운 리정표를 마련해야 합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당 창건 70주년을 대대적으로 부각시키면서, 모든 부문에서 당의 영도와 전체 인민의 단결을 강조했습니다.

앞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부에 힘을 실어주는 선군정치를 강조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이 노동당 중심의 통치체제로 전환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치는 뒤로 밀려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대학원대학교 김동엽 교수의 말입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실질적인 선군정치가 아니라 명목상으로 선군정치를 계승하고 유지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노동당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권력의 중심으로 복귀하면서 위상과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군부에 대한 당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최룡해 당 비서가 군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에 기용된 데 이어 지난 해 5월에는 노동당 조직지도부에서 오래 활동한 황병서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습니다.

황병서는 2013년 3월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에서 제1부부장으로 승진한 뒤 한 달 만인 4월에는 상장에서 대장으로, 그리고 차수로 고속 승진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어 지난 해 5월에는 군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에 올랐고, 올해 4월에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 올랐습니다.

서울의 민간단체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이 당 출신의 황병서를 그만큼 신임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실장]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은 현재 김정은을 포함해 모두 3명에 불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황병서가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김정은의 특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북한 군부는 계속 힘을 잃고 있습니다. 북한의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은 올해 반당 반혁명죄로 군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총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김정은 집권 이후 3년 반 동안 인민무력부장이 6번이나 교체되는 등 물갈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취약한 권력기반을 보완하기 위해 군부를 약화시키면서 당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노동당이 계속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크게 3가지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먼저, 노동당은 식량난과 에너지난, 물자난 등 여전히 심각한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전체 인구의 66%에 해당되는 1천6백만 명이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오공단 박사는 경제난이 계속되면서 북한주민들의 의식도 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공단 박사] “가장 큰 변화는 변화를 하자 하고 말로 떠들지 않으면서 밑에 있는 소위 일반시민들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일종의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노동당이 주도하는 김정은 정권은 또 심화되고 있는 국제적 고립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북한은 잇단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국제사회로부터 금융거래 제한과 무기 수출입 금지 등 다각적인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가까운 동맹국인 중국과도 2013년 북한의 제3차 핵실험과 같은 해 12월 장성택 처형, 그리고 지난해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 등을 거치면서 상당히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한국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의 장용석 박사는 껄끄러운 북-중 관계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당분간 현재와 같이 미묘한 긴장 즉, 중국이 북한의 태도를 요구하고 북한은 중국의 요구에 대해 자주성을 내세우면서 일종의 거부감을 표현하는 이런 긴장과 경색이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한이 고수하고 있는 핵-경제 병진노선도 문제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2년 말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013년 초 3차 핵실험 성공을 바탕으로 병진노선이라는 새로운 노선을 제시했습니다.

핵무기 개발과 함께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서방세계는 북한의 병진노선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핵 개발을 하려면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러면 경제 개발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겁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말입니다.

[녹취: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That can’t be done...”

핵 개발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북한의 꿈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는 겁니다.

러셀 차관보는 미국과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 지도부 역시 이 같은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노동당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중국과 베트남, 쿠바의 공산당이 개혁과 개방, 미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21세기에도 권력을 유지하면서 살아남은 예를 들면서, 사회주의적 집단생산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노동당도 국제사회의 흐름에 발맞춰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전 장관] “북한도 이제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이나 베트남, 쿠바와 마찬가지로 전면적인 개혁 개방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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