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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


지난 15일 보스톤 마라톤 테러범 재판이 진행 중인 연방 법원 앞에서 시위대가 사형에 반대하는푯말을 들고 서 있다.
지난 15일 보스톤 마라톤 테러범 재판이 진행 중인 연방 법원 앞에서 시위대가 사형에 반대하는푯말을 들고 서 있다.

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VOA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네브래스카 주가 최근 사형제도를 폐지했다고 하는데요. 오늘 알아볼 주제는 바로 이 ‘사형제도’죠?

기자) 네. 오늘은 미국 사형제도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서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진행자) 이 ‘사형제도’는 사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논란거리인데요. 그런데 이 사형제도는 미국에서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기자) 공식적으로는 17세기로 기록돼 있습니다. 이때는 잘 아시다시피 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하기 전인데요. 스페인을 위해 간첩 혐의를 했다는 혐의로 1608년에 버지니아 제임스타운에서 조지 캔달 대위가 처형된 사례가 첫 번째 사형집행으로 역사책에 적혀 있습니다. 그러다가 1612년에 버지니아 주지사가 원주민과 거래하거나 포도를 훔치고, 또 닭을 죽이는 사람을 사형에 처하는 법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미국의 사형제도는 미국이 독립하기 전에 영국에서 들어온 거군요? 그런데 역사 기록을 보면 건국 초기부터 미국에서 사형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고 나와있더군요?

기자) 맞습니다.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건국 초기부터 있었는데요. 179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가 기독교 분파인 퀘이커와 사형반대론자들의 압력에 밀려서 사형 적용 범위를 1급 살인에 한정했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1846년에 미시간 주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반역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에 사형을 없앴고요. 이어서 로드아일랜드 주와 위스콘신 주가 사형을 없앴습니다.

진행자) 그럼 지금 미국 안에서 사형이 없는 지역이 몇 군데나 되나요?

기자) 네. 주 차원에서는 최근에 사형을 없앤 네브래스카 주를 포함해서 19개 주가 있고요. 여기에 수도인 워싱턴 디시에도 사형이 없습니다. 반면에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주 차원에서는 31개 주가 있고요. 여기에 연방 정부와 군대에도 사형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만일 어떤 사람이 연방법이나 군법으로 재판을 받으면 죄질에 따라 최고 사형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진행자) 자. 그럼 미국 사형제도와 관련된 통계 수치들을 몇 가지만 살펴볼까요? 먼저 한 해에 미국에서 사형당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 되는 건가요?

기자) 네. 미국 민간기구인 사형정보센터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요. 1976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안에서 모두 1천 408명이 처형됐습니다. 최근 통계는 작년에 35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고요. 올해에는 5월 13일까지 총 14명이 처형됐습니다.

진행자) 기사를 하나 보니까 미국 안에서 사형집행 건수가 점점 줄어든다고 하더군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 1999년 98명으로 정점을 찍은 다음에 계속해서 집행 건수가 줄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역별 통계도 궁금한데, 미국 안에서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한 지역은 어디입니까?

기자) 네. 짐작하시겠지만, 바로 텍사스 주입니다. 텍사스 주는 1976년 이래 모두 525명을 처형했고요. 올해 들어서만 7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그리고 오클라호마 주가 112명으로 뒤를 이었는데요. 반대로 사형집행 건수가 가장 적은 주는 코네티컷 주를 비롯해 와이오밍, 뉴멕시코, 콜로라도 주입니다. 이들 4개 주는 지난 1976년 이래 단 1명만 처형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미국 남부에 있는 주에서 사형집행 건수가 많습니다.

진행자) 얼마 전에 유타 주가 사형집행 방식으로 총살형을 다시 도입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사형집행 방식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자) 네. 모두 5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약물 주사, 전기의자, 가스실, 교수형, 그리고 총살형입니다. 이 중에서 역시 약물 주사 방식이 가장 흔하죠? 그런데 주에 따라서 약물주사 방식을 시행할 수 없을 땐 전기의자 같은 다른 방식을 쓸 수 있다고 규정한 지역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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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네.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의 ‘사형제도’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습니다. 김정우 기자. 요즘 세계적으로 사형을 없애는 추세라서 그런지 미국 안에서도 사형제도 철폐를 둘러싼 논쟁이 격렬한데요. 이런 논쟁 가운데 요즘 미국 안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논란거리로 뭘 들 수 있을까요?

기자) 대략 두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약물 주사 사형 방식과 관련된 논란, 그리고 무죄로 풀려나는 사형수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진행자) 특히 이 약물 주사 방식이 자주 구설에 오르죠?

기자) 네. 원래 이 방식은 고통을 주지 않고 사형수의 목숨을 끊을 수 있는 이른바 ‘인간적’인 방법이라고 해서 그동안 많은 주 정부가 도입했는데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연구결과나 실제 처형 사례를 근거로 사형수가 약물로 처형될 때 고통을 느낀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약물 주사 방식이 절대 인간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거죠.

진행자) 그리고 요즘엔 사형 집행에 필요한 약물 구하기도 힘들다는 말이 있던데요?

기자) 맞습니다. 요즘 여기저기서 사형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약물을 만드는 회사들이 눈치를 보면서 물건을 아예 만들지 않고요. 만들어도 사형집행을 관리하는 주 정부 당국에 팔지 않는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사형 집행에 들어가는 약물을 충분하게 가지고 있지 않은 주 정부들이 아주 애를 먹고 있습니다.

진행자) 약물 주사 말고 다른 논란거리는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풀려나는 사람들을 둘러싼 문제라고 했죠?

기자) 맞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과거에 사형수였다가 무죄를 선고받는 사람들이 종종 나옵니다. 지난 1973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152명이 사형수였다가 나중에 풀려났다고 하는데요. 사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죄가 없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잘못된 재판을 받고 처형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서 사형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문제를 연방 대법원에 가지고 가서 해결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방 대법원은 사형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판결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사형제도와 관련된 판결이 꽤 많은데요. 가장 중요한 게 두 가지입니다. 연방 대법원은 먼저 1972년에 사형제도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습니다. 사형이 잔인한 형벌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8조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였는데요. 이 판결 덕에 미국 안에서 몇 년 동안 사형집행이 중단됩니다. 그러다가 1976년에 다른 판결이 나오는데요. 이때에는 연방 대법원이 살인죄에 선고되는 사형은 어떤 경우라도 수정헌법 8조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했는데, 이 판결이 나오고 나서 미국 안에서 사형집행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진행자)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는 여론, 그러니까 사람들 생각도 중요한데요. 미국 사람들은 사형제도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네. 아직은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퓨리서치센터가 올해 내놓은 조사결과를 보면 미국인 가운데 56%가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비율이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라고 하는데요. 이런 경향을 생각하면 사형에 대한 미국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따라잡기’ 김정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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