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21 (월요일)

한반도 / 정치·외교·안보

미 전문가 이명박 대북정책 평가 '원칙 지켜' vs '긴장 높여'

19일 청와대에서 퇴임연설하는 이명박 한국 대통령.
19일 청와대에서 퇴임연설하는 이명박 한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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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원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5년 임기를 마치고 오는 24일 퇴임합니다.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 시간으로 오는 24일 자정 임기를 공식 마감하는 이명박 대통령.

5년 동안 펼친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 내 전문가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남북관계에 있어 원칙을 지켰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있지만, 경직된 대북 기조로 한반도 긴장을 높였다는 비판도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정책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워싱턴대학 총장은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북한의 도발적 행동과 따로 떼놓고 판단해선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총장] “It is difficult to judge it on its own merits because it…”

남북간 대치 국면이 깊어진 데는 이 대통령의 의미있는 제안에 호응하지 않고 군사 위협을 택한 북한의 책임이 크다는 겁니다.

리스 총장은 과거 한국 정부가 무조건적 포용정책을 내세우던 시절에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았음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유인책도 북한 정권을 변화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일관된 가치를 지켜온 이 대통령의 선택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높은 점수를 준 전문가들은 지난 5년간 대북 접근법을 ‘강경 기조’로 규정하는 데도 이의를 제기합니다.

일방적 지원을 배제한 실용적 상호주의를 ‘강경책’으로 치부하는 건 지극히 단순한 해석이라는 겁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나단 폴락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조나단 폴락 연구원] “I’m reluctant to categorize his policy as a chronicle hard-line…”

과거의 대북 포용주의에 익숙해진 북한의 압박에 이 대통령이 응하지 않은 걸 경직된 태도라고 비난할 순 없다는 주장입니다.
이는 북한에 대한 일방적 보상 관행에 선을 긋는 차원으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게 폴락 연구원의 진단입니다.

폴락 연구원은 또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이유로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첫 핵실험이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졌듯이 과거에도 북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지도자는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밖에 이명박 정부가 과거 어떤 정권보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인권단체 연대인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의장입니다.

[녹취: 수전 숄티 의장] “I think that he spoke out very eloquently about the fact that…”

이 대통령이 열악한 상황에 놓인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호소력있게 대변한 건 공로로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지나치게 원칙과 상호주의에 매달리면서 결과적으로 남북관계 악화를 자초했다는 비난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비핵 개방 3000’으로 대표되는 `선 비핵화 대북정책’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따갑습니다. 워싱턴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입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I had some problems even at the beginning with the ‘Vision 3000’…”

핵 포기를 조건으로 내건 당근책을 북한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처음부터 불협화음을 예고했다는 겁니다.

‘비핵 개방 3000’ 정책 이전에 추진됐던 전임 정부의 햇볕정책과의 단절성이 너무 컸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남북관계 파국의 원인이 북한의 도발에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강경한 대북 조치에만 의존하는 등 사후 위기 관리에 실패한 이명박 정부도 책임을 면하긴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을 상대하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에 보다 융통성 있게 대처해야 한다는 교훈을 박근혜 차기 정부가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은 늘 싸울 준비가 돼 있는 북한을 상대로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걸 원칙이라고 말할 순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언 시걸 국장] “It is not a principle of international relations to go…”

대북 강경 입장은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걸 과시하려는 행동일 뿐, 북한을 다루는 방식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한편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기업연구소(AEI) 니컬러스 에버스타드 선임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각각의 국내 평가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니컬러스 에버스타드 연구원] “There was real affinity between the MB government and the Obama administration in their approaches…”

두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상당히 유사한데도 오바마는 북한을 신중히 다루며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반면, 이 대통령은 경직돼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는 겁니다.

에버스타드 연구원은 정책의 명암을 당장 가릴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에 대해서도 시간이 흐른 뒤 얼마든지 재평가가 내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