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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탈북자들 “북에 두고온 가족 위해 올해 더 열심히 살아야죠”


지난달 30일 통일정망대에서 바라본 눈 덮인 북한.
지난달 30일 통일정망대에서 바라본 눈 덮인 북한.
매주 화요일 전해드리는 ‘뉴스 투데이 풍경’입니다. 한반도는 40년만의 맹추위로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그런데 탈북자들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창문에 바람만 스쳐도 시름이 깊어갑니다. 장양희 기자입니다.

[녹취: 경제투데이 방송] “ 새해에는 건강하고, 애인이랑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대학가서 승승장구했으면 좋겠어요. 새 대통령이 정치를 잘했으면 좋겠어요.”

새해를 맞아 크고작은 소망들을 이야기하는 한국 서울 시민들의 표정은 어느 때 보다 밝고 희망차 보입니다.

한국 내 2만4천명에 이르는 탈북자들의 새해 소망 역시 서울의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3번째 새해를 맞는 53세 여성 오금순씨입니다.

[녹취:오금순] “ 올해는 이 나라를 운영할 수 있는 새 선거를 했잖아요. 기쁜 마음으로 설을 맞이 했어요.”

지난 2009년 한국에 입국한 오금순씨 목소리가 밝은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북에 두고온 딸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녹취:오금순] “설해는 특별히 기뻤어요. 도청한다고 해서 통화가 안됐는데, 3일 아침 7시 반에 딸 목소리를 들었어요.딸이 17에 군대갔다가 8년만에 제대해서 왔으니까 15년만에 (전화로)만났죠”

오금순씨는 17살에 군에 입대해 8년만에 제대한 딸이 너무 허약하다는 관계자의 말에 가슴이 메입니다.

[녹취:오금순] “딸이 너무 약해서 쓰러질거 같데요. 수술도 해야 한데요..북한은 한 줌도 안되는 위를 채우지 못해서 헤매고. 그랬는데 생각하면 목이 메이는데..”

오금순씨는 북에 두고온 딸과 아들에게 꼬깃꼬깃 모아둔 돈 260만원, 미화로 2천3백달러를 보내게 됐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한켠으로 혹한에 떨고 있는 이웃걱정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녹취:오금순] “지붕 철판 팔아서 일주일 내지 열흘, 한달 먹은 집은 잘 먹은거고, 북한에 전화를 하는데, 얼어죽은 숫자가 굶어 죽은 숫자보다 더 많다고 하더라구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 스티브 장 씨도 올해 북한이 유독 춥다는 말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녹취:스티브 장] “북한은 건축자체가 옛날 기법이라 추위 막는데 부실해요, 제가 살던데는 엄청 추웠어요. 한파를 어떻게 이겨내는지 제일 걱정스런 부분이죠.”

한국에 거주하는 50세 남성 박건하씨 입니다.

[녹취:박건하]”산에 나무도 가까운 야산엔 없고, 밥이나 끓여먹고 방은 덥히지 못하니까, 가슴 아프죠. 여긴 연료 걱정은 안하잖아요.”
그러면서 박건하 씨는 어릴적 북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설날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녹취:박건하] “설날을 술날이라고 하거든요. 아이들 데리고 가서 부모님께 술한잔 따라올리고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했던 기억이 나요. 여기는 사실 개인주의 사회다 보니까 좀 삭막한 분위기가 많은데..북한의 새해 인사말이 새해를 축하합니다 덕담이예요. 남한에서는 돈 많이 버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자나요.”

스티브 장씨도 새해가 되면 탈북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앉아 고향 이야기를 나누곤합니다.

[녹취:스티브 장]”고향은 틀리니까. 자기에 고향에서 명절 음식을 나눠먹으면서 덕담을 하고, 어린시절 그때 동료 친구들 성장해서, 명절쇠던 이야기.. 어린시절 추억하면서, 모교도 찾아뵙고 즐거움을 나눴던 이야기를 하죠.”

이렇게 고향 얘기를 하자면 어느새 두고 온 가족 생각에 눈시울 젖지만, 그래서 더 새해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말하는데요. 중국에서 만난 탈북 여성과 결혼해 2005년 한국에 입국한 박건하씨도 남다른 새해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북에 두고온 두 딸 때문입니다.

[녹취:박건하]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땄고 컴퓨터 자격증은 실기 시험만 남았어요.대학 4학년인데, 잘 마쳐야죠.전기쪽의 최고의 자격을 따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어요. 날이 추울 때 마다 딸들이 생각 나는데, 딸이 20살 17살인데.. 2011년 이후에 연락이 안되요. 단속이 심하다고 해서, 혹시 위험에 처할까봐 (다시 연락할)애쓰지 않고 있어요.목이 메어서 말 못하겠네..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지 않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만날거니까..희망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탈북자들은 몸은 미국과 한국에 있지만 마음은 북에 둔 채로 살아갑니다. 북녘 땅에 부모 형제를 남기고 온 스티브 장씨는 자신을 이방인이라 말합니다.

[녹취:스티브 장] “남들 안보는 눈물도 많이 흘렸죠. 우리가 이방인이니까.. 화상채팅으로 부모랑 하는거 보면 제일 가슴이 아파요. 부모님 누님 동생을 생각이 많이 나죠.”

오금순씨도 자신이 한국에서 누리는 행복이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녹취:오금순] “저는 이곳에 와서 너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여러분에게 미안하고 죄송합니다.유난히 추운 겨울인데, 다시 만나서 못다한 사랑을 나누고 싶고 통일되는 그날까지 다시 만나고 싶은 심정이 간절합니다.”

오금순씨는 군대에 간 아들을 떠올리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립니다.

[녹취:오금순] “사랑하는 아들아 참 할 말이 없구나, 이 추운겨울에 네가 군대생활 하는데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아들아 힘내. 누나 말 잘듣고 힘을 합쳐서 엄마 만나는 그날까지 안녕히 잘있어.”

VOA 뉴스 장양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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