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 첩보체계 비대화 심각” - 워싱턴 포스트 보도


9.11테러 이후 미국이 통제불능의 정보기관 국가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국가안보와 첩보 체계가 너무 방대해져 정부가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요. 어떤 비판인지 알아 보겠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 미국 정보기구가 비대해지면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 얘긴데 미 유력 언론이 집중적으로 다뤘군요.

답) 그렇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지난 2년 간 취재한 내용입니다. 19일부터 3일 간 연재기사를 싣고 있는데요. 내용이 워낙 방대해서 연재 첫 날은 아예 5개 지면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 그만큼 파헤칠 게 많다는 얘기겠죠?

답) 예. 2년 동안 정부 문서와 정보담당 관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추적한 만큼 얼마나 깊이 파고들었는지 아마 짐작이 가실 겁니다. 특집 기사의 제목부터가 ‘일급비밀의 미국’입니다. 9.11테러 이후 9년 동안 미국이 일급비밀 국가가 돼버렸다는 게 핵심입니다.

) 그래도 출발은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 아니었습니까?

답) 그게 시작이긴 합니다만 이후에 엄청난 예산과 권한을 위임 받아 정보기관들이 지나치게 몸집을 부풀렸다는 겁니다. 그 결과 이제는 너무 거대해져서 통제가 힘든 상황에 처했다는 거구요. 통제를 벗어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비밀스런 곳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바로 그런 숨겨진 세계가 미국 전역에 존재한다고 폭로하고 있습니다.

) 어떻게 보면 첩보영화에나 나올만한 내용인데, 미국 정보기구들이 얼마나 비대해졌다는 건가요?

답) 상당히 구체적인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대 테러와 국토안보, 정보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정부기관 1천2백71곳, 사기업 1천9백31곳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들이 활동하는 지역만 꼽아봐도 미 전역에 1만 곳이 넘는다고 하구요.

) 엄청나군요. 9.11테러가 이런 변화의 기폭제가 됐다, 그런 얘기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지난 9년 간 완공됐거나 건설 중인 정부기구 단지가 워싱턴 주변에만 33개나 된다고 하니까요. 이들이 차지하는 면적만해도 1백60만 제곱미터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이게 어느 정도 넓이인지 감을 잡으시겠습니까? (글쎄요, 넓긴 넓은 것 같은데) 미 국방부의 3배, 의사당의 22배 넓이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 그렇게 비교를 하니까 그 규모가 짐작이 되는데요.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도 무척 많겠네요.

답) 물론입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85만4천 명 정도가 일급비밀 보안허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는데요. 이 정도면 워싱턴 DC인구의 1.5배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이 숫자에 일부 정보기관의 수위까지 포함돼 있다고 하거든요. 따라서 느슨한 보안 문제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 자, 이렇게 정보기구도 급속히 양산됐고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다면, 글쎄요, 효율성 여부가 당장 문제로 지적되지 않겠습니까?

답) 바로 그렇습니다. 숫자가 많다고 해서 업무처리가 반드시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니까요. 오히려 이 경우에는 그 반대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다수의 기관이 유사업무를 중복 수행하고 있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무슨 얘긴가요?) 가령 51개 연방기구와 군부대가 미국 15개 도시에서 테러단체 자금 추적이라는 동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 비효율의 전형이 아닌가 싶은데, 또 정보라는 게 너무 많아도 골치 아픈 거 아닌가요? 언제 다 소화해 내겠습니까?

답) 맞는 지적입니다. 정보 전문가들이 미국과 해외에서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취득한 서류와 대화 정보를 근거로 보고서를 내고 있는데요. 보고서 양이 1년에 5만 건에 이릅니다. (그걸 언제 다 읽겠습니까?)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그 양이 너무 엄청나기 때문에 보통은 무시된다는 얘깁니다.

) 상당히 날카로운 지적으로 들리는데요. 왜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는 걸까요?

답) 정보기구가 급속히 비대해진 반면 이른바 ‘음지’에서 활동하고 또 충분한 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제시하는 좀 더 구체적인 이유를 보면 관련 입법이 조급하게 추진됐다는 점, 국방부와 중앙정보국 같은 정보관련 기관 간의 비협조를 들고 있습니다.

) 정보기구의 그런 비효율성 때문일까요? 바로 얼마 전에도 포트 후드 미군기지 총기난사 사건이라든지 또 성탄절 항공기 폭파 기도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었잖아요.

답) 정보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사건들로 인식됐었죠. 특히 성탄절 항공기 폭파기도 사건의 경우, 테러기도를 막은 것은 정보분석가들이 아니라 테러범 옆자리 좌석에 앉아 있던 민간인 승객 아니었냐, 워싱턴포스트는 이렇게 꼬집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파헤친 미 정보체계의 문제점 알아봤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