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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외교전문, 북한 내부 혼란상 보여줘


북한에서 지난 해 단행된 화폐개혁이 실패한 이후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최근 공개된 미국 정부의 외교전문에서 나타났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는 몇 년 안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현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 중 북한 관련 내용들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문) 조은정 기자. 미국 외교전문이 계속 폭로되고 있는데요. 최근 북한 내부적으로 혼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죠?

답) 예. 화폐개혁 실패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 때문인데요. 서울 주재 미국대사관이 작성한 문서에 따르면, 올해 1월 11일 유명환 당시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은 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에게 “어설픈 화폐개혁이 정권에 큰 문제들을 야기했으며,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주재하는 복수의 북한 고위 관리들이 최근 한국에 망명했다”고 밝혔습니다.

문) 이러한 고위급 망명은 공개되지 않았던 사안이죠?

답) 예. 이외에도 북한 내부동향을 알 수 있는 여러 기밀 사항들이 공개됐습니다. 김성환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있던 지난 2월 3일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에게 “북한에서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는 신빙성 있는 정보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구체적인 사례가 있었나요?

답) 예. 김 수석은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는 여객 열차에서 북한 경찰이 최근 폭탄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보 당국을 인용해 캠벨 차관보에게 밝혔습니다. 김 수석은 그러면서 “북한의 화폐 개혁이 사회 전반에 강한 반감을 일으켰다”고 덧붙였습니다.

문) 내부적으로 동요가 심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력 장악력이 약해졌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을 텐데요.

답) 중국 선양 주재 미국 총영사는 소식통들을 만난 뒤 올해 1월 11일에 보고서를 작성했는데요. “김정일이 뇌졸중과 다른 건강 질환으로 점차 결정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총영사는 또 “김정일의 신임을 받고자 하는 다양한 파벌이 서로 다른 방안을 제시해 김정일이 단호하고 명확한 방향 설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문)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러운 것 같은데요. 이번 외교 문서에서는 김정일 정권의 지속 여부에 대한 전망도 있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한국 통일부의 현인택 장관은 지난 해 7월 24일 커트 캠벨 차관보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3년에서 5년 이상 살지 못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올해 2월 17일, 당시 외교부 차관이었던 천영우 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에게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붕괴됐다”며, “김정일 사후 2년에서 3년 후 정치적으로도 붕괴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문) 통일을 생각해야 하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매우 구체적으로 북한의 앞날을 점치고 있군요.

답) 예. 천영우 차관은 이날 스티븐스 대사에게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서, 세련된 중국 당국자들은 한국 주도로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천 수석은 또 중국 당국자들이 북한이 전략적 완충지역으로 가치가 없다는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지난 해 7월 캠벨 차관보에게, “북한이 갑자기 붕괴할 경우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는 재빨리 움직여 한반도를 통일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 천영우 차관의 언급이 주목되는데요. 이런 견해가 중국 정부 전반에 퍼져있나요?

답) 그렇지 만도 않은데요. 2009년 6월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이 작성한 문서에 따르면, 한 중국 당국자는 “중국의 분석가들은 북한이 여전히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김정일 사후 체제 붕괴 가능성은 강력히 부인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북한에 대한 인내력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문) 중국은 전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북한을 지지하고 있는 우방국인데요. 어떤 발언들이 있었습니까?

답) 허야페이 제네바주재 중국대표부 대사는 외교부 부부장 시절인 지난 해 9월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우리는 그들 (북한)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들은 우리 이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허 부부장은 또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 대화와 관련된 정보를 중국에 전달하길 거부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허 부부장은 이어 2009년 4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 한 뒤에는 베이징 주재 미국 외교관에게, “북한이 어른의 관심을 받기 위해 ‘버릇없는 아이’처럼 군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중국과 북한 간 틈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군요. 끝으로, 이번 문건을 통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다른 지도자들의 솔직한 평가도 있었죠?

답) 예.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는 싱가포르 주재 미 대사관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경기장을 활보하며 과찬을 갈구하는 허약한 늙은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은 김 위원장이 “술을 잘하는 애주가로 중국 관리들 사이에 평판이 나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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