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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2만명 시대 3] 탈북 청소년의 현실


한국의 탈북 청소년들

한국의 탈북 청소년들

한국으로 들어온 탈북자들의 수가 이달 안에 2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이 보내 드리고 있는 한국 내 탈북자들의 삶에 대한 특집방송,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목숨을 걸고 탈북했지만 한국에 입국한 뒤에도 학업과 문화 차이 등으로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 청소년들, 이들의 어려움과 희망은 무엇인지 살펴 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양강도에서 태어난 김은선 양은 지난 2006년 북한을 탈출했습니다. 한국에 온 뒤 16살에 중학교 1학년이 됐지만 학교 공부를 따라 갈 수가 없었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 ABC를 처음 배웠는데 수업 시간에 칠판보고 친구들은 단어를 한번에 적는데 전 한 자 한 자 따라 쓰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처음 한 달간 수업하는 내용을 한 마디도 못 알아들었어요."

이광일 군은 19살의 나이에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지만 북한에서 러시아어를 배운 탓에 영어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었습니다.

"한국 오기 전 태국 감옥에서 ABC를 익혔어요. 그 때 영어단어를 조금 외우고 학교에 오니까 공부가 정말 쉽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사실 일찌감치 공부를 포기했었어요. 그냥 학교에 나가는 것에 의미를 뒀어요."

한국에 정착한 학령기 탈북 청소년의 수는 모두 1천7백 여명으로 전체 탈북자의 약 10% 정도입니다. 청소년의 입국 규모는 해마다 늘어나 지난 4년 사이 4배나 급증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가족 단위로 탈북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탈북자 10 명에 2 명 이상은 청소년입니다.

이들의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통일부에 따르면 중고등학교에 입학한 탈북 청소년10명 중 1명은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남한 일반 학생들의 평균보다 6배나 높은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규학교 뿐아니라 대안학교 등 어디에도 다니지 않는 청소년도 1백40여명이나 됩니다. 일반 고등학교를 다니다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김상일 군입니다.

"북한에선 먹는 문제에 신경을 쓰다 보니까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어요. 태어날 때부터 남한 애들은 학원이다 뭐다 준비하는데 저희는 솔직히 따라갈 수 없거든요. 기껏 해 봤자 방과 후 수업 외에는 학원 갈 형편도 안돼요."

한국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탈북 청소년의 대다수가 중학교 이하 학력으로, 5명 중 1명은 초등학교 학력 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에서의 학력을 기준으로 남한 학교에 입학하다 보니 2-3살에서 많게는 5-6살 어린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면서 열등감 속에 의욕을 상실해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17살에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한 이현아 양입니다.

"언니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한참 어린 애들이 친구하자고 하고 어깨동무를 하고 머리를 만지면 진짜 기분 상하거든요. 일단 나이를 속이고 학교에 들어갔는데 잘 적응하려면 참아야 하는 게 한편으론 억울하기도 하고 중간에 더는 못 참아서 학교를 그만뒀어요."

탈북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말투나 탈북자에 대한 편견 때문에 친구 사귀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합니다. 2001년 형과 함께 한국에 온 박정호 군은 중학교 때 동급생들이 ‘탈북자’라고 놀리며 왕따를 당했던 경험을 잊을 수 없습니다.

"동급생 5명이 절 화장실로 끌고 가서 막 때려서 싸움이 났는데 그쪽 부모님들이 오셔서 ‘못사는 나라에서 온 주제에 말썽만 부린다’고 저만 혼내는 거에요. 단지 정당방위를 했을 뿐인데 그날 집에 가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탈북 청소년 10명 중 6명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할까봐 북한 출신임을 밝히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남북간 상이한 언어도 탈북 청소년들에겐 넘어야 할 산입니다. 김은선 양입니다.

"남한 말은 영어 외래어가 대부분이잖아요 볼펜도 북한에선 원주필이라고 하는데 친구들한테 원주필 좀 달라고 했다가 못 알아들어서 창피했어요. 체육복도 북한에선 단복이라고 부르는데 첨엔 못 알아듣고 한참 헤맸어요."

탈북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가족의 해체와 재결합도 사춘기 청소년들에겐 큰 상처가 됩니다. 15살 이현지 양은 “한국에 먼저 온 엄마를 찾아왔는데 엄마가 재혼해 새 아빠와 동생 2 명과 같이 살게 됐다”며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탈북 청소년을 교육하는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영석 팀장은 학업 문제에다 가족 간 갈등까지 겹쳐 어디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해 유혹에 빠지는 청소년들도 많다고 말합니다.

"가족끼리 만나는 시간이 2년에서 많게는 5년 정도 걸리는데 이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복수심도 있고, 부모들도 한국에 와서 적응하는 과정이므로 청소년들에게 고민을 해소하는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탈북 청소년이 탈북 과정에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데다 한국에 와서도 어른들 보다 두 세 배의 어려움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맞춤식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한꿈학교 김성원 교장입니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들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입니다. 국어 영어 수학을 잘하는 아이를 만드는 게 아니라 다양한 특성을 가진 아이들이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

한국 정부는 올해 관련법을 개정하고 탈북 청소년에 대한 종합지원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입니다.

통일부의 경우 올해 하나원 내 예비학교를 만들어 본인이 원하는 경우 최대 1년까지 준비보충학습을 받을 수 있도록 올해 법을 개정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보완장치를 만들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탈북 청소년의 입국 초기부터 사회 진출까지 체계적인 지원을 위한 2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지원 예산도 4배 이상 대폭 확대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 이상진 교육복지국장입니다.

"모든 탈북 학생들에게 1대1 멘토링을 제공하고, 방과후 특별 프로그램 등을 대폭 강화할 예정입니다. 또 대안학교 설립운영 규정을 완화해 공식적으로 인증되는 정규 대안학교로 전환하도록 돕고 재정 지원도 대폭적으로 확대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탈북 청소년을 위한 정부와 민간 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탈북 청소년들은 오늘도 한국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나약해질 때마다 탈북 당시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는 김상일 군은 북한 청소년을 위한 교육 재단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남한에 먼저 온 선배로서 30년 후에 북한 아이들이 여기 와서 꿈을 갖고 살 수 있도록 북한 아이들이 못 먹고 못 배운 게 아니라 남한 아이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어요."

올해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에 입학한 김은선 양은 북한에서 출신 성분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경찰의 꿈을 반드시 이뤄 한국에 와서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저를 비롯해 탈북자를 위해 뒤에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그분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고 싶어요. 정정당당하게 경찰관이 되어 탈북자도 잘 할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탈북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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