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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첫 연설…평양 주민들 “김일성 음성 그대로”


15일 북한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을 맞아 열병식이 열린 가운데, 열병식에 참가한 여군들.

15일 북한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을 맞아 열병식이 열린 가운데, 열병식에 참가한 여군들.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1백 번째 생일 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르고 있습니다. 특히 어제 (15일) 진행된 대규모 군 열병식에선 김정은 노동당 제 1비서의 육성이 처음으로 공개됐는데요. 평양에 나가 있는 백성원 기자를 연결해서 현지 상황 자세히 들어 보겠습니다.

문) 백성원 기자 (네, 평양입니다) 어제 (15일)가 김일성 주석의 1백 번째 생일, 태양절 아니었습니까? 북한에선 가장 중요한 명절로 여기는 날이죠?

답) 그렇습니다. 제가 지금 평양 체류 열흘 째인데요. 15일, 어제 분위기는 여느 날과 또 달랐습니다. 아침부터 제가 묶고 있는 고려호텔 직원이 방에 꽃을 갖다 주길래 뭔가 했더니 바로 ‘김일성화’ 였습니다. 짙은 자주색 빛깔의 꽃을 화병에 정성스레 꽂아 침대 옆에 놔 주면서 김 주석의 1백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든 객실에 이렇게 김일성화를 보낸 것 같았구요. 그 외에도 이 곳 평양에서는 지금 한국에서 추석이나 설날에나 느낄 수 있는, 혹은 그 이상으로 명절 분위기를 대대적으로 띄우고 있습니다.

열병식에서 손을 흔드는 김정은.

열병식에서 손을 흔드는 김정은.

문) 그런 분위기의 정점이 바로 인민군 열병식이 아니었나 싶은데, 15일 오전에 열렸죠?

답) 그렇습니다. 북측이 태양절 축하 기간 동안 가장 큰 의미를 두는 행사인 만큼 시작 전부터 상당히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평양에 와 있는 외신 기자들도 아침 6시30분부터 모이게 해서 다른 날보다 훨씬 철저한 검색을 거쳐 버스에 오르게 했습니다. 당연히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등장하기 때문이었을 텐데요. 카메라 렌즈 뚜껑까지 열어 자세히 들여다보고 검색원들 앞에서 촬영까지 해 보여야 했습니다.

문) 그런 상황이면 취재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북한이 새로 공개한 장거리미사일.

북한이 새로 공개한 장거리미사일.

답) 열병 행사가 진행되는 평양의 김일성광장까지 가는 과정은 상당히 통제가 심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현장에 도착해 기자들이 취재를 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수월했습니다. 앞서 14일 김일성 주석의 1백 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중앙보고대회 때만해도 기자들에게 지정된 장소가 주석단에서 너무 멀어서 김정은 제1비서의 모습을 제대로 담기 힘들었었는데요. 열병식 행사에선 김1비서가 등장하게 될 주석단이 잘 보이는 자리를 내 주는 등 취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측으로선 외부에 보이고 싶어하는 행사였고, 또 어떻게 보면 김정은이라는 젊은 지도자가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중요한 날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문)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는 건 이날 첫 공식연설을 한 걸 말하는 겁니까?

답) 바로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상당히 흡사한 모습을 보이며 북한 주민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면, 이날은 육성까지 공개하며 한층 더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고 볼 수 있는데요. 우선 김1비서가 주석단에 등장하는 순간을 담아봤습니다.

[녹취: 김일성 광장 현장음]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취재하는 VOA 백성원 기자.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취재하는 VOA 백성원 기자.

제가 작년에 평양에서 9.9절을 기념하기 위한 열병식 때도 느꼈던 거지만 태양절 열병 행사에서도 지도자가 주석단에 나타나기 전까진 그야말로 지나치리만큼 고요했습니다. 그러다가 김정은 제1비서가 나타나자마자 갑자기 커다란 환호성이 광장을 가득 메워서 극적인 대조를 이뤘습니다.

문) 그때까지만 해도 김정은 제1비서가 직접 연설할 거라고 예상은 못했겠죠?

답) 예. 공식연설을 삼갔던 김정일 국방위원장 스타일에 익숙했기 때문인데요. 김 위원장도1992년 4월25일 인민군 창설일에 처음 육성을 공개했을 당시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 있으라”는 단 한 문장만 말하지 않았습니까?

문) 그 한 마디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개된 김 위원장의 육성이 됐구요.

답) 그랬죠. 제가 평양에서 시민들에게 김 위원장의 그런 점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물어봤는데요, 김 위원장이 생전에 너무 겸손하고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했기 때문에 늘 말을 아꼈다, 대체로 그런 식의 반응들을 보였습니다.

문) 그런데 김정은 제1비서는 이날 김정일 위원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단 말이죠.

답) 예. 간단한 구호만 외친 게 아니라 20분이 넘게 연설을 했습니다. 서두를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예, 바로 앞에서 녹음한 게 아니라서 명확히 알아듣긴 힘들지만 김정일 위원장 목소리 보다는 낮은 음색이죠? 실제로 김일성 주석을 떠올리게 하기 위한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현장에서 주변의 북한 주민들의 반응을 바로 들어봤는데요. 역시 그런 대답들이 많았습니다.

[녹취: 평양 시민 1] “위대한 수령님과 목소리가 비슷합니다.” [녹취: 기자] “오늘 처음 들으신 거죠, 목소리는?” [녹취: 평양 시민 1] “예, 오늘 처음 들었습니다.” [녹취: 기자] “연설할 줄 아셨습니까?” [녹취: 평양 시민 2] “몰랐습니다. 우리 수령님께서 젊었을 때 그 음성 그대롭니다.”

문) 연설 내용은 백 기자가 어제 기사를 통해 보도했습니다만, 다시 한번 간단히 소개를 좀 해 주시죠.

답) 예. 북한이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라 당당한 정치군사 강국이 됐다면서 이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이 안아온 역사의 필연이다,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주, 선군, 이런 개념을 강조했는데요.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 위업을 실현시키기 위해선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군대를 강화해야 한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역시 연설은 구호로 마무리 했는데요. 등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환호성 소리가 컸습니다. 들어보시죠.

[녹취: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최후의 승리를 향하여 앞으로” [녹취: 김일성 광장 현장음]

문) 열병식은 바로 그 직후에 진행된 거죠?

답) 맞습니다. 인민군 육해공군과 노농적위군, 그리고 붉은청년 근위대가 참가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이날 참 많은 무기를 공개했다는 점입니다. 김일성 광장을 총34 종류, 8백 80대가 넘는 무기가 가로지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뭐 이 정도면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구요.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 현장 잠시 들려드리겠습니다.

[녹취: 김일성 광장 현장음]

예. 탱크와 장갑차, 각종 미사일 행렬이 이어졌는데, 지금 이 소리는 김일성 광장 위로 미그기가 비행하는 순간입니다.

문) 이렇게 하나 하나 지나가는 무기 가운데 가운데 신형 장거리 미사일이 포함돼 있었던 걸로 외부에선 파악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게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닌가 그런 추정을 하고 있구요. 백 기자, 혹시 현장에서 문제의 미사일을 봤습니까?

답) 예. 볼 수 있었습니다. 외부의 분석을 지금 말씀하셨습니다만, 실제로 현장에서도 그런 얘기가 있었습니다. 제가 육안으로 봐선 이걸 ICBM, 그러니까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이렇게 알아보긴 힘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문제의 미사일이 제 앞을 지나갈 때 뒤 쪽의 북한 안내원이 귀띔을 해줬습니다. 현장 경호원들 얘기가 저게 대륙간탄도미사일이란다, 그런 얘길 제게 했습니다. 그 무기를 특히 기자에게 강조한 걸 보면 일부러 알리고 싶은 의도가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문) 북한이 열병식을 통해 선보인 무기들 뿐아니라 주석단에 누가 올랐는지도 관심인데요. 김정은 제1비서 주변에 포진한 인물들을 보면 누가 실세인지 알 수 있으니까 말이죠.

답) 그야말로 김정은 시대를 이끌 주역들이 주석단에 함께 올랐다고 할 수 있는데요. 김정은 제1비서의 바로 오른쪽엔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섰습니다. 눈에 띄는 하얀 군복 차림으로요. 그리고 그 옆에 이영호 군 총참모장이 자리했구요. 김 1비서를 기준으로 왼쪽엔 늘 그렇듯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보였구요. 그 옆으로 최영남 내각 총리,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 김경희 당 비서 순이었습니다.

문) 김정은 제1비서가 열병식 내내 자리를 지켰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간혹 손을 들어 답례하기도 하고 손뼉을 치기도 했습니다. 또 참석자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웃기도 하고 뭔가 귓속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비교적 가까운 곳에 봤는데 손을 흔드는 동작이라든지, 큰 움직임 등을 볼 때 김일성 주석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았구요. 어쨌든 이날 열병식, 물론 김일성 주석의 1백 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행사였습니다만, 김정은 자신의 시대 개막을 자축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외신 기자들의 관심도 온통 그의 모습과 목소리를 담는데 쏠렸구요.

문) 자, 태양절 행사 중 북측이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는 열병식이 오전 중에 끝났고, 그 이후엔 어떤 행사가 열렸습니까?

답) 열병식이 태양절의 낮을 대표한다면, 불꽃놀이가 이 날의 밤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들을 모이게 한 시간은 오후 3시가 채 안됐는데, 검색하느라고 정말 오랜 시간이 지체됐습니다. 결국 대동강변의 주체사상탑 앞에 집결한 시간은 밤 8시가 거의 다 돼서였습니다.

문) 태양절 행사에 평양 시민들이 대거 동원되는 걸로 아는데 그 곳에서 주민들을 좀 볼 수 있었나요?

답) 정말 많이 봤습니다. 주체사상탑 바로 건너 대동강변에서 날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는데요. 그 때 기자들 뒤 쪽에 자리잡고 앉은 평양 시민들을 아주 가까이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국말을 구사하는 기자가 저 말고는 거의 없어서요. 말도 좀 걸어봤는데요, 외부에서 온 기자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다가도 반갑게 인사도 하고, 친근하게 대해줬습니다. 빽빽이 모여 앉은 평양 시민들과의 대면, 현장음 잠시 들어보시죠.

[녹취: 기자] “반갑습니다 노래 한 번 해 주세요.” [녹취: 평양시민들] ‘반갑습니다’ 합창

말이 안 통하는 외신 기자들의 좀 색다른 옷차림만 봐도 까르르 웃고, 어떤 할머니는 노래를 하다가 군중 앞으로 나와 즉석에서 우스운 동작으로 지휘도 하고 해서 기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문) 북한에선 불꽃놀이, 그러니까 축포야회가 상당히 중요한 행사인데 김정은 제1비서도 현장에 왔습니까?

문) 예. 김일성 주석의 1백 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밤 행사라 김1비서가 이 곳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이 너무 어둡고, 멀리 떨어진 위치에 자릴 잡아 김1비서의 모습을 직접 볼 순 없었습니다. 언제나 신기한 건 노래하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던 주민들이 김1비서 도착 신호가 떨어지자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는 겁니다. 김정은 제1비서의 도착 직후 이들의 반응입니다.

[녹취: 평양시민들] “김정은, 결사옹위, 김정은, 결사옹위…”

지금 이게 군인들의 구호가 아니구요, 방금 웃으면서 ‘반갑습니다’를 노래하던 그 분들입니다. 옆에서 보는데 같은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단체로 외치는 구호라 잘 못 알아들으실 것 같은데요. “김정은, 결사옹위”라고 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1비서가 등장할 때마다 군인들이건 시민들이건 이 구호를 외쳤습니다.

문) 야간 행사는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답) 우선 음악이 굉장히 크게 울려 퍼졌습니다. 주변에 물어보니까 ‘김일성 장군의 노래’라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대동강 건너 보이는 주체사상탑을 중심으로 불꽃놀이가 시작됐구요. 현장에 있던 시민들, 방금 까지 경직됐던 모습은 또 어디로 가고 눈을 하늘에서 떼지 못한 채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질렀습니다. 안내원이 축포 행사야말로 건실한 경제력을 보여준다, 이런 축포 행사를 본 적 있는가, 미국에서도 이런 거 못 쏘지 않는가, 제게 물었습니다만,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해야 했습니다.

진행자) 예. 북한에서 열린 태양절 행사 소식,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백 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평양에서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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