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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EU와 IMF에 구제 금융 신청


유럽 국가 아일랜드가 마침내 유럽 연합, EU와 국제 통화 기금, 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했습니다. 아일랜드 정부는 지난 몇주동안 경제 파탄을 막기 위한 구제 금융의 필요성을 거부해 오다가 마침내 결정을 내렸는데요, 이에 대해 아일랜드 야당이 조기 총선 실시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아일랜드에서 정치 혼란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문) 유미정 기자 아일랜드는 한 때 ‘켈트족의 호랑이’로 불리며 유럽에서 잘나가던 나라가 아니었나요?

답) 네, 그렇습니다. 사실 아일랜드는 1백 60여 년 전 대기근으로 1백만 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아사한 ‘슬픈 역사’를 지닌 나라입니다. 하지만 그처럼 유럽의 빈곤국 이었던 아일랜드는 법인세와 수입관세를 대폭 인하하는 적극적인 외자 유치 전략으로 1990년대 이후 눈부신 성공을 일구어 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페이스북, 구글, 휴렛 패커드와 그 밖의 많은 다국적 제약 회사들도 낮은 법인세의 매력 때문에 아일랜드에 진출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유럽 내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아일랜드는 아시아의 고도 성장국에 빗댄 별칭으로 한 때 ‘켈트족의 호랑이’라는 칭송을 받기도 했습니다.

문) 그런데 그렇게 잘 나가던 아일랜드가 어떻게 해서 오늘날 구제 금융을 요청할 지경에 이른 것인가요?

답) 1999년 EU 가입 이후 은행들이 저금리의 외자를 앞다퉈 도입하면서 부동산 거품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아일랜드의 부동산 가격은 2000년에서 2006년 사이 3배나 상승했습니다. 국민들도 집값 상승을 빌미로 돈을 마구 빌려다 썼습니다. 그러다 2008년 부동산 시장의 파동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자, 아일랜드 은행들은 외채 지급 불능사태로 줄줄이 도산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아일랜드 정부는 부실 은행을 국영화해야 했고, 이에 따라 아일랜드 정부의 재정 부담은 엄청나게 불어났습니다. 반면 시중 집값은 50~60%나 곤두박질 했습니다.

문) 아일랜드의 현재 경제 상태는 어떤가요?

답) 아일랜드는 이미 파산에 직면한 은행들을 구제하는데 이미 6백억 달러의 공적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 GDP의 32%로 치솟았는데요, 유럽 연합의 지침이 GDP의 3% 이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일랜드의 재정 건전도가 얼마나 열악한 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아일랜드의 실업률은 13%에 이르고 있습니다.

문)그러면 아일랜드가 EU와 IMF로부터 지원받는 구제 금융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요?

답)정확한 세부 사안은 아직 더 조정을 거쳐야 하지만 대략1천 1백 10억 달러에서 1천 2백 3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문)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가로 EU와 IMF가 아일랜드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답) 강도 높은 긴축 재정과 은행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입니다. 우선 아일랜드 정부는 23일 내년부터 4년간 GDP의 10% 규모인 총 1백50억유로의 공공 지출 삭감 계획을 발표합니다. 여기에는 법정 최저임금 1유로 삭감, 사회복지 지출 10% 삭감, 그리고 공무원 2만8천명 감축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미 공무원,공 기업 종사자들은 급여가 15%가량 깎인 상태인데 여기에 더해 연금 삭감, 세금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사태의 발단이 된 은행권에도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요구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 그러면 이번 아일랜드 정부의 결정에 대해 어떤 반응들이 나오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답) EU 측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스페인의 트리니다드 지메네즈 외무장관은 아일랜드의 결정이 희소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럽 연합의 연대가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입니다. 지메네즈 장관은 유럽 연합 내 모든 국가들의 도움으로 다시 한번 유로화가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일랜드 내부에서는 상당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비상 각료회의가 소집된 21일 피켓을 들고 IMF와 브라이언 코웬 아일랜드 총리 규탄을 외치는 시위자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아일랜드 야당인 통일 아일랜드당도 정치인과 관료, 은행가, 부동산 재벌의 부패 고리가 나라를 망쳤다며 정권 교체를 위한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현 집권당에 대한 지지율은 17%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문) 네, 그런 가운데 아일랜드를 떠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지요?

답) 네, 특히 젊은 아일랜드인들 사이에 절망감과 수치감이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올 해 1사분기에만 2만 7천 7백명이 아일랜드를 떠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1989년이래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매달 5천명이 아일랜드를 떠나고 있는 셈인데요, 작년에 비해서는 무려 81% 증가한 것입니다. 아일랜드 젊은이들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 이민을 고려하거나, 한국 등지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아일랜드 정부가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는 소식을 자세하게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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