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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정순 오뚜기 쉼터 시설장] “탈북 청소년 지원시설 지방으로 확대”


지난 24일 한국 경상북도 구미에서는, 부모나 직계가족 없이 한국에 온 탈북 여자 청소년과 여성을 위한 ‘오뚜기 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9살에서 24살까지 탈북 여성들에게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교육과 자립을 지원하는 시설인데요. 오늘은 이 쉼터의 이정순 시설장을 전화로 연결해서 어떤 곳인지, 또 무연고 탈북 청소년들이 한국사회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들어보겠습니다.

문) ‘오뚜기 쉼터’, 먼저 어떤 시설인지 소개해 주시죠?

답) 저희 쉼터는 작년에 설립된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지원을 받고요. 재단 측 조사에 의하면 지난 10년 동안 550여 명의 무연고 탈북 청소년들이 남한으로 왔는데, 그 중 성인이 된 사람을 제외하면 현재는 150여 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무연고 청소년이란 직계가족을 동반하지 않고 한국에 온 탈북 청소년들을 말하고요. 저희 쉼터는 8월 24일 개소식을 했으며 현재는 2명의 여성 청소년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문) 앞으로 사람을 더 받아서 소규모로, 그룹홈 형태로 운영을 하신다는 거군요. 그러니까 9세에서 24세까지의 여성들을 받고 있는 거죠?

답) 네.

문) 아무 연고도 없이 한국에 와 있는 탈북 청소년들이 현재 150명 정도 된다고 하셨는데요, 아무래도 부모 없이 와 있으니까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고 또 어떤 어려움들을 겪고 있나요?

답) 성인도 아닌 청소년들이 연고 없이 홀로, 낯선 남한에서 생활하니까요. 소외감과 상실감, 외로움, 또 의지할 곳 없는 막연한 두려움이 가장 어려운 문제인 것 같고요. 몇 안 되는 여성들이지만 곁에서 보니까 정서불안이 심해요. 그래서 무엇을 할지 본인 스스로도 갈등이 많고 아침, 낮, 저녁, 계속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있고요.

문) 아무래도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낯선 환경에 왔고, 그럴수록 주변의 지원이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무연고 탈북 청소년들이 보통 어떤 과정을 통해서 한국에 오게 되나요?

답) 옛날에 어려운 시절을 생각해보면, 입 하나라도 덜자고 부모들이 아이들을 남의 집으로 보내고 그랬듯이, 북한에서도 어차피 같이 있으면 굶어 죽으니까, 자식 하나라도 살리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중국으로 내보내더라고요. 이렇게 북한에서 나온 청소년들이 대부분 중국으로 가서 막일 같은 것을 하며 생활하고, 그러다가 종교단체를 만나든, 혹은 브로커들을 만나든 해서 한국으로 안내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주로 브로커들이 많습니다.

문) 브로커 비용도 문제가 될텐데요?

답) 그것 때문에 한국에 내려오면 많이 시달리는데요. 이런 것들은 주변에서 도움을 받아서 해결하는 경우도 가능하더라고요.

문) 이렇게 부모 없이 한국에 온 탈북 청소년들이 머물 수 있는 시설을 이번에 여신 건데요. 그런 시설에 가지 못하는 청소년들은 보통 어떻게 지내나요?

답) 직계가족은 없더라도 지인을 찾아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을 통해 함께 생활을 하는데요. 청소년들도 한국에 와서 어느 시기가 되면 정착 지원금을 정부에서 받아요. 또 생계비 보조도 약간 받고요. 그러다 보니까 돈과 관련해 지인들과 약속을 맺고 생활을 하는데요, 불화들이 많이 생깁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탈북자들이 한국에 오면 정부에서 하나원 교육을 3개월 받은 후에 쉼터로 안내를 해 주죠.

문) 쉼터 시설은 충분히 있나요?

답) 쉼터 시설은 아직 탈북 여성이든 남성이든 서울과 수도권을 많이 선호합니다. 서울에 대한 환상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문) 그러니까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지내려 한다는 거군요?

답) 네. 그런데 기존에 수도권에 있는 여러 형태의 쉼터들은 자리가 상당히 부족해서, 정부 차원에서 각 지방으로 분산시켜서 생활하도록 유도하려고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 쉼터를 지방에서는 최초로 여기 경북권에 하나, 전라권에 하나, 이렇게 신설을 했죠. 오뚜기 쉼터는 여성들만 이용할 수 있는 쉼터고 전라권에 있는 쉼터는 남자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쉼터입니다.

문) 쉼터 위치를 경북 구미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답) 경북 구미가 공단입니다. 그래서 사실 일자리가 참 많아요. 작은 전자부품이라든지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이쪽에 일거리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이 이쪽을 잘 모르니까 자꾸 수도권이나 대도시만 선호하더라고요.

문) 지방이라서, 아무래도 서울보다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좀 차이가 있나요? 탈북자를 대하는 측면에서요?

답) 사실 저도 서울 사람이지만, 서울은 인구가 너무 많다 보니까 옆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줄 여유가 부족해요. 그런데 다행히 지방은 아직도 정적인 과거 세대들이 많으셔서, 돌봐주고 나누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문) 탈북자들이 서울을 선호하지만, 지방이 일자리도 많고 주변에서 도움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착하기 쉬울 수 도 있다는 말씀이군요?

답) 네, 학교의 경우도 공부만 하겠다고 하면 굉장히 많이 도움을 주시거든요.

문) 24일 개소식을 하셨으니까 이제 막 시작하셨고, 지금은 20대 초반의 여성이 두 분 있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앞으로 이런 여성들, 또 탈북 청소년들을 어떻게 지원하실 계획인가요?

답) 9살에서 24살까지의 무연고 청소년 여성을 대상으로 24시간 ‘돌봄이’ 체계를 구축하고 있고요. 생활지도, 학습지도, 또 의료 및 상담을 통해 취업과 자립 지원을 중심으로 남한 사회 정착을 돕고요, 더 나아가서 통일을 대비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진행자) 포부가 아주 크신데요. 앞으로 탈북 여성들, 또 청소년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하시겠다는 계획인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최근 경북 구미에 문을 연 무연고 탈북청소년 보호시설 ‘오뚜기 쉼터’의 이정순 시설장과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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