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탈북자들, “김정일은 경제와 소통에 실패한 지도자”


북한은 오늘 김일성 주석의 99회 생일을 맞아 각종 행사를 열고 주민들에게 선물을 나눠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주석에 대해서는 존경심을 갖고 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평양에서 여맹위원장을 지내다 지난 2008년 탈북한 최성경 씨는 과거 북한에 있을 때 태양절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말했습니다. 이 날이 휴일인데다 북한 당국이 각 가정마다 사탕과 과자를 나눠줬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한테는 사탕 과자 2kg씩 들어있어요. 애기들 다 주죠, 고등중학교 학생들까지…”

그러나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이후에는 태양절 때 나오는 사탕과 과자의 질이 상당히 나빠졌다고 최성경 씨는 말했습니다.

“처음에 생산해서 줄 때에는 (사탕이)맑고 모양도 예쁜 것을 줬는데 90년대 들어와서 색상이 검고, 백설 사탕가루가 없으니까…”

평양 교원대학 교수 출신인 탈북자 이숙 씨도 북한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과거 70-80년대 김일성 생일 때는 학생들에게 교복을 선물로 줬는데 90년대 들어서 선물이 중단됐다는 것입니다.

“나라의 경제가 곤란해지면서 선물이 없어지고 교복도 사서 입게끔 됐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평화연구소의 존 박 연구원은 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 위원장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합니다.

북한 경제가 80년대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돌아갔는데 90년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을 잡고부터는 배급이 중단되는 등 모든 것이 엉망이 됐다는 겁니다.

북한의 선전매체는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래 지난 17년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동일시’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북한은 노동당을 ‘김일성 당’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물론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사상에서도, 령도에서도, 덕망에서도 어버이 수령님 그대로”라고 하면서 김일성과 김정일을 동일시하려 해왔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을 상당히 다르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평양 교원대학 출신인 탈북자 이숙 씨는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주석에 대해 `인민을 돌보는 아버지’란 인식을 하고 있지만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일성에 대한 백성들의 마음은 진정한 수령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94년부터 3년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더 굶어 죽고 탈북자가 늘면서 김정일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게 됐고…”

탈북자들은 또 김정일 위원장이 민심을 얻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식량난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아버지 김일성 주석은 매년 신년사를 직접 하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집을 방문해 부엌의 솥 뚜껑을 열어 보는 등 주민들과 호흡을 같이 했는데, 김정일 위원장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시 탈북자 최성경 씨의 말입니다.

“김정일 때는 한번도 신년사가 없었어요. 그저 정론으로 해서 과업이 떨어졌죠. 김일성처럼 세세하게 (신년사로)농업, 경제, 건설 부문처럼 체계적으로 과업을 제시하지 않았어요.”

미국평화연구소의 존 박 연구원도 김일성과 김정일은 아주 다른 성격과 이미지를 가진 지도자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일성은 항일 빨치산 출신의 영웅적인 지도자로 인식돼 있는 반면 김정일은 연설도 안 하고 대중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등 소극적인 인상을 준다는 겁니다.

탈북자들은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당과 주민들의 관계가 크게 변했다고 지적합니다. 과거에는 ‘어머니당’이라고 해서 주민들이 노동당을 믿고 따랐는데, 이제는 겉으로만 충성을 하는 척하고 실제로는 자기 먹고 살기에 바쁘다는 겁니다. 다시 탈북자 이숙 씨의 말입니다.

“김일성 때는 교복이라도 똑같이 입고, 잘 사는 사람 못 사는 사람 없이 배급이라도 다 주고 그랬는데 이제 배급은 다 없어지고 북한은 뇌물과 돈 밖에 모르는 나라가 되고, 위만 존재하는 나라지, 밑의 백성은 당을 받드는 마음은 다 없어졌습니다.”

탈북자들은 북한 당국이 지금이라도 군을 최우선시 하는 `선군정치’ 대신 주민을 돌보는 `선민정치’를 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