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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학교 칼부림, 사회적 병폐


중국 내 학교 안팎에서 최근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칼부림 사건이 계속돼 주민들 사이에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공안 당국은 학교에 대한 경비를 강화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사회적 병폐를 치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중국이 요즘 상하이 엑스포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한 편에서는 칼부림 사건이 계속되고 있군요.

답) 네, 더구나 어린이들에게 칼을 휘두르는 이른바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학부모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 어떤 사건들이 발생했는지 잠시 살펴볼까요?

답) 지난주에만 세 건의 칼부림 사건이 발생해 50명 이상이 다쳤습니다. 지난달 30일에는 동부, 산둥성 웨이팡시의 한 소학교에 주민이 침입해 5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휘발류를 자신의 몸에 뿌리고 분신 자살했습니다. 전날인 29일에는 동남부, 장쑤성 타이싱시의 한 유치원에 역시 주민이 난입해 흉기를 휘둘러 교사와 유치원생 등 31명이 다쳤습니다. 또 28일에는 남부, 광동성에서 역시 어린이들을 상대로 괴한이 흉기를 휘둘러 여러 명이 다쳤습니다.

) 한번도 아니고 이렇게 여러 학교에서 연일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으니, 학부모들이 상당히 긴장하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사실 칼부림 사건이 중국에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6년 전에도 한 남성이 학교와 유치원에 연쇄적으로 난입해 칼을 휘둘러 수십 명의 어린이들이 다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었습니다. 또 지난 3월에는 연애하다 실패한 한 남성이 소학교 인근에서 어린이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8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습니다.

)순수하고 힘없는 어린들에게 흉기를 휘두른다는 게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데, 이유가 뭡니까?

답) 중국 당국은 공식적인 원인을 확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 언론들은 범인들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 정신병 때문에 무턱대고 어린이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건가요?

답) 그렇지는 않습니다. 시 당국이 자신의 집을 강제 철거 한 뒤 너무 적은 보상금을 줬다며 불만을 표출했던 남성도 있었고, 생계 유지를 위해 전 재산을 털어 지은 양계장이 당국에 강제 철거된 뒤 흉기를 휘두른 남성도 있습니다. 또 연애 문제, 주식 투자로 돈을 잃은 뒤 비관한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 중국 당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중국 당국은 학교 안전을 정치적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각 성에 안전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중국 내 공안 분야의 사령탑인 저우융캉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지난 3일 화상회의를 통해 이 사안에 대해 지역사회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주민들의 불만을 접수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 하지만 이런 칼부림 사건이 중국의 사회적 병폐 때문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는데, 어떤 얘기인가요?

답) 중국의 공직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가 주민들의 불만을 야기해 이런 범죄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의 한 전직 사회학 교수는 미국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 지와의 인터뷰에서 관리들의 부패로 주민들이 공정한 처우를 받지 못하는가 하면 부당한 법률 제도와 판결로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 그러니까 사회적 차별에 대한 불만이 이런 흉악 범죄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인터넷 블로거들에는 이 사건에 대한 인터넷 사용자들의 의견들이 상당히 많이 올라 있는데요. “사회에 대한 복수다”, “사회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는 약자가 또 다른 약자인 어린이를 공격한 것이다” 등의 목소리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하지만 공안당국은 정부에 대한 이런 부정적 의견들을 즉각 삭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이 곳 미국이나 자유 민주사회에서는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더 좋은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중국의 상황은 꽤 다른 것 같군요.

답) 네, 산둥성의 사회학 전문가인 선웬광씨는 어린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람들은 비난 받아야 마땅하지만, 사회적인 숙제를 해결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하다고 말했습니다. 범인들을 단순히 처형하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이유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즉 힘과 돈이 없으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이들과 사회가 충돌하는 배경에 대해 정부가 더 진지하게 다가서야 한다는 얘기죠.

) 이런 지적에 대해 중국 당국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답) 특별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유일 정당인 공산당이 결정하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논리가 아직도 강해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정부에 대한 적대행위로 간주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과 외부 언론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대신 범인에 대한 처벌과 대응, 경비 강화 등에 집중하는 분위기입니다. 충칭시 등 일부 지방당국은 공안담당기관에 흉기를 들고 학생들을 공격하려는 사람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사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이징시는 4일부터 공안당국에 시내 모든 유치원과 학교를 무장 공안들이 순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베이징의 한 지역은 범인을 제지할 수 있는 Y 자형 쇠파이프 200개를 학교에 지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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