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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제품 출시 7년, 성장과 동시에 한계 노출’


북한 개성공단에서 첫 번째 제품이 생산된 지 15일로 만 7년 째를 맞습니다. 그 동안 개성공단은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동시에 분명한 한계에도 직면해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2004년 12월15일, 북한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 기업 리빙아트가 1천여 점의 주방용품을 생산했습니다.

“북한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 공장에서 오늘 첫 제품이 생산돼 출시됐습니다. 화제의 제품은……”
이 제품들은 곧바로 트럭에 실려 서울의 백화점에 납품됐고, 당일 모두 매진되는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로부터 만 7년이 지난 지금, 개성공단에서는 1백23개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2005년 당시 18개와 비교하면 7배 가량 늘어난 수치입니다.

초기에 3백여 명에 불과했던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 수도 2007년에 2만 명, 2009년 4만 명에 이어 올해 9월 말 현재 4만8천 명을 넘었습니다.

7년 동안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불된 임금은 총 1억 6천만 달러를 넘었고, 1인당 평균임금은 2006년 68달러에서 1백2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또한, 9월 말 현재 누적 총생산액은 14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연간 생산액도 지난 해 처음으로 3억 달러를 넘었고, 올해도 역시 3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에 있는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의 남북교역 전문가 심남섭 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꾸준히 큰 문제도 없고 가격 경쟁력도 좋고 품질도 좋으니까 기존에 했던 주문량보다 더 늘리는 거죠.”

그러나 개성공단은 지난 7년 동안 남북관계의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등 한계도 분명히 노출했습니다.

남북관계가 얼어붙기 시작한 지난 2008년 11월 말, 북한은 남북간의 육로통행과 개성공단 내 체류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12.1 조치로 불리는 이 조치는 다음 해 9월 1일 해제됐지만, 그 사이에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은 생산 활동에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개성공단은 지난 해 3월 한국 해군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5.24 대북 제재 조치를 통해 남북교역 전면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남북간 일반교역은 물론 위탁가공 교역을 위한 모든 물품의 반출과 반입을 금지할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이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생산활동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새로운 투자나 투자 확대는 전면 금지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최근 5.24 조치로 중단됐던 개성공단 내 7개 입주기업의 공사 재개를 허용하는 등 일부 유연한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5.24조치의 근본적 출구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한편 빠르게 증가하던 개성공단 입주업체 수와 근로자 수도 2008년 이후 급격하게 둔화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국제무역연구원의 심남섭 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이 조만간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마 그것도 일정 한계 이상까지는 늘어나지 않는 게 생산량이 한도까지 가버리면 더 이상 늘어날 수 없죠. 지금 아마 90% 정도 될 거예요. 늘어날 여지가 크게 남아 있지 않습니다.”

결국 개성공단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생산제품의 수출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2005년부터 올해 3월까지 개성공단 누적 생산액 12억 2천만 달러 가운데 수출액은 1억1천만 달러로 전체의 9%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현재 개성공단 제품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대한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미 의회 산하 연구기관인 의회조사국의 딕 낸토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4월 발표한 대북 제재 행정명령에 따라, 모든 북한산 제품은 직접적인 방식은 물론 간접적인 방식으로도 미국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면서 개성공단 제품에 대한 관세 혜택에 대해 협정이 발효된 지 1년이 되는 시점에서 한반도 역외가공위원회를 설치해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키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미-한 FTA가 발효돼도 개성공단 제품이 미국에 수출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미국의 다른 대북 제재 조치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 등 정치적 현안들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개성공단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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