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 노동당 정치국, 정권핵심 재부상’


북한의 노동당 정치국이 다시 정권의 핵심 기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을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의 시신을 영구 보존키로 하는 등 굵직굵직한 결정을 도맡아 하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의 권력 이양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당 정치국이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김정일 위원장 장례식 직후인 지난 달 30일 열린 회의에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높이 모시었습니다.”

정치국은 또 향후 국정 방향에 대한 ‘결정서’도 채택해 김정일 위원장의 선군정치를 고수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이날 정치국 회의에는 상무위원과 정치국원, 후보위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정치국은 지난 12일 ‘특별보도’를 통해 금수산 기념궁전에 김정일 위원장의 시신을 ‘생전의 모습’으로 영구 보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르스 클링너 연구원은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당 정치국이 다시 부상하는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브르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연구원]”May be a shift power…”
과거 군부에 눌려있던 당 정치국이 정권 교체기를 맞아 다시 득세하는 것 같다는 겁니다.

노동당 규약에 따르면 정치국은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입니다. 당의 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것은 물론, 원로 당 간부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의 말입니다.

[녹취: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본래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공산당 독재체제니까, 공산당의 최고 정책기관이 정치국이에요. 정치국에서 결정이 나야 그게 국가의 정책으로 되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그게 죽어있었죠.”
실제로 김정일 위원장 시절 정치국은 유명무실한 존재였습니다. 무엇보다 30년 이상 당 대회가 열리지 않은데다 김정일 위원장을 제외한 상무위원 대부분이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김정일 위원장은 선군정치를 한다며 군부와 국방위원회에 힘을 실어주는 바람에 정치국은 힘을 잃었다고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전현준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전현준 통일연구원 박사]
“군은 정책 뿐만 아니라 경제,사회,문화 뿐만 아니라 대남까지 아우르는 정책을 폈기 때문에 정치국은 약화될 수밖에 없었죠…”

정치국은 지난 2010년 당 대표자회를 계기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노동당은 이 때 규약 개정을 통해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과 최영림 내각 총리, 리영호 군 총참모장을 선출하는 한편 정치국 위원17명과 후보위원 15명을 선출했습니다. 또 정치국 위원으로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가 선출됐으며 후보위원에는 김경희의 남편이자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과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이 포함됐습니다.

유명무실했던 정치국의 부상에 대해 미국과 한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다양한 관측과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강인덕 전 한국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의 친위세력인 장성택이 정치국을 동원해 김정일 사후 정국을 주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정치국을 누가 장악하고 있는가? 나는 장성택 일파가 장악하고 있다고 봐요. 그 사람 이외에는 정치를 주도할 인물이 없어요. 김정은 갖고는 안될 것이고, 김정은을 뒤에서 뒷받침할 최측근이라고 하면 역시 장성택이죠.”

반면 정치국을 일종의 집단지도체제 또는 김정은 보좌기관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헤리티지재단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의 말입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Because Kim is so young and untested so must be collective…” leadership…”

김정은이 나이도 어리고 국정 경험도 없기 때문에 정치국처럼 집단지도체제나 보좌기관이 필요하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는 설명입니다.

관측통들은 국방위원회와 정치국의 관계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1998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국방위원회를 국가 최고지도기관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국은 ‘당 우위 국가’인 북한에서 노동당의 최고권력기구입니다. 따라서 두 기관 사이의 역학관계에 따라 김정은 체제가 안착할 수도 있고 갈등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반도 전문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래리 닉쉬 박사는 정치국과 국방위원회가 사안에 따라 결정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래리 닉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Decisions will lied probably…”

국방위원회는 핵 문제를 비롯한 군사 문제를 주로 담당하고 정치국은 나머지 문제에 결정권을 행사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강인덕 전 장관도 북한이 경제를 살리려면 국방위원회보다 정치국이 나서는 편이 좋다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녹취: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가장 중요한 문제가 국민의 경제적 생활을 보장하는 것, 경제 재건인데, 이건 국방위원회에서는 논의가 안되고, 당 정치국에서 논의가 되고, 이것이 바로 내각으로 가서 인민경제계획으로 발전해야 해요. 그러면 정치국이 중심이 되어야죠.”

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에서 과거의 막강한 권력을 회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당 정치국이 과연 북한의 정권 이양과 경제 회복이라는 이중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 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