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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주민들, DVD로 외부정보 얻어’


북한 주민 상당수가 입소문과 알판으로 불리는 DVD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북한 당국은 외부 라디오 방송의 파급효과를 의식해 전력난에도 불구하고 전파 방해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북한 내 미디어 (매체) 환경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관해 김영권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지난 주에 보고서 발표 관련 행사 내용을 보도해 드렸는데, 이 시간에는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보고서 발표 배경부터 설명해 주시죠?

답) 네, 보고서는 워싱턴에 있는 전문 설문조사단체인 ‘인터 미디어’ 가 발표했습니다. 인터 미디어는 오랫동안 미 방송위원회 (BBG)의 의뢰를 받아 북한 내 미디어(매체) 환경에 대해 조사를 해왔는데요. 이번에는 미 국무부의 기금을 지원받아 북한의 매체환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처음 발표했습니다.

문) 국무부가 보고서 작성을 지원한 이유가 궁금하군요.

답) 미디어 환경은 그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과 정보 흐름을 파악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는 게 국무부 관리들의 설명입니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는 정부의 책임과 투명성을 확대할 뿐아니라 권력의 남용과 인권 유린을 억제할 수 있다는 거죠.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이런 미디어 환경에 대한 파악이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럼 북한 주민들에게는 이런 미디어 환경이 어떤 영향을 주는 겁니까?

답) ‘인터 미디어’ 측은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북한 주민들이 얻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방송 드라마와 영화 등을 담은 알판(DVD)은 개인의 자유, 한국의 발전상을 그대로 전달해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당국의 철저한 정보 통제로 비교의식이 거의 없었던 북한 주민들에게 이런 매체 환경의 변화는 자신의 형편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했다는 겁니다.

문) 그런 변화가 어떤 파급효과를 갖는다는 거죠?

답) 정부의 선전선동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을 파악해 비판적 의식을 스스로 가질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북한 주민들 사이의 연대감을 강화시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적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는 엄격히 금기시했던 행동들이 이런 정보 교류를 통해 점진적으로 일반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문) 북한 당국은 외부 정보를 접하는 주민들에 대한 처벌을 더 강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답) 겉으로는 그렇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런 규제를 피하는 요령들이 더 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내부에 만연된 부정부패, 불규칙한 단속 등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공간 역시 늘고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외부 정보를 가장 많이 접하는 대상이 고위 엘리트 계층이기 때문에 단속도 제한적이라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문)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들이 나왔는지 살펴볼까요?

답) 보고서는 수백 명의 탈북자들과 중국을 찾은 북한 방문자들, 전문가들에 대한 설문조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그 결과 북한 주민들은 입에서 입을 통해 정보를 얻는 비율이 84 퍼센트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알판(DVD)이 39 퍼센트, 외부 라디오 18 퍼센트, 외부 텔레비전 17 퍼센트로 나타났습니다.

문) 그럼 미디어만을 놓고 볼 때 어떤 매체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까?

답) 지난 2010년에 실시된 조사 기준으로 텔레비전이 74 퍼센트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 뒤를 알판(DVD)이 46 퍼센트, 그러니까 절반에 가까운 주민들이 DVD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이어 라디오와 컴퓨터, 손 전화기, MP3 가 차지했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북한인들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외부 매체를 접했지만 점차 외부세계와 정보에 대해 신뢰가 높아졌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응답했습니다.

문) 북한 주민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외부 정보를 많이 접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들이 있습니까?

답) 보고서를 공동 작성한 인터 미디어의 나다니엘 크레친 부국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한국인과 한국 정부, 또 미국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시각이 다른 게 인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레친 부국장] “North Korean do a great job of separating …

대부분의 북한인들은 한국인들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이었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북한 정부가 주로 한국 국민들보다 한국 정부를 겨냥해 비난해 선동하기 때문이라고 크레친 국장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주민들의 관심도가 대체로 낮아 정부와 미국인들 사이의 적대 의식에 큰 편차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문) 외부 방송에 대한 전파 방해 정도는 어떤지 궁금하군요.
답) 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전파 방해를 계속 시도하고 있지만 많은 외국 라디오들이 여전히 북한에 방송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파를 방해하려면 막대한 전기가 필요한 데 열악한 전기 사정 때문에 이를 다 막을 수 없다는 겁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마틴 윌리엄스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북한 정부가 하루 최대 18시간까지 라디오 방송에 대한 전파 방해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틴 연구원] “Usually for up to 18 hours a day…

윌리엄스 연구원은 라디오 방송 청취자가 수백 명에 불과하다면 북한 당국이 하루 10-15개 주파수에 대해 전파 방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만큼 북한 정부도 라디오의 파급효과를 경계하고 있다는 겁니다.

문) 그럼 청취자 입장에서 방송을 듣다가 전파 방해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가?

답) 듣다 보면 소리가 약해지거나 잡음이 많이 들리는데요. 그럴 때는 주파수를 돌리라고 윌리엄스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북한으로 방송되는 방송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동시에 막을 수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의 경우 주파수를 3-4개로 동시에 방송하기 때문에 청취자들은 어렵지 않게 방송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윌리엄스 연구원은 지난 2월 중순 이후 두 달 간 자주 전파방해가 작아지거나 아예 없는 날들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술적 문제나 열악한 전기 사정 때문일 수 있다는 거죠.

진행자: 그렇군요. 지금까지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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