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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계기상기구 국장] “북한 기상예보 시설 70-80년대 수준”


북한의 기상관측 설비는 1970~80년대 수준으로, 매우 낙후한 상황이라고 지난 달 방북 했던 세계기상기구 (WMO)의 아비나쉬 타이야기 기후관리국장이 밝혔습니다. 타이야기 국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이 기상관측 자료 제공과 장비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타이야기 국장을 인터뷰했습니다.

문) 아비나쉬 타이야기 기후관리국장님, 안녕하십니까. 먼저 자신을 소개해 주시죠.

답) 네, 저는 세계기상기구의 아비나쉬 타이야기 기후관리 국장이고요, 기후와 수자원 문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세계기상기구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데요, 저는 기후변화 문제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문)최근 북한에 다녀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제 평양을 방문하셨습니까?

답)네, 지난 3월18일 북한을 방문해 일주일간 머물렀습니다. 우리 일행은 저를 포함해 모두 3 명이었는데요, 우리는 북한의 기상수문국 책임자를 비롯해 수 십 명의 북한 당국자와 평양에 있는 국제기구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문)세계기상기구가 북한에 전문가를 파견한 것이 8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현지에서 본 북한의 기상예보 시스템이 어떻던가요?

답)북한의 기상예보 설비와 장비는 상당히 낡은 상태였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전국적으로 1백86개의 기상관측소가 있는데요, 문제는 기상관측소의 장비가 수동식이어서 기상자료가 실시간으로 본부에 송신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북한의 기상 설비는 70-80년대 수준인 것 같았습니다.

문)정확한 기상예보를 하려면 인공위성 자료가 필수적일 것 같은데요?

답)북한은 2개의 회선을 통해 인공위성 자료를 받고 있었는데요. 문제는 통신 시스템이 워낙 낡아서 자료전송 속도가 느린데다 필요한 인공위성 기상관측 자료를 모두 받아볼 수 없다는 겁니다.

답)북한 측으로부터 노후한 기상 장비와 관련해 어떤 요청이 있었나요?

답)북한은 낡은 기상 장비 교체와 함께 국제적인 기상관측 자료들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자신들이 추구하는 기상예보 개선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문) 기상예보 개선과 관련한 북한의 제안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 주시죠?

답)북한이 제안한 것은 4가지인데요. 우선 북한은 농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상재해를 막기 위해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또 기상예보에 필요한 장비 등 기술적 지원과 관측 자료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가뭄 등 기상관측에 필요한 지원도 요청했습니다.

문)북한이 정확한 기상예보를 하려면 낙후된 기상관측 장비를 교체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한 세계기상기구의 입장을 좀 말씀해 주시죠?

답)저희로서는 이게 좀 난처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세계기상기구는 국제적인 기상협력 기구로 기상관측 자료를 제공하고, 기후변화 등 중장기 기후 상태를 예측하고 연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기상기구는 어떤 특정 국가의 기상관측 장비가 낡았다고 해서, 자금이나 장비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이 북한에 기상 관측 장비를 제공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제 생각으로는 북한의 요청에 대해 세계기상기구 회원국들이 나서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아직 북한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힌 회원국들은 없는 실정입니다.

문)북한은 거의 매년 홍수와 가뭄 같은 자연재해를 겪고 있는데요, 이 분야에 대한 기상예보 수준은 어떻습니까?

답)이 분야도 역시 낙후된 기상 장비가 문제입니다. 지금 전세계는 컴퓨터화된 기상 장비와 곳곳에 세워진 기상관측소를 거미줄처럼 연결해 실시간으로 기상 자료를 취합,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뭄과 홍수 같은 자연재해에 대비하려면 전국적으로 기상관측소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경우는 장비가 낡아 지방의 군 단위의 경우에는 홍수 등 국지적인 기상 예보를 하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문)기상예보를 제대로 하려면 첨단장비 못지않게 기상자료를 해석하는 인력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북한의 기상인력의 수준은 어떻습니까?

답)저는 북한의 기상 관련 인력이 상당히 우수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가 평양에서 만난 사람들은 교육 수준도 높고 또 기상예측에 필요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 드린대로 정확한 기상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비롯한 최첨단 장비가 필요한데, 이 같은 설비가 갖춰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문)남북한이 기상자료를 교환하는 등 협조가 잘 이뤄질 경우 남한도 그렇지만 북한도 한결 정확한 기상예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답)그렇습니다. 만일 남북한이 서로 협력한다면 남북 기상 당국도 한결 정확한 기상예보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기상 당국의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이렇다, 저렇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문) 끝으로,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방사능이 유출돼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세계기상기구가 방사능과 관련된 기상자료를 북한에 제공할 의사는 없나요?

답)세계기상기구는 일본 원전 사고와 관련해 처음부터 큰 관심을 갖고 자체 기상 정보망을 통해 전세계에 시시각각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도 이미 우리 통신망을 통해 관련 정보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아비나쉬 타이야기 국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지난 달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세계기상기구의 아비나쉬 타이야기 기후관리국장과의 인터뷰를 전해 드렸습니다. 인터뷰에 최원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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