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北 김정일 부자세습 시사 - 후계자 자질 부족으로 내부 권력다툼 가능성도 - 2005-02-04


북한 방송은 최근 북한 지도자 김정일이 그의 아들들 중의 한명을 후계자로 정하기 위한 정치작업을 하고 있음을 시사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부자세습에는 많은 문제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VOA 서울 특파원은 전해왔습니다.

한국의 정보 전문가들은 최근의 북한방송 보도는 지도자 김정일이 그의 아들들 중의 한명에게 권력을 세습시키려는 조짐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일이 “내가 성스러운 과업을 다하지 못하면 대를 이어 아들이 하고, 아들이 못하면 손자 대에 가서라도 해야 한다”는 김일성의 유훈을 따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현재 지구상에서 스탈린식 공산주의에 전통적인 유교 왕조의 부자세습을 가미한 역사상 유일한 나라입니다. 김정일은 수십년간의 후계자 수업을 거쳐 지난 1994년에 김일성이 사망하자 권력을 세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근 방송보도가 북한이 갑자기 김정일의 공식적인 면모를 선전하기 시작했던 1970년대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그의 아버지 김일성은 현재의 김정일처럼 60대의 나이였습니다.

김정일은 현재 세 아들을 두고 있는데, 이 중에 어느 누구도 아직 그의 후계자로 특별히 결정된 바 없습니다. 서울에 있는 국제위기그룹에서 북한 사태를 관찰하고 있는 피터 베크 씨는 “현재로서는 김정일이 그의 후계자를 뚜렷이 정하지 않고, 안전한 길을 택하고 있다”고 말합니다.베크 씨는 “이들이 다 그의 아들들이지만, 김정일은 그들 중에 한 사람에게만 모든 것을 걸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아직까지 이 아들 가운데 누가 후계자가 될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김정일은 세번 결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두번째 부인은 딸을 낳았지만, 이 딸이 권력을 세습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정일은 첫번째 부인과의 사이에 올해 34세의 장남인 김정남을 두고 있습니다. 유교적인 관습에 따르면 김정남이 당연히 김씨왕조의 후계자가 될 것으로 오랫동안 추정됐었습니다.

베크씨는 지난 2001년에 김정남과 그의 가족들이 도쿄 디즈니랜드를 방문하기 위해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밀입국하려다가 체포되는 불상사가 벌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베크씨는 “바로 이 때는 북한이 극심한 가믐으로부터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시점으로 사람들은 김정남이 과연 후계자가 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게 됐다”고 말합니다.

김정일은 세번째 부인과의 사이에 올해 24세의 김영철과 22살의 김정운 등 두 아들을 두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운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정일의 가족들은 북한에서 숭배에 가까운 높은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바로 그점이 권력세습에 문제를 안겨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가지 문제는 북한 창건자인 김일성은 20세기 초엽에 항일투쟁을 벌인 빨치산 지도자로서 뿐만 아니라, 1950년대 6. 25전쟁 후 북한을 재건한 그의 역할에 대해 북한 주민들로부터 숭앙을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지난 1994년 북한에서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김정일의 아들 중 그 누구도 부자세습을 할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말합니다. 현재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황장엽 씨는 누가 김정일의 후계자가 되든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김정일은 그의 아버지 김일성이 가졌던 빨치산의 명성을 갖고 있지 못한데, 이것이 그의 정치적인 약점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김정일의 아들들 역시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이 꿈도 꾸지 못하는 부를 누리고 있지만 할아버지 김일성의 자질은 갖고 있지 못합니다.

김정일의 후계자를 시사하는 북한 방송은 김정일의 권력 장악에 관해 많은 추측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나왔습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많은 공공장소에서 김정일의 초상화가 철거됐다는 보도가 북한에서 나왔습니다. 지난 1월 북한에서 촬영됐다는 한 비디오 테이프는 김정일의 얼굴사진이 손상된 것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북한내에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자처하는 기독교계 행동파 신동수 목사는 심지어 김정일이 이미 옆으로 밀려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신동복씨는 “현재 북한은 기본적으로 김정일을 전면에 내세우고 뒤에서 한 두명의 장군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김정일을 뒤로 감출 것이라고 말합니다. 신 씨는 북한의 공식적인 발표들이 점점 김정일 개인보다는 당과, 김정일을 둘러싸고 있는 군부 지도자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이것은 곧 앞으로 북한에서 보다 광범한 권력배분이 이루어질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신 씨는 말합니다.

그동안 김씨 가족에 대한 개인 숭배가 북한 정권을 정당화하는데 이용돼 왔기 때문에 김정일이 사망할 경우, 그 후에 들어설 정부는 오래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현재 김정일의 아들들은 대중의 지지를 끌어모은 할아버지의 영웅적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김정일의 가족들 밖에서 후계자를 선정하기 위한 장치도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곧 정부가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없도록 만들 권력투쟁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XS
SM
MD
LG